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30대 기업 40%, 임금 제자리거나 깎였다

박상영 기자 2023. 8. 2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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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인근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기본급의 6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던 LG디스플레이는 올해에는 성과급이 없었다. 수요 침체로 텔레비전과 노트북, 스마트폰 패널 공급이 크게 줄면서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들은 전년도 실적을 바탕으로 다음해 상반기에 성과급을 책정한다.LG디스플레이는 연초부터 ‘희망휴직’ 신청을 받는 등 자구안을 내놓으면서 직원 수도 1년 전보다 1000명 넘게 줄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둔화에 따른 실적 악화로 국내 매출액 상위 30곳 중 40%인 12개 기업의 올해 상반기 직원 임금이 1년 전과 같거나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진 데다 하반기 대내외 여건도 녹록지 않으면서 임금이 쪼그라든 기업들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조원 적자’ LG디스플레이 상반기 임금 1600만원 줄어

20일 경향신문이 지난해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 LG전자, LG화학 등 8개 기업 임금이 전년 대비 깎였다. 지난해 상반기 이들 기업 중 임금이 전년 대비 줄어든 곳이 2곳에 그친 데 비하면 예년보다 경기부진 여파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의 상반기 임금은 5700만원에서 4100만원으로 1600만원(28.0%) 줄며 임금이 가장 크게 감소했다. 이어 LG전자(-800만원, 13.3%), SK하이닉스(-800만원, 9.8%) 순으로 임금 감소 폭이 컸다.

이들 회사의 임금이 줄어든 데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 따른 성과급 감소 영향이 컸다. 2021년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2022년 초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했던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성과급이 대폭 줄었다.

2021년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기본급의 1000%(연봉 50%)나 지급했던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올해는 기본급의 820%(연봉 41%)로 깎였다.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1조8984억원의 적자를 냈다. LG전자도 TV 수요 부진 여파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업황 부진으로 임금이 전년 대비 소폭 줄었다.

삼성전자, LG이노텍, 롯데쇼핑, GS건설 등 4곳은 지난해와 상반기 임금이 같았다. 사업보고서상 성과급을 연말에 지급하는 삼성전자는 올해 실적 부진으로 하반기에는 임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반도체 부문에서만 8조9400억원 적자를 냈다.

주요 대기업 상반기 임금 추이 (단위 : 만원)
조선·이차전지 나홀로 호황···하반기에도 임금 격차 뚜렷

반면, HMM과 LG에너지솔루션 등은 임금이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10조원이 넘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낸 HMM은 올 초 성과급으로 월 기본급의 600%를 지급해 상반기 임금이 3700만원에서 79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둔 LG에너지솔루션도 올 초 평균 기본급의 87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5400만원에서 7100만원으로 올랐다. 고유가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에쓰오일은 상반기에만 1억400만원의 임금을 받았다. 다만, 올해 해운·정유사 실적 부진이 예상됨에 따라 이들 기업이 내년에도 이 같은 규모의 성과급을 유지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경기둔화 영향으로 임금 감소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올해 성과급에 영향을 미치는 상반기 영업이익은 대부분 기업이 반토막이 난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8일 올해 3분기 ‘경제 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연내 경기 부진 흐름을 반전시키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주요 기업의 수출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특히 중국의 최근 경기둔화가 현실화되는 점도 부담이다.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단가가 하락세인 데다, 중국 내 산업생산 회복이 지연되면서 대중국 수출액은 7월 9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1% 감소했다. 8월에도 대중 수출은 25.9% 줄며 15개월째 뒷걸음질 친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 경기둔화에 미·중 갈등까지 격화되면서 올 4분기로 예상했던 반도체 경기회복 시점이 내년 1분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며 “자동차와 2차전지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산업은 하반기에도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임금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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