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하한가 주범’ CFD… 9월부터 서비스 재개

정현진 기자 2023. 8. 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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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 증권사 중 9곳 서비스 재개 확정
주식 세율 저렴해 고액 자산가에 인기

여러 국내 증권사가 한동안 중단했던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 재개를 앞두고 있다. CFD가 지난 4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증권사들은 CFD의 신규 계좌개설과 신규 거래 등을 중단해 왔다. 금융당국이 CFD 관련 규정을 대폭 손질하면서 규제가 강화되자, 증권사들이 CFD 서비스를 사실상 폐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고액 자산가 고객을 중심으로 CFD 수요가 계속됐고, 이에 증권사들이 서비스 재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전 CFD 서비스를 제공하던 국내 증권사는 총 13곳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13곳 가운데 9곳이 CFD 재개를 확정했다. 이 중 재개 시점을 9월 1일로 확정한 곳은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교보증권이다.

신한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도 9월 중 서비스를 재개할 방침이다. KB증권, 하나증권, 유진투자증권은 서비스를 재개할 예정이지만, 정확한 시점에 대해선 논의 중이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은 재개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은 지난 6월 증권사 최초로 서비스를 아예 종료한다고 밝혔다.

그래픽=손민균

◇ 고강도 정비 방안에 운영 부담↑, 투자자 규모↓ 예상

CFD 서비스를 재개하는 증권사들은 강화된 CFD 규정에 맞춰 시스템을 정비하느라 분주하다. 앞서 지난 5월 말 금융당국이 발표한 CFD 규제 보완방안에 따라 관련 규정이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행정지도로 관리했던 최소 증거금률 40% 규제를 상시 적용하기로 했다.

또 금융당국은 CFD 취급 규모를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시켰다. CFD는 증거금 40%만 납부하면 차입(레버리지)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용융자와 유사하다. 지금까지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신용융자에만 적용해 왔으나 강화된 규정에 따라 앞으로는 CFD를 포함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은 CFD에 따른 주식 매매 시 실제 투자자 유형을 표기하고, CFD 전체 및 개별종목별 잔고를 투자 참고 지표로 공시하도록 했다. 레버리지 투자자금이 얼마나 유입됐는지 투자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개인전문투자자가 CFD를 통해 주식을 매매할 경우 투자 주체가 외국계 증권사로 잡혔다. 이에 수급 착시 현상뿐 아니라 반대매매가 일어날 경우 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융당국의 CFD 규제 보완 방안이 발표되자 증권사들이 CFD 서비스를 전면 중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증권사의 CFD 서비스 운영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가, 투자자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위험 장외파생상품인 CFD는 전문투자자만 가입할 수 있는데, 당국의 규제로 개인전문투자자 요건이 강화됐다. 요건 중 하나인 월말평균잔고 기준이 기존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6배 늘어난 것이다. 이에 당국은 현재 개인전문투자자의 22%만이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또 개인 전문투자자 지정을 유도하기 위해 증권사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모든 권유행위도 전면 금지됐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5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차액결제거래(CFD) 규제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제공

◇ 고액 자산가 놓칠 수 없는 증권사들… CFD 서비스 재개 방침

그럼에도 증권사들이 CFD 서비스를 재개하기로 한 것은 고액 자산가 고객 중심으로 CFD 수요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보완방안에도 CFD 상품 특성 상 기초자산의 소유권은 개인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가 갖게 되는 점은 변함이 없다. 사실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개인투자자임에도, 해당 주식은 외국계 증권사가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인식된다는 의미다.

이에 개인 CFD 투자자는 주식 관련 양도차익 과세를 회피할 수 있다. 2021년부터 CFD를 활용해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 11%의 양도소득세율이 적용되고 있지만, 종합소득세 대상이 아니고 대주주 양도세에서도 제외된다. 특히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면 22%의 양도세가 부과되지만, CFD 계좌를 통하면 11%의 세율이 적용된다. 또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대주주의 지분 공시 의무도 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은 여전히 CFD를 선호한다. 증권사도 CFD 서비스로 고액 자산가 고객을 확보한 뒤 WM(자산관리) 등 다른 서비스로 자금을 유입할 수 있다.

CFD 서비스 재개를 앞두고 최소 증거금률 소급 적용 여부에 관해 증권사들은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은 2021년 10월 이전 계좌에 대해서는 증거금률 기준 상향을 소급적용하지 않는다. 반면 NH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이를 소급 적용해 모든 계좌에 대해 종목 증거금률 40% 기준을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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