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가장 착한 아이"…`신림동 등산로 살인` 참변 초교교사

"방학 중인데도 출근하다 참변"
"궂은 일 먼저 나선 선량한 친구"
"연수 기획과 운영 등 꺼리는 일, 맡아서 한 것"
중환자실서 치료받다 숨진 피해자 빈소 차려져

근조화환 놓인 피해자 A씨 빈소.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전날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둘레길 모습. [사진공동취재]

"남들이 하지 않으려는 궂은일에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는 책임감 강하고 선량한 성격이었다."

지난 17일 서울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가 끝내 숨진 초등교사 A씨를 잘 아는 유족과 지인들은 그의 착하고 어진 성품의 떠올리면서 '광기 어린 폭력'의 희생자가 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A씨는 방학 중인데도 학교로 출근하는 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유족과 지인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A씨는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난 17일 오후 2시 교내에서 예정된 연수 업무를 위해 평소 자주 이용하던 등산로로 출근 중이었다.

A씨가 근무하는 학교는 사건이 발생한 야산에서 직선거리로 1㎞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야산과 등산로로 연결된 생태공원 둘레길은 인근 학교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하기 위해 평소 자주 찾는 장소라고 지인들이 전했다.

A씨는 방학 기간을 이용해 5일간 진행되는 교직원 연수 기획·운영 업무를 맡았다. 당일은 연수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고 한다.

약 10년간 교사 생활을 한 A씨에 대해 그를 아는 사람들은 '학교 안팎에서 궂은일에 먼저 나서는 책임감 강하고 선량한 성격'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 동기 김모 씨는 "성실한 친구라서 아침 8시30분에 근무를 시작하더라도 꼭 1시간씩 일찍 갔다"며 "그날도 빨리 출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방학 중에 연수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은 모두가 꺼리는데도 본인이 맡아서 한 거였다"면서 "정말로 선량한 친구가 '천인공노할 악행'의 희생자가 된 것 같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A씨의 오빠는 "남들이 하지 않으려는 보직을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는 아이다. 스무살 때부터 집에 손을 벌리지 않았다. 사치도 안 부리고 월급을 모아 내년에 서울에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며 울먹였다.

A씨의 사촌 언니도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착한 아이였다. 싫은 소리도 못 하고 힘든 일도 맡아서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같은 동호회원 현모(49)씨는 "코로나로 격리됐을 때 몰래 도시락을 가져다 주면 그것도 미안하다며 나한테 선물 쿠폰을 보내던 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동호활동을 같이 하는 윤모(47)씨도 "대회를 하면 미리 계획해 발표자료까지 만들고 솔선수범했다"고 회상했다.

사흘간 치료받은 서울시내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A씨의 빈소 앞에는 대학 동기들이 보낸 근조 화환이 놓였다.

한편, 전날 빈소를 찾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조문을 마친 뒤 "유족 말씀을 들으니 어느 정도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청 소속 노무사와 사실관계를 확인해 (공무상 재해가 인정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