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철근 누락 사태에 ‘전관 업체’ 선 긋기…설계·감리 648억 규모 용역계약 해지

LH, 국토교통부와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 열고 이같이 결정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 참석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철근 누락에 이어 아파트 전수조사 대상마저 일부 빠뜨리는 기본적인 대처조차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러한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전관 업체’와의 선 긋기에 나섰다.

LH 퇴직 직원이 재취업한 업체들이 설계·감리 용역을 싹쓸이하는 등 ‘이권 나눠먹기’가 철근 누락 사태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이들 업체와의 용역계약 해지를 전면 선언하면서다.

LH는 20일 서울 강남구 서울지역본부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서 전관 업체가 참여한 설계·감리 등 용역계약 체결 절차를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이미 체결을 마친 전관 업체와의 용역계약도 모두 해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LH가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사실을 발표한 지난달 31일 이후 체결된 업체와의 계약이 해지 대상으로 총 11건(648억원)이다. 구체적으로는 설계 공모가 10건(561억원)이고, 감리용역은 87억원 규모의 1건으로 파악됐다.

LH는 입찰 또는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인 설계·감리 용역 23건(총 892억원)의 후속 절차도 전면 중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입찰공고 10건과 심사진행 1건을 포함한 설계 공모 11건(총 318억원), 감리용역은 12건(입찰공고 6건·심사진행 6건)으로 총 574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LH는 계약을 취소한 용역과 향후 발주할 용역에 관해서는 계약·심사 내규를 빠르게 개정해 전관 업체 입찰을 배제한 뒤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설계·감리 용역 업체 선정 과정에서 자사 퇴직자 명단을 의무적으로 업체 측이 제출하게 하고, 퇴직자가 없는 업체에는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전관 업체의 설계·감리 용역 전면 배제까지도 추진할 방침으로 여기에는 기획재정부의 특례 승인이 필요하다.

LH 퇴직자와 전관 업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관리하기로 한 국토부는 LH 퇴직자의 취업 제한 대상 기업 확대 등 방안을 담아 오는 10월 중으로 건설 분야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 장관은 “전관을 고리로 한 이권 카르텔은 공공의 역할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민간 자유 경쟁시장을 왜곡시키고 공정한 경제 질서를 정면으로 파괴하는 행위”라며 “LH뿐만 아니라 도로, 철도 등 국토부 전체 전관을 고리로 한 이권 카르텔에 대해 전반적으로 단절시키고 공공분야의 전관과 심사위원 유착까지 포함한 제도 개혁으로 연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