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과 완벽을 가늠하는 ‘애프터테이스트’ [박영순의 커피언어]
‘애프터테이스트’(aftertaste)는 아로마(aroma), 산미(acidity), 보디(body), 플레이버(flavor)와 함께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는 5대 지표’로 꼽힌다. 사전적으로는 “음식이나 음료를 삼켰을 때 입안에 남는 맛”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애프터테이스트에 담긴 의미는 그리 간단치 않다. 애프터테이스트를 우리말로 흔히 ‘뒷맛’, ‘후미’, ‘여운’, ‘잔미’, ‘잔향’ 등으로 표현한다. 이 중 ‘여운’은 뉘앙스가 다르다. 다른 4가지는 ‘남겨졌다’는 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반면 ‘여운’은 움직이며 퍼지고 있는 동적인 이미지가 강조된다.
두세 번째 모금에서는 커피를 입안에서 요리조리 굴려가며 촉감과 질감을 체크하는데, 이때는 더 깊은 수준에서 커피의 숨겨진 면모를 파악한다. 개인마다 기호도와 일반적인 선호도까지 감안하는 단계이다. 취향에 따라 크랜베리나 청포도처럼 경쾌한 산미를 좋아할 수 있고 혀에 감기는 듯한 메이플시럽이나 과숙한 복숭아, 구운 파인애플의 묵직한 느낌에 더 많은 점수를 줄 수도 있다.
긍정적인 요소들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모든 단계마다 커피에서는 나오지 말아야 할 결점두의 면모가 감지되지는 않는지 긴장감 속에 존재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결점이 감지된다면, 그 순간 평가를 멈춰야 한다. 한 잔의 완성된 커피에서 결점이 포착되는 것은 “그 커피는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선언이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산지에서는 결점이 있더라도 버려지는 게 아니라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낮게 받는다. 등급이 낮아짐에 따라 값이 떨어져 가치를 낮게 평가받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개인에게 제공되는 한 잔의 커피에서 결점이 발견되는 것은 양해할 여지가 없다. 그것은 썩은 고기나 상한 생선이 버려지는 이치와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향미 평가에서 결점을 포착하는 애프터테이스트는 나쁜 커피들에는 치명적인 순간이다. 동시에 좋은 커피로 인정받고 대접받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와인 평가에서 애프터테이스트는 ‘피니시’(finish)라고 부르기도 한다. 와인에 ‘완성과 완벽성을 부여하는’(to give completeness or perfection to wine) 단계라는 의미이다.
애프터테이스트는 들숨이 아니라 날숨에서 커피의 속성을 파악한다. 이 단계에선 커피가 처음보다는 온도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쓴맛과 신맛이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결점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조건이다. 들숨에서는 향기 물질만 파악하지만, 미각과 촉감을 거친 뒤 비로소 진행되는 날숨에서는 비강 후각(retronasal olfactory) 정보와 미각 및 체성 감각(somatosensatio)이 모두 결합하기 때문에 맛을 종합적, 최종적으로 판단하기에 적절한 것이다. 향미 평가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끝이 좋으면 다 좋아’를 떠올리며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애프터테이스터를 대할 일이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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