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면 구해요"…여전히 낮은 '프로포폴' 장벽

권효중 2023. 8. 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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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가해자 신모(28)씨가 운전대를 잡기 전 여러 차례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그에게 약품을 처방해준 의사들로도 수사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여전히 각종 시술 시에는 '수면마취'가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의료용 마약인 프로포폴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온라인 검색을 통하면 의료진의 처방전이 없어도 프로포폴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만큼 '진입장벽'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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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한 병원에서만 11차례 투약
"'마약 쇼핑' 정황 뚜렷…의사가 '약물 운전' 방조한 것"
강남·압구정서 접근성 높아, 텔레그램서도 '거래 가능'
"마약에 준하는 수준의 감시·수사 체계 구축해야"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가해자 신모(28)씨가 운전대를 잡기 전 여러 차례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그에게 약품을 처방해준 의사들로도 수사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여전히 각종 시술 시에는 ‘수면마취’가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의료용 마약인 프로포폴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물을 복용한 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 행인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신모씨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신씨가 운전하던 롤스로이스 차량에 다친 피해자 A씨 측 법률대리인은 사고 당일 신씨에게 마약류 향정신성 의약품을 주사한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상죄,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 방조,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또 지난 2월부터 신씨에게 처방전을 써준 것으로 알려진 의사 3명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신씨는 피부 시술 때문에 처방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한 병원에서 무려 11차례나 케타민, 프로포폴 등을 투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처방의 적절성 등을 별도로 들여다보고 있다.

A씨측 법률대리인인 권나언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는 신씨의 ‘마약 쇼핑’ 정황이 유력한 상황에도 프로포폴을 처방한 경우 업무상 과실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사고 당일 신씨가 거듭 프로포폴을 투여, ‘마약 쇼핑’을 다닌 것이 유력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투약을 하고, 투약 이후 덜 깬 상태로 운전대롤 잡도록 방조했다면 약물운전 방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압구정 인근에는 신씨가 방문한 병원을 포함해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이 밀집해있고, 쉽게 프로포폴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일부 병원들은 ‘수면마취를 받으면 아픈 시술도 금방이다’라며 마케팅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이데일리가 17일 병원 수곳에 문의해보니 “일정 금액 이상 시술시 수면 마취가 가능하다. 한 달 정도 간격만 있다면 충분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른 병원 관계자는 “프로포폴은 중독성이 없고, 마취과 의사가 전담하기 때문에 ‘오남용’ 걱정도 없다”며 안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포폴은 오·남용이 없다면 안전성 있는 마취 의약품으로 여겨지지만, 연예인과 유명인 등에 의한 과다 투약 사례가 이어지며 국내에서는 2011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해 ‘마약류관리법’에 따른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배우 유아인을 비롯, 최근까지도 병원을 돌면서 중복 처방을 받는 등의 행위는 이어지고 있으며, 유씨에게 프로포폴을 처방한 강남의 한 의사 역시 ‘셀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오남용 조치기준을 벗어난 의사들에 대해 집중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프로포폴과 졸피뎀, 식욕억제제 3종의 경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기준 이상의 처방이 이뤄졌는지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온라인 검색을 통하면 의료진의 처방전이 없어도 프로포폴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만큼 ‘진입장벽’은 낮다. 텔레그램을 통해 접촉한 한 판매자는 “처방전이 있으면 일주일 이내, 없어도 일주일 정도면 구할 수 있다”며 20㎎에 2만원이라는 가격을 제시했다. 판매자는 결제가 문화상품권을 통해 이뤄지며, ‘핀 번호’만 주고받으면 추적에 걸리지 않는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상에서 쉽게 프로포폴을 접하기 쉬운 만큼 전문가들은 마약에 준하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미 불법으로 빼돌리거나, 처방받은 양을 조금씩 모으는 식으로 유통망과 네트워크가 형성됐을 것”이라며 “마약 사건을 수사하는 정책과 연동해 총체적인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효중 (khji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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