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3분 20초 연설→멘붕→눈물' 안익수 감독 자진사퇴 숨 가빴던 막전 막후, FC서울 변화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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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안 감독은 "FC서울이 더 발전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과의 약속이자 내 마음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 부임 후 최선을 다했다. 추구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중도하차한다. 내 능력이 부족해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한다. 추구했던 바를 이루지 못하고 중도하차하게 돼 그동안 성원해주신 모든 분께 죄송하다. 다만, FC서울이라는 팀은 앞으로도 계속 한국 축구를 선도하고, 우리 사회에 건강한 메시지를 전파하는 책임을 가져야 하는 팀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멀리서 마음으로 수호신이 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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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제가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안익수 FC서울 감독(58)이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결심한 듯 한 단어, 한 단어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제목은 '사퇴의 변'이었다.
FC서울은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7라운드 홈경기에서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서울은 상대의 자책골, 김신진의 프리킥 득점을 묶어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막판 뒷심에서 무너졌다. 후반 36분 대구 에드가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쳤다. 서울(10승9무8패)은 5경기 연속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서울 관중석에 커다란 걸개가 걸렸다. 'NO WIN, NO VALUE'. 동시에 '안익수 나가!' 사퇴 콜이 울려 퍼졌다. 그라운드에 서 있던 안 감독은 감정이 격해진 모습이었다. 옆에 있던 코칭스태프가 안 감독을 막아 세웠다. 그게 오후 9시30여분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15분여 뒤 안 감독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평소와 다름 없었다. 그는 경기 총평부터 앞으로의 계획까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바로 그 순간, 안 감독이 "제가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라고 했다. 그는 태블릿PC를 켜고 "제가 준비한 부분을 좀 읽겠습니다. 제목은 그냥 사퇴의 변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구단 관계자들은 당황한 듯했다. 관계자는 다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기록지를 준비하던 또 다른 관계자는 얼어붙었다.
안 감독은 "FC서울이 더 발전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과의 약속이자 내 마음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 부임 후 최선을 다했다. 추구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중도하차한다. 내 능력이 부족해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한다. 추구했던 바를 이루지 못하고 중도하차하게 돼 그동안 성원해주신 모든 분께 죄송하다. 다만, FC서울이라는 팀은 앞으로도 계속 한국 축구를 선도하고, 우리 사회에 건강한 메시지를 전파하는 책임을 가져야 하는 팀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멀리서 마음으로 수호신이 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어나가길 반복했다. 3분20초간 사퇴의 변을 밝혔다. 안 감독은 고개를 숙인 채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확인 절차를 거쳐 말씀 드려야할 것 같다. 지금 당장 말씀 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대표, 단장 모두가 기사를 통해 안 감독의 사퇴를 확인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도 다급했다. 대구 선수들도 뒤늦게 관련 소식을 듣고 당혹감을 표했다. 서울은 이례적으로 서울 선수들의 충격을 감안해 인터뷰 자제를 요청했다. 무거운 분위기 속 안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취재진과 악수한 후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서울 선수들은 그 뒤로도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후 10시40분, 선수들이 버스 탑승을 위해 이동했다. 비욘존슨과 오스마르 등 외국인 선수 일부만이 가족과 가볍게 인사했다. 지동원 나상호 등 국내 선수들은 입을 꾹 다문 채 발걸음을 옮겼다. 김주성은 고개를 푹 숙인채 훌쩍이며 떠났다. 믹스트존에는 김주성의 울음소리만 울렸다. 라커룸에서 마지막으로 나선 이태석도 울음을 참지 못했다. 코칭스태프에 안겨 눈물을 닦아냈다.
사령탑이 중도 사임한 서울은 27일 선두 울산 현대와 격돌한다. 현 상황에서 대안은 없다. 김진규 코치의 대행 체제 가능성이 높다. 최근 5경기 '부진의 늪' 속 서울의 변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상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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