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올린 한미일 '반도체 동맹'…공급망부터 우주 등 핵심기술까지 공조

유재희 기자, 변휘 기자, 이재윤 기자, 김도현 기자 2023. 8. 2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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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실 제공)


한미일 지난 18일(현지시간) 반도체·배터리 등의 공급망 안정을 위해 '3국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구축하기로 했다. 여러 국가가 함께 이 같은 공급망 조기경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사실상 '반도체 동맹'인 셈이다. 이는 중국의 공급망 위협 등에 대응해 경제공동체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우주, 양자컴퓨팅 등을 '핵심 신흥기술'(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 개념화해 규정한 것도 눈에 띈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주도권을 가지겠지만 한국이 3각 공조의 어떤 축을 맡게 될지도 주목된다.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으로 '반도체 동맹' 결성…배터리 협력도 韓에 호재
사진=머니투데이 DB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EWS' 구축이다. EWS는 공급망 위기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포착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관리 체계다. 외부 교란 요인으로 인해 반도체나 배터리 관련 물자 부족 상황이 발생할 경우 3국이 조기에 정보를 공유에 공급망에 미치는 악영향을 막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가 주목하는 EWS는 반도체·배터리 등 주요 산업제품의 공급망을 점검해 핵심 국가를 선별하고 정책 동향과 정보교환, 공급망 교란 시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해 '3각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대외 불안요인으로 산업 필수재의 교역망이 훼손될 경우를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3국은 반도체, 이차전지, 핵심광물 등 핵심품목 분야 공급망 정보를 수시로 공유하고 공급망 모니터링를 강화한다. 정부 관계자는 "EWS는 기존의 정부가 운영하는 공급망 관리 프로그램이 아닌 보통명사로 해석하면 된다"며 "3국이 공급망 관리 등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반도체 분야 조기경보 시스템은 3국이 각각 우위를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핵심 역할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제조·공급 △미국 원천기술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으로 분류를 나누고 세부적인 공조체계를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HBM(고대역폭메모리)과 DDR(더블데이트레이트)5 등 AI향 반도체 시장선점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3국의 반도체 공급망 체계가 두터워지면서 한국기업들의 영향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3국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도 중국을 견제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중국의 반발이 강화되거나 미중 기술패권 다툼이 더 장기화 됐을 경우다. 당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이 반발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 전동화 굴기에 대한 3국의 배터리 원팀 기대감도 높다. 이미 앞서도 한국·일본의 배터리 산업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광물·소재 조달과 미국·유럽의 역내 생산 규제에 이르는 양국 배터리 업체의 입장이 비슷한 만큼 양국 협회가 공동으로 보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연말까지 일본과 유의미한 협력 성과를 내보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초기 전기차 모델인 하이브리드(HEV)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등 원천기술을 다수 보유한 곳이다. 문제는 순수전기차(EV)로의 전환이 늦어지면서 시장변화에 대응이 늦다는 지적과 함께 배터리 산업이 크게 부흥하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한국보다 내수시장이 크고 많은 완성차 브랜드를 보유해 배터리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견돼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선 기회일 수 있다"며 "토요타·혼다 등이 미국시장을 추진하며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으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놓고 중국과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처지의 우리 업계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AI·우주분야 등 첨단핵심기술 분야 공조로 확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대통령실 제공)

한미일 3국은 인공지능(AI)과 우주, 양자컴퓨팅 등을 '핵심 신흥기술'로 이름 짓고 공동 연구와 표준화 등 다방면에서 공조하기로 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첨단기술 최강국 '삼각동맹'의 주역으로 합류,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 협력 기반을 갖췄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3국 대표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핵심신흥기술 공동개발 프로젝트'가 구체적 성과다. 미국에서는 국가핵안보국(NNSA) 산하 국립연구소가 참여하며 일본에서는 정부 출연 연구소, 우리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구소가 참여하게 된다.

연구기금 규모는 600만 달러(약 80억4600만원)로 조성될 예정이다. 또 개발한 기술의 국제표준 채택에 협력하고, 신기술 보호를 위한 3국 공조체계 구축도 뒤따를 예정이다.

앞서 한미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우주동맹' 강화를 천명한 바 있다. 당시 양국이 발표한 '우주탐사·우주과학 협력을 위한 공동성명서'는 미국 주도 국제 유인 달 착륙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한국의 참여 지분을 확대, 유인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 관련 공동 연구를 비롯해 심우주 통신과 위성항법시스템 등 분야에서 협력하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미국의 대표적 빅테크인 구글과 '인공지능 위크 20203' 행사를 개최하고 AI 연구·개발 및 인재 육성 과정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한일 간의 공동 연구개발 과제는 아직 뚜렷한 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한일 양국은 지난 19일 회담에서 AI를 비롯한 첨단기술 협력 기반을 확대하기로 했고 양국 간 실무 채널의 대화를 예고했다.

한편 3국은 이 밖에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길술탈취를 막기 위한 공조 체계는 물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한미일 재무장관회의'도 매년 정례화하기로 했다. 앞서 한미 간에는 수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외환·금융시장 안정 협력 의지를 확인한 바 있고 한일 간에도 지난 6월 8년 만에 통화스와프를 재개하면서 금융안정 협력을 복원하기도 했다. 이번 3국 정상회의는 이런 양자 차원의 금융안정 협력 노력을 3국 차원으로 확대·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유재희 기자 ryuj@mt.co.kr 변휘 기자 hynews@mt.co.kr 이재윤 기자 mton@mt.co.kr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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