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태 전략 핵심 부상한 한미일, 쿼드·오커스보다 ‘넓고 깊게’ 중국 견제

김유진 기자 2023. 8. 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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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지난 18일(현지시간) 개최된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간 협력 체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축으로 자리잡게 됐다. 미국은 아시아 핵심 동맹국인 한국·일본과의 안보 협력 수준을 ‘준 군사동맹’에 필적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최대 경쟁자 중국의 위협에 대응할 채비를 마쳤다. 안보·경제를 아우르는 한·미·일 협력이 쿼드나 오커스 등을 능가하는 대중국 견제 협의체로 부상해 중국과 각을 세울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정상회의 결과 채택된 ‘캠프데이비드 정신’ 등 3개 문건을 통해 드러난 한·미·일 협력체는 미국이 주도하는 기존 역내 소다자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나 오커스(AUKUS)와 견주어도 위상이 강력하다.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쿼드는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정상회의체로 급이 높아졌지만, 주로 기후변화, 보건, 기술, 사이버 등 비전통 안보 사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4개 회원국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데다 특히 비동맹 노선을 견지해온 인도가 쿼드가 군사적 색채를 띠는 것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안보 공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반면 한·미·일은 역내 안보 위기가 발생할 경우 서로 소통해 대응 조치를 조율한다는 ‘협의에 대한 공약’을 채택하면서 유사시 군사적 공동 대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또한 매년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것 외에도 국가안보실장, 외교·국방·산업장관 간 협의도 최소 연 1회 열기로 했다. 3국 간 각 분야 및 각급의 소통 채널을 정례적으로 가동해 다층적인 협력 매커니즘을 짠 것은 쿼드나 오커스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군사적 측면만 놓고 보면 한·미·일 정상이 채택한 ‘협의 공약’은 정치적 약속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구속력이 부여된 오커스의 ‘협정’보다는 법적 강제력이 덜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보면 한·미·일 협력의 범위와 역할은 오커스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다. 미국·호주·영국이 참여하는 오커스는 핵잠수함 기술 이전을 골자로 하는 군사 부문의 대중국 공조가 주축이라면, 한·미·일은 안보와 경제안보, 기술까지 미·중 경쟁의 전선을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반도체 강국 한·일을 대중 기술견제에 본격 동참시킬 수 있게 됐다. 또한 3국 산업·상무장관회의 및 출범을 검토하기로 한 재무장관회의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한 무역·경제 정책을 조율할 여지도 있다.

중국으로서도 한·미·일의 전방위적 삼각 공조 강화에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미국의 핵심 동맹국 한·일이 미국과 촘촘한 대중 포위망을 구축한 것으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미·일 밀착에 반발한 중국은 북한,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해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심화될 공산이 크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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