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골, 첫 승, 첫 경기…‘코리안리거’들 시동 걸었다
유럽 축구팬들의 주말이 서서히 끓어오른다. 세계 프로 축구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수년간 분투해온 유럽파 코리안리거들이 팬들의 기대에 이르게 응답하면서부터다. 건강을 되찾은 황희찬(27·울버햄프턴)은 골 맛을 봤고, 팀의 과도기 주장 완장을 받은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은 큰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이끌었다. 빅클럽에 입성한 김민재(26·바이에른 뮌헨)도 무사히 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황희찬, 부상 없이 부상할까…시즌 첫 골
황희찬은 19일(한국시각) 영국 울버햄프턴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과 안방 경기에 교체 출전해 0-4로 패색이 짙은 후반 16분 만회골을 쐈다. 코너킥 상황 오른 측면에서 파블로 사라비아가 크게 돌린 크로스를 선 채로 돌려낸 헤더였다. 리그 2라운드 만에 터진 시즌 1호 골이다.
프리미어리그 세번째 시즌을 맞는 황희찬의 도전기는 늘 쉽지 않았다. 첫 시즌 햄스트링 부상으로 49일간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고, 지난 시즌에도 허벅지 통증 등으로 세 차례에 걸쳐 44일을 쉬었다. 결장과 회복의 쳇바퀴 속에서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애를 먹었고, 지난 시즌에는 개막 후 약 다섯 달 만에 FA컵에서 시즌 마수걸이 골을, 리그에서는 일곱 달 만인 27라운드에서야 첫 골을 쐈다.
지난달 출국 전 “최선을 다해 몸 관리를 했지만 부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라면서도 “이번 시즌은 안 다치도록, 부상 없이 좋은 모습 보이겠다”라고 했던 황희찬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가운데 가장 먼저 골을 신고했다. 물론 황희찬의 득점에도 팀은 2연패로 최하위권에 쳐졌고, 이제 고작 두 경기를 치른 만큼 앞길이 아득하다. 다음 경기는 26일 에버턴 방문 경기다.
손흥민, ‘케인 없는’ 토트넘 첫 승리 합작
손흥민은 20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불러들인 안방 경기에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해 팀의 2-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왼쪽 날개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은 팀 내 최다인 키패스 4개(슈팅 1개)를 생산하며 전방을 활발하게 누볐다. 토트넘은 후반전 파페 사르의 선제골과 맨유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자책골을 엮어 3년 만에 맨유전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팀의 상징이자 손흥민의 단짝 파트너였던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을 떠나보낸 뒤 치른 첫 안방 경기였다. 지난 다섯 시즌 동안 일곱 번이나 사령탑을 바꿔가며 과도기를 헤쳐온 토트넘은 올해 가장 중대한 시험대에 섰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신임 감독은 팀 기조를 공격 축구로 재편하는 중이고, 케인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맨유전은 그 희망의 불씨를 지핀 한 판이었다.
새로운 토트넘에서 돋보이는 이들은 개막전 2도움을 기록한 영입생 제임스 메디슨과 중원의 빌드업 축으로 자리 잡은 이브 비수마, 새 수문장 굴리엘모 비카리오 등이다. ‘신임 캡틴’ 손흥민은 이들의 에너지에 방점을 찍는 에이스가 되어줘야 한다. 아직 공격포인트는 없지만 불운과 부진이 겹쳤던 개막전의 악몽을 금세 씻어냈다. 손흥민은 ‘후스코어드닷컴’ 기준 맨유전 평점 7.73점(전체 3위)을 받았다.
김민재, 뮌헨의 벽이 되어…리그 데뷔전
김민재는 19일 독일 브레멘의 베저슈타디온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1라운드 베르더 브레멘과 개막전에 선발 출전해 67분을 소화했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를 제패한 뒤 더 넓은 무대로 도약한 ‘괴물’의 리그 데뷔전이다.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선발 낙점했고, 팀은 김민재가 버틴 수비라인과 케인의 득점포에 힘입어 4-0 대승을 거뒀다. 리그 12연패라는 대기록을 향한 뮌헨의 여정도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한편, 파리 생제르맹(PSG)의 이강인은 20일 리그1 툴르즈 방문 경기에 선발 출전해 51분을 뛰었으나 공격포인트 없이 킬리안 음바페와 교체됐다. 파리는 음바페의 득점에도 1-1로 비기며 리그 2무를 기록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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