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버틴 크린랲마저 쿠팡 품으로 ...'반쿠팡 연대' 봉합 신호탄되나

유엄식 기자, 김민우 기자, 김성진 기자 2023. 8. 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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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린랲, 쿠팡이 요구한 '직거래' 형태 수용...갈등 중인 다른 제조사들 고심 커질 듯
서울 송파구 잠실동 쿠팡 본사 전경. /사진제공=뉴스1

국내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로 부상한 쿠팡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2019년 납품 거부 사태로 소송을 치른 위생랩 1위 업체 '크린랲'도 결국 4년 만에 쿠팡과 화해를 선택했다. 납품 방식도 당초 쿠팡이 제안한 '직거래'로 가닥이 잡혀 사실상 쿠팡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때 시장 점유율 90%를 넘었던 독점 형태의 제조사마저 쿠팡의 유통 경쟁력을 인정한 셈이다.

이번 결정이 납품 단가 문제로 쿠팡과 갈등 중인 '반(反)쿠팡 연대'에 포함된 다른 제조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크린랲, 쿠팡 '본사 직거래' 요구 수용...4년 갈등 봉합
쿠팡은 20일 "생활용품기업 크린랲과 직거래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크린랩을 비롯해 크린백, 크린장갑 등 크린랲의 인기 상품 40여 종을 쿠팡 로켓배송으로 구입할 수 있다.

1983년 설립한 크린랲은 국내 최초로 폴리에틸렌 재질의 '무독성 랩'을 개발한 제조 업체다. 주력 제품인 '크린랲'은 누적 판매량 2억1000만개가 넘어 국민 비닐랲으로 불린다. 이 회사는 2015년 국내 시장 점유율이 약 90%로 경쟁 상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독보적인 존재였다.

앞서 쿠팡은 크린랲 가맹점(대리점)으로부터 제품을 직접 매입해서 유통망에 공급했다.이후 쿠팡은 비용 절감을 위해 크린랲 본사에 직거래를 요구했다. 하지만 크린랲 본사는 이 제안을 거절했고, 쿠팡은 이를 이유로 기존 대리점과의 직매입 거래를 중단했다.

크린랲은 쿠팡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지만, 공정위는 2020년 쿠팡이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크린랲은 또 2020년 8월 쿠팡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1년 12월 1심, 2022년 9월 2심 판결에서 모두 패소했다.

쿠팡과 결별한 뒤 크린랲의 시장 영향력은 점차 약화됐다. 쿠팡에 비닐랩을 납품한 다른 중소업체들이 판매량을 꾸준히 늘려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크린랲의 최근 시장 점유율은 약 70%대로 추정된다. 회사가 최고 전성기였던 시기보다 약 20%포인트 가량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사례가 쿠팡의 막강한 시장 영향력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크린랲이 쿠팡에 소송을 제기한 시기는 쿠팡이 이커머스 1위가 아니었다"며 "쿠팡이 빠르게 성장하고 고객도 늘면서 사실상 크린랲 측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 시장 거래액 기준 점유율은 쿠팡이 21.8%로 가장 높다. 2위는 네이버로 점유율은 20.3%다.

크린랲은 대기업은 아니지만 위생랩 분야에선 수 십년째 1위를 달리는 업체로 쿠팡과 대등한 위치에서 맞섰다. 그러나 결국 강대강 대치에서 한발 물러나 화해의 길을 선택했다. 크린랲은 지난 6월 14일 쿠팡에 제기한 '상표권 분쟁' 소송을 취하했다. 쿠팡에 '크린랩'을 검색하면 타사 상품이 상위에 노출되는 점, 쿠팡이 자체 제작한 랩 겉면에 크린랲 포장과 유사한 디자인이 사용된 점을 문제삼았고 법원이 이를 인정해 쿠팡에 20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직거래 재개를 앞두고 전격 취하한 것이다.
반쿠팡 연대 봉합 신호탄될까...업계에선 의견 분분
현재 쿠팡은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과 코카콜라를 생산하는 LG생활건강 등 대기업과 납품 단가 협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쿠팡이 지난해 말 로켓배송에서 햇반을 제외하자, CJ제일제당은 신세계그룹, 컬리 등 쿠팡의 경쟁사와 손잡고 '반쿠팡 연대'를 꾸렸다. 또 지난해 12월 네이버가 선보인 지정일 배송 서비스 '도착보장'에도 햇반 등 주력 가공식품을 입점시켰다. LG생활건강도 2019년 공정위에 쿠팡을 신고한 뒤 4년째 생활용품과 코카콜라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갈등 국면에서도 쿠팡의 실적은 개선되는 추세다. 쿠팡은 올해 2분기 실적은 매출 7조6749억원, 영업이익 194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2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최대치이며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대형 제조사와의 갈등이 실적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 쿠팡과 크린랲의 거래 재개가 납품가 갈등을 겪는 다른 제조사와의 갈등을 봉합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대규모 유통망을 확보하고 유통 대기업과 손잡은 CJ그룹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쿠팡 관계자는 "더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도록 파트너사와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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