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전 벌써 풍랑?…“수도권 위기다” vs “배 침몰 고객 승선 안돼”

공천실세 이철규 ‘승선’ 발언 후폭풍
“원론적 이야기” 해명에도 일파만파
윤상현·하태경 “수도권 위기론” 주장
총선 전 당 내홍 커지나 우려 목소리도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이 지난 6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 한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16일 의원총회 비공개 회의 발언)

“당이라는 배가 좌초되거나 어려워지면 누가 가장 먼저 죽는지 아는가. 당 지도부에 있는 의원이 아니라 우리 수도권 의원들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18일 SBS라디오 ‘정치쇼’ 발언)

‘비윤’(비윤석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여당 ‘수도권 위기론’이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공천 실세’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급기야 자당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군기 잡기’에 나서며 입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다만 ‘친윤’(친윤석열) 지도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비윤 의원들은 계속해서 쓴소리를 이어갔는데, 당 내홍으로 번질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18일 여권에 따르면 이 사무총장의 ‘승선 불가’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특정인을 저격한 것이 아니다” “원론적인 차원에서 말한 것이다”는 이 사무총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발언 수위가 높았다’는 평가다.

한 여권 인사는 “이 사무총장의 발언 수위가 평소보다 좀 셌다”며 “이 사무총장 본인 의지로 말한 것인지, 아니면 지도부 논의를 통해 경고성 발언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작스러운 발언이긴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부로서는 ‘수도권 위기론’이 자꾸 언급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총선 전 당내에서 내홍이 일지 않게 잘 다스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 사무총장의 입단속이 이해된다”면서도 “수도권 의원들 입장에서도 내년 총선에서 질까 봐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무총장의 경고성 발언이 자칫 당 내홍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운데), 박대출 정책위의장(왼쪽), 이철규 사무총장(오른쪽)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앞서 이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향해 “타고 있는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 못 한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이자, 이 사무총장은 “최근 의원들 몇 분이 방송에 나가 우리 당을 폄훼·조롱·모욕을 한 데 대해 다른 의원들과 당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며 “같은 당 구성원으로서 그런 모욕과 조롱을 하지 말라는 당부의 이야기였다”고 해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자신의 휴대전화 속 당원들의 문자 메시지를 직접 취재진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이 사무총장은) 당의 입장을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직책을 가진 분이다. 총장 입장에선 당연히 해야 할 이야기”라며 이 사무총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이 사무총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비윤계·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수도권 위기론’을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지난 6월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경제 분야에 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윤상현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수도권 위기론’을 재차 꺼냈다. 윤 의원은 “당에 대한 충정으로 말씀드린 거다. 당을 폄훼하거나 조롱할 의도가 전혀 추호도 없다”며 “당이라는 배를 좌초시키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당이라는 배가 잘못 좌초되거나 어려워지면 누가 가장 먼저 죽는지 아나. 우리 수도권 의원들이다”라며 “그래서 누구를 기분 나쁘게 할 그런 마음으로 한 게 아니라 당에 대한 진정성으로 얘기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태경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를 수리하는 쓴소리와, 배를 침몰시키는 막말과 악담을 구분 못 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며 윤 의원에 힘을 실었다.

하 의원은 “민주당이 국민에게 외면당한 것도 당내 쓴소리를 전부 틀어막았기 때문”이라며 이 사무총장의 경고성 발언을 지적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