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 넘었는데 사장이 리모컨 안 줘"…이제 '에어컨 갑질'까지

직장갑질119 조사 '폭염 속 에어컨 갑질'
"더워서 못 다녀" 사장과 언쟁 후 해고 사례도

자료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푹푹 찌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에도 에어컨을 못 켜게 하는 이른바 '에어컨 갑질' 사례가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오늘(20일) 폭염 속 직장에서 벌어지는 '에어컨 갑질' 사례들을 소개했습니다.

학원강사인 제보자는 "더운 날씨에 에어컨이 고장 난 상태로 7시간 동안 계속 수업 하는 바람에 완전히 탈진했다"며 "원장이 평소에도 돈을 아껴 에어컨을 고쳐줄 것 같지 않은데 제가 보호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문의했습니다.

또 한 사무직 직장인은 "실내온도가 30도를 넘어가는데 사업주가 에어컨을 못 켜게 하고 리모컨을 자기만 가지고 있다"고 제보했습니다.

다른 제보자는 "최근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어가며 날씨가 너무 더웠는데, 공장에서 습도가 80%가 넘는다고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고 한다", 또 다른 제보자는 "에어컨은 있는데 안 틀어준 지 2∼3주 된다. (대표가) 단체 대화방에 전기요금 많이 나온다는 글을 올렸다"고 전했습니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사장이 사무실 에어컨을 고쳐주지 않아 약간의 언쟁이 있었고 10일 후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냉방 요구가 해고로 이어지는 황당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사용자가 에어컨 조작 권한을 독점하거나, 전기요금 부담을 언급하는 식으로 이른바 '에어컨 갑질'을 했다는 겁니다.

자료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산업안전보건법 제 51조와 제 52조에 따르면, 심각한 폭염으로 인해 열사병 등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 예방 가이드'에 따르면 작업자가 일하는 장소의 온·습도계 확인, 35도 이상일 때 매시간 15분 휴식 제공, 무더운 시간대(14~17시) 옥외작업 중지 등이 지켜져야 합니다.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열사병 예방을 위해 실내 노동자도 야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10~15분 이상 규칙적으로 쉬도록 권장하고 있는 겁니다.

박혜영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에어컨 가동을 포함해 작업장 온도는 노동자 생명 안전에 직결되는 중요한 권리"라며 "폭염 속에 일하는 노동자는 각종 질병이나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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