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원 플랜?…현대가 더비에서 준비했던 승부수
프로축구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54)을 평가할 때 방망이 깎는 장인에 빗대는 일이 많다. 누구나 울산이 어떤 축구를 구사하는지 쉽게 예측할 정도로 하나의 전술을 갈고 닦아서다. 알아도 못 막는 축구, 그게 홍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이었다.
그랬던 홍 감독이 달라졌다. 역대급 승점 페이스로 선두를 내달리던 울산이 잠시 위기에 빠지자 플랜B를 꺼냈다. 세간의 인식을 깬 대가는 올해 울산 최다 관중(3만 768명)의 환호 속에 얻은 ‘현대가 더비’ 승리였다.
울산은 지난 19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K리그1 27라운드에서 엄원상의 결승골에 힘입어 전북 현대를 1-0으로 눌렀다. 상대가 최고 라이벌인 전북이라는 점에서 직전 5경기(1승1무3패)의 부진을 잊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승점 60점 고지에 가장 먼저 오른 압도적인 선두로 다시 한 번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은 덤이었다.
라이벌전을 준비한 홍 감독의 승부수는 공격이 아닌 수비였다. 홍 감독은 최근 부진이 상대 역습에 무너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공간을 지우는데 초점을 맞췄다. 상대가 파고들 공간까지 막아내면 오히려 공격도 자신있게 풀어갈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전술 변화의 뼈대는 측면 공격수인 루빅손이었다. 그는 전북과 개막전 결승골을 포함해 전반기 6골로 울산의 승승장구를 이끈 주역이다. 루빅손은 이날 경기를 시작할 때는 왼쪽 측면에 배치돼 전북의 수비를 무너뜨릴 것으로 전망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의 흐름이었다. 루빅손은 공격을 풀어갈 땐 하프라인까지 올라가며 공격 전개를 도왔지만 수비로 돌아설 땐 측면 수비수로 변신했다. 왜 울산에서 ‘스웨덴의 박지성’으로 불리는지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원래 왼쪽 측면 수비수인 이명재가 중앙으로 이동해 5백처럼 바뀌었다.
예측하기 어려웠던 전술인 만큼 효과도 분명했다. 좌우 측면 뿐만 아니라 하프 스페이스까지 상대가 공략할 공간이 사라지니 전북의 선 굵은 축구가 힘을 못 썼다. 세트피스나 중거리슛이 아니라면 실점 위기도 많지 않았다.
홍 감독은 “풍부한 활동량이나 공·수 모두 능력을 갖춘 루빅손이라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잘 했다”고 칭찬했다. 이에 대해 루빅손은 “사실 공격에 욕심이 났지만 수비 공간을 책임진다는 생각에 힘을 썼다”고 말했다.
울산의 플랜B가 놀라운 것은 오랜기간 준비한 전술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울산 주장 정승현은 “지난달 올스타전 브레이크부터 준비한 전술”이라며 “연습경기에서도 잘 됐기에 자신감은 있었다”고 말했다. 공간을 막는데 초점을 맞춘 만큼 아직 보완해야 하는 약점은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는 평가다.
더군다나 울산의 플랜B는 기존 전술을 그대로 살리면서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전술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울산을 상대하는 팀들의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대목이다. 특히 역습이 주무기인 약팀들에게는 악몽에 가깝다. 홍 감독은 “이 전술을 많이 쓰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무기가 하나 더 생긴 것”이라며 “분위기를 바꾼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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