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중국 리스크에 기준금리 5연속 동결하나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4일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중국 경기가 침체하면 한국의 수출 회복 속도가 더 지연될 수 있어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24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3.5%인 기준금리의 변경 여부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 1월 회의 때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인상한 뒤 지난달까지 4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선 한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최근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불거진 것을 계기로 중국 내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가 부진하면 대중국 수출이 회복되기 힘들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32억1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3%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 10개월째 감소세다.
물가오름세가 진정된 것도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등에 힘입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달(2.7%)보다 내린 2.3%로 집계됐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긴축 선호) 태도는 한은의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공개한 의사록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참석자 대다수는 물가와 관련해 “상당한 상승 위험이 계속 목격되고 있다”고 진단했으며 “이에 따라 추가적인 통화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다음 달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한국과의 금리 차는 2.25%포인트로 더 벌어진다. 이 경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다시 늘어나고 있는 국내 가계부채도 변수다.
이런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한은이 국내 경기를 우선 볼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인상은 국내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중국발 파급의 부담을 완충해야 할 필요성과 국내 가계부채와 유동성을 관리해야 하는 당위성이 대치하고 있다”며 “결국 한은은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연준의 입장을 바라보면서 상황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은이 중국발 리스크를 고려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1~0.2%포인트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제시한 바 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중국 경제가 부진해 우리 수출이 예상만큼 반등하지 못할 것 같다”며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가 소폭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현 수준(3.5%)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 유가의 반등, 곡물가격 상승 등이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으나 중국 측 수요 둔화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어서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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