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내내 ‘새로운 역사’ 띄운 한·미·일 정상…윤 대통령 “다음에는 한국에서”

유정인 기자 2023. 8. 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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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과 성명문 곳곳에서 “새 역사”
‘노타이’ 격식 덜고 3국 친밀함 과시
한·미 정상 15분 산책에선 ‘선친’ 이야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3국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면서 다음 한·미·일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과 공동성명 곳곳에서 한·미·일 정상은 “역사적인 순간” “새로운 시대”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3국 관계의 질적 변화를 선언하고 준동맹급 협력을 불가역적 흐름으로 강조하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공군 1호기편으로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미·일 회담으로) 공유된 비전과 새로운 정신을 가지고 캠프 데이비드를 떠날 수 있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사상 첫 3국 정상회담을 열고 3국의 전방위 협의체를 띄웠다. 3국 정상회담을 연 1회 이상으로 정례화하고 공동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3국이 신속하게 협의할 것을 공약하는 별도 문건을 채택해 사실상 3국 동맹에 준하는 수준의 합의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줄곧 “우리는 역사를 만들고 있다” 강조한 세 정상

3국 정상회담과 세 정상이 나란히 선 공동언론발표장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 ‘스탠딩 정상회담’에서 공언한 “새로운 차원의 한·미·일 공조”의 구체적인 형태를 밝히고 역사성을 부여하는 자리였다. 정상회담 내내 세 정상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장” “역사적 순간” 등의 표현을 동원해 이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오늘은 3국 협력의 제도적 기반과 추진 의지를 확고히 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열어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새로운 결의로 선을 향한 힘(을 행사하자)”고 했고, 기시다 총리도 “우리는 오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진 공동언론발표장에서도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장”(윤 대통령),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간다는 결의와 다짐”(기시다 총리), “전례 없는 수준의 방위 차원 협력”(바이든 대통령) 등 강한 의미 부여가 반복됐다.

세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공동성명 격의 ‘캠프 데이비드 정신’,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개 문서에 전례 없는 전방위 공동대응의 틀을 담았다. 이 문건들 역시 “오늘, 우리는 한·미·일 관계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음을 선언한다”고 다른 차원으로 진입한 3국 관계를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종전의 3국 협력과 차별점에 대한 질문에 “(이전에는) 개별 현안에 협력을 모색했다면 새로운 장은 안보, 경제, 과학기술, 보건, 여성 등 모든 문제에 3국이 긴밀하게 공조하기로 했다는 포괄적인 협력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분야에서 3국의 공동대응 가능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그만큼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외교 공간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노타이’로 격식 덜고 산책…“바이든 따뜻한 사람”

세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회담은 격식은 덜되 정상 간 친밀한 행보를 외부에 과시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회담 전부터 3국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외국 정상을 초청해 회담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해 왔다.

미국 워싱턴 DC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통해 방미한 윤 대통령은 회담 당일 미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을 타고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했다. 의장대 사열을 받은 뒤에는 캠프 데이비드의 주된 이동수단인 골프카트를 타고 부지 내로 이동했다.

첫 일정인 한·미 정상회담 전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즉흥 안내로 미 대통령 숙소인 아스펜 별장을 둘러보고 테라스에서 담소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자상하면서도 엄하신 아버지 그리고 자녀에게 많은 영향을 준 아버지를 두었다는 점에서 우리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고 선친을 주제로 대화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귀국하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이) 자기 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대화 내용 일부를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전날 윤 대통령의 워싱턴 숙소에 지난 15일 세상을 떠난 윤 대통령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를 애도하는 조화를 보낸 바 있다. 기시다 총리도 같은 날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 부친상에 애도를 표했다.

세 정상은 양복 상·하의를 갖춰 입되 넥타이를 하지 않은 차림으로 캠프 데이비드 전 일정을 치렀다. 7시간여간 압축적으로 한·미·일 회담과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을 소화하면서 세 정상 간 장시간의 친교 프로그램이 이뤄지진 않았다. 다만 세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최소한의 수행원을 동반하고 오찬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 오찬에는 캠프 데이비드가 위치한 지역인 카톡틴 산 복숭아를 얹은 샐러드와 스쿼시 라비올리, 초콜릿 크런치 바 디저트 등이 제공됐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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