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은 국내 항공사 마일리지 3조4,000억어치…4년 새 17.4%↑

상반기 기준 대한항공·진에어 2조4,600억 원
아시아나·에어부산·에어서울 9,400억 원 쌓여

대한항공 보잉787-9. 대한항공 제공

국내 '빅2' 항공사에 쌓인 미사용 마일리지가 올해 상반기 기준 3조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3년 넘게 항공편 이용객은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두 회사가 마일리지 사용 유효 기간을 연장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6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이연 수익은 2조4,637억 원에 달한다. 자회사인 진에어의 마일리지를 합산한 규모다. 아시아나항공의 이연 수익은 9,434억 원이다. 역시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마일리지를 더한 금액이다. 두 회사의 이연 수익을 합하면 3조4,071억 원에 달한다. 마일리지는 미래에 고객이 이를 사용해 항공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점에 인식되는 수익으로 재무제표상 부채로 본다. 이연수익만큼 마일리지가 쌓여 있는 것이다.

두 회사의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뚜렷해진다. 당시 이연수익은 대한항공 2조1,951억 원에서 12.2%,아시아나항공은 7,057억 원에서 33.7% 각각 증가했다. 두 회사 합산 기준으로는 2조9,008억 원에서 17.4% 늘었다. 두 회사는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줄고 여행객의 발길이 끊긴 상황을 고려해 2020~2023년 소멸 예정이던 마일리지의 유효 기간을 최대 3년 연장했다. 2008년 7월 1일 이후 적립한 마일리지에 대해 유효 기간(10년)을 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고객의 마일리지 사용처를 늘리기 위해 항공권 운임의 일부를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는 '캐시 앤 마일즈' 등을 운영하고 있다. 10일부터 마일리지 사용 한도를 운임의 최대 20%에서 30%(세금·유류할증료 제외)로 늘렸고, 6월부터는 기내 면세품도 마일리지로 살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마일리지를 쓸 수 있는 좌석 수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보다 늘렸다"며 "올해 상반기엔 국제선 보너스 좌석이 2019년보다 1.5배나 배정됐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상반기 동남아시아와 일본, 호주 시드니 등 다양한 노선에서 마일리지 환급 프로모션을 통해 마일리지 좌석을 늘려 왔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가 마일리지 사용처를 늘리는 것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과정에서 부채를 줄이려는 작업으로 분석된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