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존스컵 강행군 일정에도 김상식 KGC 감독이 웃는 이유, 고찬혁-김경원 새 가능성의 발굴

이원만 2023. 8. 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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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윌리엄존스컵 국제농구대회에서 3점슛을 던지고 있는 KGC 고찬혁. 윌리엄존스컵 조직위 제공

[타이베이=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참 좋은 기회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 3년간(2020~2022) 중단됐던 윌리엄존스컵 국제 농구대회가 올해 다시 열렸다. 매년 8월 무렵 개최되는 윌리엄존스컵은 대만 대표팀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권 국가 뿐만 아니라 이란과 카타르, 미국에서도 팀을 꾸려 참가하는데, 벌써 42회째를 맞이한 전통 있는 대회다. 대회 주최국인 대만은 전통적으로 국가대표팀인 A팀과 유망주인 B팀을 출전시킨다. 이들의 경기가 열리면 대회장은 대만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다.

한국도 매년 이 대회에 거의 빠짐없이 참가해왔다. 프로 단일팀 형태로 참가할 때도 있었고, 국가대표팀이 올 때도 있었는데 목적은 어디까지나 다양한 팀을 상대로 한 실전 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승을 해도 따로 상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세계 여러 팀들이 오기 때문에 여름 전지훈련의 한 형태로 삼기에는 매우 적합하다.

코로나 휴지기를 거친 뒤 지난 12일부터 다시 열리고 있는 올해 대회에는 2022~2023시즌 KBL 통합우승을 차지한 안양 KGC가 참가 중이다. 공교롭게도 KGC를 이끄는 김상식 감독은 코로나 휴지기 직전 대회인 2019년 제41회 대회 때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을 맡아 이 대회에 온 적이 있다.

윌리엄존스컵 조직위 제공

때문에 김 감독은 일찌감치 올해 대회가 다시 열린다는 것을 알고, 누구보다 먼저 참가를 신청했다. 일정은 고되지만, 실전 훈련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창원 LG나 전주 KCC등도 대회 참가를 타진했으나 KGC가 먼저 신청한 탓에 기회를 얻지 못했다.

김 감독의 예상대로 대회 일정은 상당히 빡빡했다. KGC는 9일(12~20일) 동안 무려 8경기를 치르는 일정을 소화 중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힘든 일정을 치르는 와중에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그간 많은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을 실험했고, 그 과정에서 뚜렷한 소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대만B팀을 99대97로 물리치며 4연승을 거둔 뒤 김 감독은 "숨 가쁘게 7경기를 치렀지만,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이 정도로 밀도 있는 실전경기 훈련을 하기가 어려운데, 이번 대회를 통해 팀이 한 단계 성장하게 된 것 같다"면서 "우선은 선수들이 연속 경기를 치르면서도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 자잘한 부상은 있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감독을 웃게 만든 것은 '조커들의 성장' 때문이다. 특히 2년차 가드 고찬혁(22)과 올해로 입단 4년차인 센터 김경원(27)이 이번 대회를 통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대만 타이베이 허핑체육관에서 열린 제42회 윌리엄존스컵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3점슛을 성공한 뒤 벤치를 향해 세리머니를 하는 KGC 고찬혁. 윌리엄존스컵 조직위 제공

고찬혁은 이정현-전성현의 뒤를 잇는 2번 슈터로서의 가능성을 마음껏 뿜어내고 있다. 대회 초반에는 슛이 계속 빗나갔지만, 김 감독이 꾸준히 기회를 준 데다 현역 시절 '조선의 3점슈터'로 불렸던 조성민 코치의 격려 덕분에 부쩍 자신감을 찾은 뒤로는 슛의 정확성이 일취월장했다. 고찬혁은 7경기 동안 22개의 3점슛을 성공했다. 성공률은 48.9%에 달한다. 3점슛 성공 횟수는 이번 대회 독보적인 1위다. 김 감독은 "고찬혁이 이번 대회를 통해 완전히 자신감을 얻은 게 큰 수확이다. 이번 대회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할 수 있는 선수였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 새 시즌에 많은 역할을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KGC 김경원이 지난 18일 대만 타이베이 허핑체육관에서 열린 제42회 윌리엄존스컵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상대 블록을 피해 골밑 슛을 시도하고 있다. 윌리엄존스컵 조직위 제공
19일 대만 타이베이 허핑체육관에서 열린 제42회 윌리엄존스컵 국제농구대회 대만B팀과의 경기에서 골밑 리바운드 싸움을 하는 KGC 김경원(가운데).윌리엄존스컵 조직위 제공

김경원의 성장 또한 주목할 만 하다. 오세근의 이적으로 인해 약해진 팀의 토종 빅맨 라인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캐릭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적생 정효근과 함께 새 시즌에 팀의 포스트를 굳건히 지켜줄 만 한 투지와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김 감독은 "김경원도 소극적인 모습을 벗어나 골밑에서 움직임이 많이 좋아졌다. 이 또한 이번 대회의 큰 소득이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약간의 슬럼프에 빠졌던 정효근과 정준원이 다시 정상궤도에 돌아온 점, 박지훈과 배병준 등 기존 선수들의 실전 훈련 등 KGC가 거둔 소득은 적지 않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볼 훈련을 다소 늦게 시작해 걱정이었는데, 이번 대회가 큰 도움이 됐다. 이런 분위기를 잘 이어나가 새 시즌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타이베이(대만)=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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