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천연가스 뽑고 탄소는 다시 매장… 호주 다윈 LNG 터미널
동티모르 바유운단 가스전 저장소 활용
SK E&S 바로사 가스도 탄소 없애 국내로
지난 16일(현지 시각) 호주 노던테리토리(Nothern Territory·북준주) 인근 약 200만㎡(약 60만평) 부지에 위치한 다윈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 가스 생산 설비가 빼곡한 터미널은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묵직한 소음과 함께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크 달리 다윈LNG터미널 총책임자는 “연간 약 360만톤(t)의 천연가스가 이곳에서 처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연간 LNG 소비량 약 4500만t(2021년 기준)의 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날 다윈LNG터미널로 가면서 본 풍경은 호주 남부 지역과는 사뭇 달랐다. 풍부한 자원으로 알려진 지역답게 길가에는 ‘Natural gas available here(천연가스 생산 가능)’이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이 꽂힌 부지가 자주 눈에 띄었다. 건조한 날씨 탓에 밑동이 검게 그을린 나무들을 지나, 터미널이 가까워지자 아열대에서 서식하는 맹그로브 숲이 끝없이 펼쳐졌다.
다윈LNG터미널은 2005년부터 약 500㎞ 떨어진 동티모르 해상에 위치한 바유운단(Bayu-Undan)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각국으로 수출해 왔다.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는 바유운단 가스전과 터미널로 이어지는 대규모 탄소포집저장(CCS) 플랜트를 구축해 오는 2025년부터는 CCS 기반의 저탄소 LNG 수출 허브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SK E&S가 유일하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리차드 행클리 산토스 청정에너지 및 CCS 개발 총괄 담당이사는 “다윈 LNG 터미널 프로젝트는 CCS의 미래가 될 것”이라며 “터미널 내부에 설비를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다른 CCS 프로젝트들보다 빠르게 상업화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개발 중인 바로사 가스전에서 뽑은 천연가스도 터미널로 이송한 뒤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하고, 다시 파이프라인을 통해 바유운단 가스전으로 보내 지하 약 3㎞ 지점에 영구 저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바유운단 가스전은 생산 종료 시점이 임박한 만큼 기존 시설을 개조해 향후 약 1000만t의 탄소를 저장하는 장소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고갈 가스전 개조 방식이나 지중 데이터는 모두 확보된 상태로 동티모르 정부의 최종 인·허가만 남은 상태다. 이르면 올해 연말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동안 프로젝트 발목을 잡아 온 국경통과 CCS 관련 조약인 런던의정서의 처리 과정에 속도가 붙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행클리 이사는 “동티모르는 수입의 95%를 바유운단 가스전에 의존하고 있다”며 “가스 생산이 멈추면 대규모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고갈가스전을 활용한 CCS 사업으로 고용과 수입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에서 동티모르 해상으로 탄소를 이송하기 위해 필요한 런던의정서는 최근 하원에 이어 상원 발의까지 끝난 상태로, 9월 국회가 재개되면 빠르게 통과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호주 다윈에서 북서쪽으로 약 400㎞ 떨어진 해상에 위치한 바로사 가스전은 SK E&S가 지난 2012년부터 10여년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오는 2025년 상업생산이 목표로, 공정률은 60%를 웃돈다. 향후 바로사 가스전에서 우리나라로 도입되는 LNG는 연간 약 130만t으로, 국내 전체 소비량의 3%에 달할 전망이다.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간 200만t 규모의 탄소는 전량 포집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다윈 LNG 터미널 빈 부지에는 탄소 포집 설비 증설 준비가 한창이다. 기존에 운영되는 탄소 포집 시설은 바유운단 가스전에 맞춰진 만큼 얼마 남지 않은 바로사 가스전 상업생산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의 탄소 함량은 18%, 연간 200만t 수준으로 기존 바유운단 가스(6%·연간 60만t)를 웃돈다. 이에 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설비를 추가 설치해 총 18%의 탄소를 완전히 포집한다는 구상이다.
마크 달리 총책임자는 “탄소 포집 방식은 크게 습식, 건식, 멤브레인으로 나뉘는데 새로운 설비는 습식 공정을 적용한 기존 설비와 달리 멤브레인 공정이 적용될 예정”이라며 “아민(amin)이라는 흡수제를 활용해 열을 가한 뒤 탄소를 분리하는 방식이 습식이라면 멤브레인은 여러 레이어의 분리막을 설치해 탄소를 걸러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습식보다 탄소 처리 용량이 크고, 설비가 차지하는 규모도 작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훨씬 경제적”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저탄소 LNG는 다시 국내로 들여와 청정수소 원료로 쓰일 예정이다. SK E&S는 한국중부발전과 충남 보령LNG 터미널 인근에 2026년부터 연간 25만t의 블루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플랜트를 구축하고 있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역시 포집 후 전용 수송선을 통해 바유운단 가스전에 영구 저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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