삼성전자·SK하이닉스, 높이쌓기 달인인 이유
SK하이닉스, 세계최초 321단 낸드 샘플 공개 이어
삼성전자, 300단 낸드양산에 더블스택 적용할지 관심
최근 반도체 낸드플래시의 높이 쌓기 경쟁이 치열합니다. 200단을 넘어선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300단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낸드는 높이 쌓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쌓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합니다. 셀을 한번에 쌓는가, 나눠서 쌓은 다음 합치는가에 따라 생산성에 큰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요. 한번에 쌓으면 쉬운 일을 왜 굳이 나눠서 쌓는 걸까요. 복잡한 반도체 이야기를 쉽게 살펴볼게요.
쌓는 것도 여러방법 있다
낸드는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적층 기술이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더 높은 단수로 쌓으면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전체 용량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죠. 메모리 업계에서 최근 초고층 낸드 쌓기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이유입니다.
셀을 높이 쌓아 올리면 전자가 수직으로 쌓여있는 셀 사이를 오르내릴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높은 아파트를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가 필요한 거죠. 반도체에선 이 통로를 채널홀이라고 하는데요. 보통 직경 30센티미터 원형 웨이퍼 한 장에 1조개 이상의 구멍을 뚫는다고 합니다. 128단 낸드플래시를 예로 들면 6억7000만개 정도의 채널홀이 뚫려 있다고 하네요.
채널홀을 뚫을 때 가장 힘든 것은 1단부터 마지막 단까지 곧게 뚫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래로 구멍을 뚫다 보면 상층부와 하층부의 구멍 크기가 달라지거나 채널홀이 구부러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 탓에 셀을 높이 쌓아 올릴수록 채널홀을 한 번에 뚫기가 어렵죠. 그래서 반도체 업체들은 셀을 나누어 채널 홀을 뚫은 뒤 이를 합치는 방식으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데요.
이때 셀을 나누지 않고 한 번에 뚫는 기술을 싱글스택, 두 번에 나눠 뚫고 이를 합치면 더블스택이라고 부릅니다. 만약 셋으로 나눠 뚫으면 트리플스택이라고 부르겠죠.
예를 들어 128단 낸드를 만들 때 128개의 셀을 한번에 쌓고 채널 홀을 뚫으면 싱글스택, 64개씩 나눠서 2번에 걸쳐 뚫고 이를 이어 붙여 만들면 더블 스택이 되는 겁니다.
단순히 구멍을 몇번 나눠 뚫느냐로 보일 수 있지만 싱글스택과 더블스택, 트리플스택 간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특히 생산성과 원가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입니다. 셀을 나눠 채널 홀을 뚫을수록 수율이 올라가지만, 생산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은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죠.
두 번의 결합 방식으로 칩을 만들 때가 세 번에 걸쳐 제작할 때보다 공정 수와 각종 원자재 가격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론 한번에 뚫어야 가장 생산성이 높은 셈이죠. 특히 최근 낸드 시장이 불황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성 악화는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 치명적입니다.
300단 낸드 '어떻게 쌓을까'
SK하이닉스는 지난주 낸드 분야에서 마의 벽으로 불렸던 300단 고지를 세계 최초로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5년 양산 예정인 321단 낸드 샘플 칩을 업계 최초로 공개했죠. SK하이닉스는 321단 낸드에 트리플스택 기술을 적용했다고 하는데요.
관심은 삼성전자로 쏠렸습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내년 양산할 300단 이상 9세대 V(수직적층)낸드에 더블스택 기술을 적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오는 10월 열릴 삼성전자 '메모리 테크 데이'에서 공개될 전망입니다. 이 자리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전략을 공개하는 자리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높이 경쟁보다 쌓는 기술 분야에서 다른 업체들에 비해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여왔는데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이 72단 낸드 제품부터 더블스택 기술을 적용한 것과 다르게 삼성전자는 128단 낸드까지 싱글스택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채널 홀 에칭(Channel Hole Etching)'이라고 불리는데요.
삼성전자는 채널 홀 에칭 기술을 통해 원가절감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높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 300단 이상 낸드에 더블스택을 적용한다면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반도체 업체들의 '낸드 마천루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속에서 적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경쟁도 치열하게 이뤄질 전망인데요. 반도체 업계의 소리없는 전쟁 속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생겼네요.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편집자]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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