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잼버리 조직위, 127억 후원금 외에 기업·공공기관에 걷어간 기부금만 29억원
기업들이 잼버리 준비 부실 ‘땜빵’
행사가 시작된 이후 준비 부실 논란이 불거진 4일간 최소 22개사에 이르는 기업들이 냉동탑차·얼음·생수 등을 기부한 내역도 파악됐다.
조직위가 적지 않은 후원금과 기부금을 받고도 행사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이를 다시 기업들이 나서 뒷수습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잼버리 조직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직위는 잼버리 행사 전 10개 기업·공공기관들로부터 현금과 현물을 포함해 총 28억5482만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19억1700만원에 달하는 현물을 기부해 가장 많은 기부금을 기록했다. NH농협은행(현금+현물 4억3000만원)·한화그룹(현금 3억원)·LIG넥스원(현금 3000만원)·HIS(현금 1200만원)·풍림파마텍(현물 580만원) 등도 기부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공기관 중에서는 한국농어촌공사·새만금개발공사·한국도로공사(각 현금 5000만원)와 전북개발공사(현금 1000만원)가 잼버리 행사를 위해 기부를 했다. 모두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관련이 있는 곳들이다.
여권 관계자는 “전북도가 잼버리를 이용해 새만금 SOC 예산을 타내고, 이에 따라 관련 공공기관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기부금을 낸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지적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새만금 SOC 확충을 위해 잼버리를 이용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연관성이 있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이렇듯 조직위가 받은 기부금만 수십억원에 달하지만 처음 기부금을 낸 기업들보다 더 많은 기업들이 잼버리가 시작된 후에 현물 기부에 나섰다. 잼버리가 이달 1일 시작된 이후 3일만에 온열질환자가 1000명을 기록하는 등 논란이 됐고 해충·위생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준비 부실 문제가 본격화된 이후인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44건에 달하는 기업들의 현물 기부가 이어졌다. 태풍 ‘카눈’으로 인해 대원들이 조기 철수한 8일 직전까지 기업들의 물품 지원이 끊이지 않았다.
해당 기간 동안 현대차, SK그룹, LG, GS, LS그룹, 이마트, 롯데지주, 쿠팡 등 기업들이 물품을 기부했다. 행사 전 가장 많은 기부금을 냈던 삼성전자는 이온음료를 지원하고 삼성건설은 화장실·살수차·발전기 등을 지원했다.
LG는 냉동탑차와 핸드폰 충전차량을 보냈고 현대건설은 이동식 화장실을 지원했다. SK그룹은 냉동탑차와 아이스박스를 보냈다.
화장실과 전력 문제, 폭염 대비 공간 등은 조직위가 행사 전 철저히 준비했어야 하는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지원에 기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기업들이 가장 많이 기부한 물품은 생수였다. 해당 기간 동안 기업들은 생수를 총 92만6240병 지원했다. 조직위가 폭염에 대비해 고작 13만병의 추가 생수만을 준비한 가운데 생수와 같은 필수품목 역시 기업들이 나서 손을 보탠 것이다.
조직위가 기부 내역을 철저히 관리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례로 조직위의 기부내역을 보면 우리금융지주가 200명의 인력봉사 인원을 지원했다고 나오지만, 실제 지원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금융지주가 인력봉사 지원을 검토했지만 조직위 등에서 인력이 충분하다고 답변해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토 단계에서 그친 지원이 실제로 이뤄졌다고 조직위가 잘못 기재한 것이다.
조은희 의원은 “잼버리 조직위와 지자체가 잼버리 유치를 빌미로 막대한 예산증액과 후원금, 기부금을 받아놓고 그에 알맞은 책임있는 행사준비를 하지 않은 것은 ‘갑질’로 거액을 갈취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후원금과 기부금이 국제대회 성공을 위해 낭비없이 적절히 사용됐는지 투명하게 밝혀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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