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심귀갓길’ 없앤 최인호 관악구의원 사퇴 요구 봇물

박다해 2023. 8. 2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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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사이드]

국민의힘 최인호 관악구의원 유튜브 갈무리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 둘레길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피해자가 사망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악구가 내건 ‘여성친화도시’ 정책을 비판해온 최인호 구의원(국민의힘)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2023년도 ‘여성안심귀갓길’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에 대해 유튜브 영상을 통해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라고 자평한 바 있다.

20일 오후 관악구의회 누리집 ‘의회에 바란다’ 게시판에는 최인호 구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게시글이 730여건(오후 3시 기준) 올라와 있다. 19일 오후 신림동 공원 성폭행 사건 피해자가 끝내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수백여건의 사퇴촉구 글이 올라온 것이다.

게시글은 주로 최 구의원이 올해 여성안심귀갓길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데 앞장서온 점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시자들은 “‘여성안심귀갓길’은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관악구 주민 전체의 안전을 위한 정책이기도 하다”, “제가 2015~2017년 관악구에서 학교에 다닐 때도 신림은 여성 관련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했고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도 여자애들 조심하라는 말을 선생님께서 밥 먹듯이 하셨다”, “본인이 겪어보지 않았다고 해서 일어난 범죄들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에 들어가는 ‘여성’이라는 단어에만 집착해 멀리 보지 못하는 유치한 행동을 멈춰주셨으면 한다”라며 최 구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최 구의원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의정활동 성과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에서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으로 남성들은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있다”는 이유를 들며 “관악구에서는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안심귀갓길이 사라진다.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7400만원을 전액 삭감해 (이 예산으로) 안심골목길 사업을 증액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구청장이 왜 여성친화도시를 고집하냐”란 질문에 “낡은 586스러운 감성이 묻어있다고 느낀다. 앞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여성가족과에 있는 페미니즘 사업 같은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손을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관악구 예산안을 보면 여성가족과 소관인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예산 7400만원이 삭감돼있다. 해당 예산은 태양광을 이용한 바닥표지등인 ‘솔라표지병’ 설치 등에 쓰일 예정이었다. 삭감된 7400만원은 도시재생과 소관 ‘안심골목길’ 조성 항목에 포함되면서 사실상 이관됐다.

예산 심사 당시 관악구는 두 사업의 차이를 설명했지만 반영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9일 열린 관악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정경순 관악구 여성가족과장이 “도시재생과 사업은 전반적인 지역에 대해서 하는 것이지만 (여성안심귀갓길은) 경찰서와 협업을 해서 범죄 피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최 구의원은 “전체적으로 사업내용이 비슷하면 도시재생과랑 협의를 해서 하나로 뭉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러한 최 구의원의 주장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선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됐다고 해서 남성이 다니지 않는 길도 아니다. ‘여성의 안전’과 ‘남성의 안전’이 대립구도에 놓여있어 ‘제로섬’게임(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것)을 벌이는 사안도 아니다. 최 구의원은 그러나 ‘여성’, ‘성인지’, ‘양성평등’과 같은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관련 정책을 비판하거나 삭제를 주장해왔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여성폭력 예방정책 등은 오랫동안 역사와 근거, 체계를 갖고 만들어진 정책인데 ‘여가부 폐지’처럼 일부 남성의 반감을 이유로 삭제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특정 집단에 대한 반감, 배제, 박탈 등을 부추기면서 보편적인 안전망을 없애는, 혐오에 기반한 정치”라고 지적했다.

최 구의원은 지난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불법촬영 감시 및 점검 예산 전액 삭감’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그는 2019년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이란 학생 단체 소속으로 교사들이 ‘정치 편향’ 교육을 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이력이 있는 인물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기획한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에 참여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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