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너희까지?”…아베의 ‘닷사이’ 정대만의 ‘준마이긴조’
5월 출시된 ‘아사히 생맥주’ 여전히 품귀
사케도 덩달아 인기…곳곳서 마케팅 공세
한때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일본 맥주 수입량이 지난달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에 출시된 지 100일도 훨씬 넘은 맥주가 아직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고, 재고가 입고될 때마다 예약 손님들이 각 소매점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통의 술 사케의 돌풍도 만만치 않다.
20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일본 맥주 수입량은 7895t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보다 239.0% 증가한 수준이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동월 기준 사상 최대치이기도 하다. 2위 수입국(중국, 3141t)과 4000t 이상 격차를 벌렸다.
지난달 수입량은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반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등 수출 규제에 나선 2019년 7월(5132t)보다도 53.8% 많다. 수출 규제 바로 직전 해인 2018년 동월(7281t) 규모도 웃도는 수준이다.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수입액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액은 677만5000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81.9% 늘어났다. 동월 기준으로는 지난 2017년 7월(706만8000달러) 수입액 다음으로 역대 가장 큰 규모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품절대란’을 일으키고 있는 신제품 ‘아사히 생맥주캔’이 올해 5월 초 국내에 출시됐는데 그 수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여름철이 맥주 성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2~3분기에도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점쳐진다.
관련 업계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노재팬’의 직격탄을 맞았던 일본 맥주가 되살아난 게 해외여행 동향과 맞물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10월 일본 정부의 외국인 관광객 무비자(사증 면제) 입국 허용을 계기로 일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전반적으로 커졌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4년여 전에 활발했던 노재팬이 올해에도 이어지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데다 일본 관광을 다녀온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산 수제맥주 등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시장 동향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사케 등 일본산 발효주의 수입량은 ▲2020년 1771t ▲2021년 2590t ▲2022년 4174t 순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전월까지 2851t을 수입, 연간 수입량이 전년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2019년 수입량은 3789t이었다.
맥주 중에서 아사히 생맥주가 인기라면 최근 사케 중에서는 야마구치현의 시골 양조장 아사히주조(旭酒造)에서 생산한 ‘닷사이’가 면세점을 중심으로 인기몰이하고 있다. 닷사이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대접한 술로 유명하다.
또 올해 초에는 후쿠오카현 미이노고토부키 양조장에서 제조된 ‘미이노고토부키 준마이긴조’가 품절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명 ‘정대만 사케’로 불리는 이 술은 만화 슬램덩크가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한 뒤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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