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보호하려 들지 않는 시스템의 문제 [김동진의 다른 시선]

김동진 페페연구소 대표 2023. 8. 2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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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아동을 즉각 교실에서 분리시키는 해외와 대비돼
‘여자가 하기에 좋은 직업’이란 인식, 교사의 사회적 저평가 초래하기도

(시사저널=김동진 페페연구소 대표)

8월12일, 서울 도심에서는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의 집회가 열렸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검은 옷의 행렬은 종각역부터 을지로입구역까지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었다. 7월18일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사망 사건 이후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의 4번째 집회였다. 폭염의 뙤악볕 아래에서든 빗속에서든 검은 옷의 교사들은 여전히 전국에서 모여들었고, 지난 4차 집회에는 6개 교원단체도 참여했다.

8월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교사와 학생을 위한 교육권 확보를 위한 집회에서 한 교사가 사망한 서이초 교사 유가족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 자살률, 일반인의 2.5배

그런데 이번 4차 집회에서는 서이초 교사뿐 아니라 추모해야 할 대상이 늘어났다. 2021년 6월과 12월 경기도 의정부시의 호원초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2명의 교사, 그리고 알지 못하는 교사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서이초 교사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교사들이 참고 견뎌야만 했던 학부모 갑질 및 악성 민원 등의 문제, 그 과정에서 교사를 보호하지 않는 학교 시스템의 문제 등이 공론화되면서 동시에 그동안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 일반인이 몰랐던, 자살한 교사들의 사례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기자회견장에서는 6개월 전에 자살한 젊은 여성 기간제 교사의 아버지가 눈물로 진상 규명을 요청했다. 또한 2년 전, 의정부의 호원초에서는 당시 각각 23세와 25세였던 여성과 남성 초임교사가 6개월 시차를 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해당 교사들은 교대를 졸업하고 처음 발령을 받은 4·5년 차 교사였으며, 같은 학교에서 모두 5학년 담임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최근 6년간 재직 중 사망한 교사들의 11%가 자살로 인한 사망인 것으로 밝혀졌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의 통계인데, 2021년 기준 한국인 전체 사망자 중 자살 비율이 4.2%인 것에 비하면 교사들의 자살 비율이 2배 이상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교직은 '여자가 하기에 좋은 직업'으로 간주된다. 교대 및 사범대에 진학하는 학생 대다수가 여학생들인데, 대체로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 성실성을 갖추고 있으며 어릴 때부터 부모·선생님 등 어른들의 말에 잘 따르는 특성의 여학생이 또한 많다. 교대 및 사범대에 진학하게 된 경로를 살펴보면 교육에 뜻이 있고 사명감을 갖고 있기에 진학한 경우도 있지만, 또 많은 경우는 부모님의 권유로, 여자가 하기에 좋은 직업이라고 해서 등의 이유도 있다.

그러나 소위 '여자가 하기에 좋은 직업'이란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우리 사회의 성 역할 고정관념과 편견이 응축된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사가 여자가 하기에 좋은 직업이란 의미는 방학이 있고, 다른 일반 사무직에 비해 퇴근시간이 이르고 야근할 확률이 거의 없어 좋다는 의미다. 이런 근무환경이 특히 여성에게 좋은 이유는 다름 아니라 기혼 유자녀 여성의 경우,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자녀 육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좋다는 가정에서 나온다.

탄력적 근무 혹은 유연한 근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는 교직의 특성은 사실상 육아(돌봄노동)와 가사노동은 여성이 할 일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해 있는 셈이다. 남성에게는 '교사란 남자가 하기에 좋은 직업이다'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여성 교사들은 사실상 그 어느 직종에 종사하는 기혼여성보다도 돌봄노동과 가사노동을 가장 많이 담당하며 살아가는 구조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우리 사회에서 '가르치는 일'이 어떻게 여겨지고 있는지 또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어린 아이를 가르치는 일이란 돌보는 일로 여겨지며, 전통적으로 가정 내에서 육아가 여성의 몫이었듯이, 가정 밖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여성의 일이므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사회경제적 가치가 그다지 높지 않은 일로 치부되고 있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이 '여성화'되는 경우, 특히 여성이 하는 돌봄노동이나 가사노동과 관련되는 일인 경우 사회적으로 저평가된다.

오랜 기간 미국 여러 대학의 강의실을 연구한 교육학자인 프란시스 마허 교수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분야의 고전인 그의 저서에서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교육과 교육학 모두 여성의 영역으로 젠더화되었다"고 말한다. 즉 교육과 교육학은 많은 시간에 걸친 연구와 개선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이라기보다는,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운 영역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학 교수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대해 진지하고 심각하게 서로 말하지 않는다. 주로 여자들이 하는 일이기에 직관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겨지는 가르치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 그 주제로 대화하는 일조차 필요치 않다는 암묵적인 문화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민원대응팀, 교사 업무만 더 가중시킬 뿐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4차에 이르는 교사들의 집회에서 들려온 목소리 중 하나는 교사를 보호하려 들지 않는 학교 관리자 및 학교를 둘러싼 교육 시스템의 문제다.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 문제는 특히 경험이 적은 초임 교사들에게는 대처하기가 더 어려운 문제로 다가온다. 그러나 직장으로서의 학교에서는 이와 관련한 공론장이나 어떤 시스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악성 민원 문제는 개별 선생님이 알아서 잘 처리해야 할 일로 치부된다.

이는 외국의 사례와 매우 비교되는 경우다. 예컨대 수업을 방해할 만큼의 행동을 보이는 아동이 있을 경우 즉각 교실에서 분리 조치가 되어 교장실로 데려가며, 학부모는 소환되고, 교장이나 교감 같은 학교 관리자와 학교심리상담사, 교사 및 학부모가 함께 해당 아동이 어떻게 문제행동을 하지 않고 학급에 잘 통합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는 절차가 있는 외국의 경우와 비교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다수의 교사는 학부모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이 속한 학교라는 직장에서 교장·교감 같은 관리자 혹은 시스템 중 어떤 것에서도 자신이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없다고 말한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보호 대책으로 나온 학교의 민원대응팀 신설안과 관련해서도 교사들은 교장 주관으로 신설되는 민원대응팀이 이미 과중한 교사의 업무만 더 가중시킬 뿐이며 갈등 해결에 효과적이지 않으므로, 교육청 아래 신설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있었던 각종 교권 침해 사례가 터져나오고 교권 보호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교권 보호를 위해 현재의 제도를 변화시켜가는 과정은 탁상공론 행정으로 할 것이 아니라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며, 교사들을 의사결정 과정에 포함시키는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는 교직은 더 이상 여자에게도, 남자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좋은 직업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제도적 개혁이든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학생을 교육하는 일을 가장 잘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때, 교직이 모든 인간에게 좋은 직업이 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상상해 본다.

김동진 페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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