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위기 금융권으로 확산…‘중국판 리먼 사태’ 우려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사태에서 시작된 부동산 위기가 중국 금융권으로 번지고 있다. 부동산개발에 투자한 중국의 신탁회사 중룽이 환매를 중단하면서 ‘중국판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자산운용사 중룽국제신탁(中融)의 환매 중단 사태를 언급하면 이같이 보도했다. 중룽국제신탁은 금융그룹 중즈그룹 계열사로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액이 1080억달러인 중국 10대 신탁회사다.
중룽국제신탁은 최근 수십개의 투자신탁 상품의 이자 및 원급 환매를 중단했다. 중룽국제신탁의 펀드 4개에 돈을 맡긴 상장사 3곳의 거래소 공시로 드러난 환매 중단 피해액만 1400만달러(188억원)에 달한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투자금을 지급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항의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중국의 신탁회사들은 그동안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조달원 역할을 해왔다. 중룽국제신탁도 신탁자금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구위안의 디폴트 사태와 맞물려 중룽그룹의 환매 중단은 중국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을 키우고 있다.
가베칼리서치의 샤오시 장 연구원은 “중룽의 모회사인 중지그룹은 ‘블랙박스’나 마찬가지”라며 “정기 공시도 하지 않는 비상장사이다 보니 일부 투자자는 그들이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조차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우려되는 점은 중국의 금융시스템 건전성을 위협하는 ‘리먼 모먼트’가 손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규제당국의 경계로 실제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라고 평가했다.
노무라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신탁 펀드의 부동산 섹터 위험노출액이 현재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태”라며 “신탁 펀드들이 금융시장에 더 많은 위험노출액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금융시장으로의 전이 위험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부동산은 지방정부의 가장 큰 재원이다.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지방정부의 재원 고갈→재정지출 감소→경치침체에 따른 실업 증가 → 금융위기 가능성 확대 등 악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2021년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뒤 경영난에 빠졌던 헝다그룹(恒大)이 미국에서 판산보호를 신청한 것도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파산보호법 15조(챕터15)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챕터15는 외국계 기업이 회생을 추진할 때 미국 내 채권자들의 채무 변제요구와 소송으로부터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다. 헝다는 중국에서는 아직 파산보호를 신청하지 않았는데, 해외 채무부터 조정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 “2021년 헝다그룹을 시작으로 자자오예, 녹지그룹 등 부동산 기업들의 부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부동산 구매 제한 철폐, 인민은행의 정책 금리 인하 등 부양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공급 과잉과 매수 심리 저하, 구조조정을 통한 부동산 시장 경쟁 강도 완화의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부채 부담이 높고 경쟁력이 낮은 부동산 기업의 신용 이벤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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