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의료사고 손해배상액, 필수의료 무너뜨릴 수 있어

박창범 2023. 8. 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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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한 병원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액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건은 다음과 같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가 팔로사징, 부분적 폐정맥이상 등 심장기형질환을 가진 것으로 진단되었다. 이후 추적관찰을 하다가 2014년 1차적으로 심장기형질환에 대한 완전교정술을 시행하였고, 2015년 다시 2차 수술을 진행하였다. 의료진은 우측 개흉술로 가슴을 열어 심장수술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인공심폐기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혈액공급을 위해 삽입했던 대동맥 캐눌라가 갑자기 빠졌고 의료진은 이를 알고 재삽입 및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지만 결국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었다.

아이는 수술 후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영구적인 인지장애 및 언어장애, 미세운동장애 등 발달장애 후유증이 남았다. 아이의 부모는 의료진의 과실로 수술 중 대동맥 캐눌라가 빠져 아이가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게 되었다는 이유로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2심법원은 심장수술도중 대동맥 캐눌라가 빠진 것은 절대적으로 방지해야 하는 사고인데 좁은 수술 시야로 인하여 예기치 못하게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의 수술상 의료과실로 인정했다.

하지만 아이가 출생시부터 선천성 심장기형질환을 가지고 있었으며, 당시 1세에 불과한 소아이기 때문에 대동맥 직경이 좁아 의료진이 매우 좁은 시야에서 수술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고려해 손해배상을 60%로 제한한다며 약 9억원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심장수술 후 영구 발달장애 후유증… "병원 9억 배상" 데일리메디 2023.8.2)

의료계는 손해배상액이 너무 높다고 판결을 비판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비판하기 전에 법원의 손해배상액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이 사건에서 왜 손해배상액이 높은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해자가 불법한 행위를 하였을 경우 피해자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손해배상은 크게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정신적 손해로 나눌 수 있다. 적극적 손해는 사고로 인하여 지출된 비용을 말하며 기왕치료비(이제까지의 치료비), 향후치료비(앞으로 발생이 예상된 치료비), 개호비(타인의 간호나 조력을 받아야 할 경우 이에 대한 비용), 장례비로 나눌 수 있다. 소극적 손해란 사고가 없었더라면 얻을 수 있었는데 사고로 인하여 얻을 수 없게 된 이익이나 소득으로 가장 대표적으로 근로소득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근로소득은 원칙적으로 20세부터 60세까지의 인정되고 있으며 사고당시 근로소득이 있으면 그 소득을 기준으로 정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한건설협회가 조사/공표한 일용노임단가에 따라 결정된다. 정신적인 손해란 정신상의 고통을 금전으로 보상하기 위하여 지급되는 금원으로 흔히 위자료라고 한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1살된 아이이고 영구적인 인지장애 및 언어장애, 발달장애 후유증 등 영구적인 장애로 인하여 적극적 손해인 향후치료비 및 개호비 기간 및 소극적 손해인 장래 소득추정기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이 매우 높게 측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손해배상액 산정방식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손해배상액 산정방식은 같은 의료사고라고 하더라도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높게 책정되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낮게 책정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판결이 계속된다면 의사들은 예측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신생아 및 소아, 청소년들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거나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의대생들은 소아청소년과나 소아흉부외과, 소아외과 등 소위 신생아나 유소아를 다루는 필수의료를 지망하지 않게 되어 해당되는 의사수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즉 합리적인 판결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판결은 의사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일으켜 신생아나 유소아와 관련된 필수의료 자체를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생아나 유아, 소아. 그리고 청소년들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가지고 있는 질병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문제는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가장 좋지만 환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의료사고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신생아, 유아, 소아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높게 측정된다면 의료공급자인 의사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이들에 대하여 수술과 같은 적극적인 치료대신 소극적인 치료를 선택하거나 아니면 이들을 다루는 과를 선택하지 않는 합리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하여 필수의료가 붕괴되는 등 결국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신생아, 유소아와 관련된 의료사고에 대한 배상문제와 관련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heartp@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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