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있는 곳이라면 파도 넘고 산 타야…'서비스는 삼성' 실천"

최영지 2023. 8. 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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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남 삼성전자서비스 프로 인터뷰
섬지역 AS 전담…금요일마다 한산도 방문
"고객들, 조부모 같은 애틋함 커…수리할 땐 긴장"
"평소 장비·부품 5배 챙겨야…멀티수리 역량 필요"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섬 지역에서 TV는 어르신들에게 친구나 다름없어요. 한번 고장나면 꼬박 일주일을 기다릴 수밖에 없으니 빨리 가서 수리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죠.”

“내가 이 섬의 서비스센터…평소 준비하는 장비 5배 챙겨 입도”

유정남 삼성전자서비스 프로는 1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한산도의 서비스센터라는 생각으로 섬지역 애프터서비스(AS)를 수행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정남 프로는 경남 통영시와 한산도 지역 내 가전제품 AS 및 출장서비스를 전담하고 있다.

유정남 삼성전자서비스 프로가 삼성전자 냉장고 제품 유지보수 서비스를 진행 중인 모습. (사진=삼성전자서비스)
그는 2004년 첫 직장으로 삼성전자서비스에 들어와 20년째 삼성전자 가전제품 유지보수 서비스 업무를 맡고 있으며 섬지역 애프터서비스(AS) 전담자로 근무한지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유지보수 서비스 회사다보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고객인데 평소 주변을 도우며 살아가려는 지향점과 맞아 오래 근무하고 있다”며 “주5일 중 4일은 통영센터에서 근무하며 매주 금요일은 한산도로 출장을 간다”고 했다. 올해 한산도를 방문한 횟수는 35회며 120가구가 넘는 고객 집을 방문했다. 앞서 코로나 펜데믹 당시에도 섬 지역 서비스를 멈춘 적이 없었다.
유정남 삼성전자서비스 프로가 18일 오전 섬지역 AS서비스를 위해 한산도로 입도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서비스)
유 프로는 매주 금요일 아침 통영에서 배를 타고 한산도로 떠난다. 한산도 주민들이 주로 노인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건조기 등 신제품보다는 세탁기, 냉장고, TV AS 비중이 높다. 그는 “섬이다보니 해풍으로 인한 제품 부식이 타지역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편으로 부품 교체 업무가 주를 이룬다”며 “금요일 중으로 해결이 안되면 일주일을 미뤄야 하는 만큼 입도 전에 고객들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AS가 필요한 제품과 필요 부품, 장비를 미리 파악하며 이는 내륙지방에서 준비하는 양의 5배 상당”이라고 설명했다.

입도했을 때 혼자서 여러 가전제품을 모두 손봐야 하기에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전자레인지 등 멀티 수리 역량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유정남 삼성전자서비스 프로가 18일 한산도에서 에어컨 필터를 점검 중인 모습. (사진=삼성전자서비스)
기상악화로 배 놓치고…장비 메고 등산 투혼

유 프로는 고객들에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하지만 섬 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예기치 못한 상황을 자주 겪는다고도 말했다. 그는 “여름철에는 에어컨 수리 예약이 밀려 배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다음날까지 연장근무를 한 적도 있다”며 “일을 더 하는 상황이 적지 않지만 다음주까지 에어컨을 못 틀고 더워할 어르신들이 눈에 밟혀 다음날(토요일)까지 수리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했다. 기상 악화로 배를 타고 통영으로 나오지 못할 때에도 한산도에 있는 외갓집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부속섬 중에는 차를 갖고 들어갈 수 없는 섬도 있어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밖에 없는 상황도 벌어진다. 그는 “매물도 꼭대기에 있는 레이더 기지의 통신 장비를 식혀주는 에어컨을 수리하러 간 적이 있었다”며 “당시 20㎏이 넘는 수리 장비와 부품을 짊어 메고 2시간가량 산을 올랐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도 했다. 경쟁사 제품을 쓰다가도 수리가 잘 안되니 자연스럽게 삼성 제품으로 바꾸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그는 “체력적으로 쉽지 않지만 한산도가 부모님 고향이기도 해서 고객들에게 애착이 크다”며 “매주 내 자식이 온 것처럼 반갑게 맞아 주셔 엔지니어와 고객 관계 이상으로 교감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섬 주민들은 엔지니어가 방문하는 시간에 맞춰 항구로 마중을 나오는가 하면 섬에 들어오는 엔지니어들은 고객들이 요청한 약과 생필품을 전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유 프로는 매주 금요일 긴장을 한다고도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선 “고객님들 얼굴 뵙는 것도 좋지만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선 수리를 잘 마쳐야 하기 때문”이라며 “AS가 잘 되면 기쁜 표현을 애틋하게 해주시고 ‘서비스는 삼성’이라고 할 때 그동안 힘들었던 게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끝으로 “전국 모든 고객들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인천 지역의 백령도, 석모도, 덕적도를 비롯해 전남 목포 인근의 흑산도, 비금도와 경남 통영 및 진주 인근 용호도, 창선도 등 거주민이 있는 대부분 섬을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섬지역 AS 전담자는 110여명으로 이들은 AS서비스를 위해 1년에 약 3000번 배를 탄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또 업계에서 유일하게 울릉도에 상설 서비스센터도 운영 중이다.

최영지 (yo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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