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내 첫 ‘CCS 기반 LNG 개발’ 시동건 SK E&S…허브 될 다윈 LNG터미널 가보니
바로사 가스전 연계 CCS 프로젝트 진행 중
천연가스 내 이산화탄소 전량 포집해 저장
다 쓴 바유운단 가스전을 탄소저장고로 활용
LNG 130만t 국내 도입해 블루수소 연료로
[헤럴드경제(다윈)=김은희 기자] “지금도 연 60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있습니다. 따로 저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기로 내보내고 있는 거죠. 추후 저장설비만 덧붙이면 CCS(탄소 포집·저장)는 완성입니다. CCS를 구현하기 어렵다고들 하지만…아뇨, 포집도 저장도 기술 장벽은 이미 극복됐어요.” (리차드 힝클리 산토스 호주 북부 및 동티모르 부사장)
지난 16일(현지시간) 찾은 호주 북준주 다윈항 인근의 다윈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에선 크고 작은 탱크와 탑, 파이프 등 각종 LNG 처리설비가 굉음과 함께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약 500㎞ 떨어진 동티모르 해상의 바유운단 가스전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를 가져와 액화시키고 LNG 운반선에 실어 수출하는 게 주 업무다.
연간 약 370만t의 천연가스를 처리할 수 있는 대형 터미널이지만 70만㎡의 너른 부지 절반가량은 여전히 황량한 모랫바닥이었다.
다만 LNG 트레인 옆으로는 CCS 설비 건설을 위한 부지 정비가 깔끔하게 완료돼 있었고 이는 2025년 ‘CCS 기반의 저탄소 LNG 수출 허브’로 재탄생할 다윈 LNG터미널의 내일을 상상하게 했다. SK E&S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참여하는 글로벌 가스전 개발 연계 CCS 프로젝트의 이야기다.
다윈 LNG터미널 프로젝트는 터미널 내 CCS 플랜트를 구축해 천연가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전량 포집해 저장소에 영구히 저장함으로써 저탄소 LNG를 생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SK E&S가 현지 에너지기업인 산토스 등과 함께 수행 중이다.
현재 생산 중인 바유운단 가스전이 연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생산이 완전히 종료되면 이곳 터미널은 다윈 북서부 해상에서 개발 중인 바로사 가스전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취급하게 된다. 이때 고갈된 바유운단 가스전을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전환하고 바로사 가스전에서 뽑은 천연가스를 처리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모아 이곳에 저장할 계획이다.
말하자면 신규 가스전 개발과 동시에 다 쓴 가스전을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전환 활용해 CCS를 기반으로 하는 LNG터미널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SK E&S는 2020년 산토스로부터 다윈 LNG터미널 프로젝트 지분 25%을 인수했고 이에 따라 바유운단 가스전, 바유운단 가스전과 다윈 LNG터미널 사이에 연결된 파이프라인, 다윈 LNG 액화플랜트 지분을 25%씩 확보하고 있다.
이미 LNG 플랜트가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사실상 저장과 관련된 설비만 추가하면 CCS 플랜트는 완성이다. 바유운단 가스전과 다윈 LNG터미널을 잇는 가스 운송관을 이산화탄소 운송관으로 개조하는 것이 대표적인 과제다.
물론 바유운단 가스전에서 나오는 가스에 비해 바로사 가스전에서 나오는 가스의 이산화탄소 함량이 높아 포집 용량을 두 배 이상 늘려야 하는데 상용화돼 있는 설비를 추가로 설치하기만 하면 되는 데다 이미 공사 준비까지 마친 상황이라고 산토스 측은 설명했다.
리차드 힝클리 산토스 호주 북부 및 동티모르 부사장은 “피드 가스(feed gas·원료)에서 불순물을 모두 제거하고 액화시켜야 순수한 LNG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다윈 LNG터미널은 이미 이산화탄소를 모두 포집하고 있다”면서 “저장과 관련해서도 EOR(원유회수증진) 등의 공법이 1970년대부터 활용돼 왔기 때문에 저장까지 연결해 처리하는 데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EOR은 이산화탄소를 석유·가스전에 주입해 채굴하기 어려운 원유·천연가스를 뽑아내는 것으로 목적은 다르지만 땅 속에 이산화탄소를 밀어넣는다는 점에서 지중 저장과 사실상 동일한 기술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가스전 개발만으로도 경제적 가치가 있는데 CCS까지 활용함으로써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자원개발을 실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기존 천연가스 운송 파이프라인을 재활용하는 만큼 다른 CCS 프로젝트와 비교해 경제성이 뛰어난 데다 20년 이상 축적된 지질학적 데이터가 있는 고갈 가스전의 활용으로 이산화탄소 주입과 관리도 훨씬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유운단 가스전을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전환하기 위한 기본설계(FEED) 작업은 지난해 말 완료됐다. 바유운단 가스전 생산이 완전히 종료되면 동티모르 정부의 인허가 등을 거쳐 다윈 LNG터미널 프로젝트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 E&S는 산토스 등과 CCS 플랜트에 대한 최종투자결정(FID)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SK E&S는 바로사 가스전 개발과 연계 CCS 프로젝트에 현재까지 누적 1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2025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현재 공정률은 60%를 넘어섰다.
SK E&S는 바로사 가스전의 천연가스 생산에서 발생하는 연간 200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것은 물론 액화·운송·재기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배출권 구매 등을 통해 상쇄시켜 궁극적으로 ‘탄소중립 LNG’를 국내로 들여온다는 구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다.
탄소 감축은 물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이번 프로젝트는 의미가 있다. SK E&S가 바로사 가스전에서 도입 예정인 LNG는 연평균 130만t으로 국내 전체 소비량(4500만t)의 3% 수준에 불과하지만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직접 도입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에너지 자주개발률이 뛸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SK E&S가 중점 추진 중인 블루수소 밸류체인 구축사업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저탄소 LNG는 대부분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원료로 활용된다. SK E&S는 충남 보령LNG터미널 인근에 들어서는 블루수소 플랜트에서 2026년부터 연간 25만t의 블루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역시 포집해 전용 수송선을 통해 바유운단 가스전으로 보내 저장하기로 했다.
SK E&S는 블루수소 사업의 토대가 될 바로사 가스전과 바유운단 CCS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호주 정부와 폭넓게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호주도 탄소 이동에 관한 규제 개정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등 적극 협조하는 분위기다. 호주 정부 측 관계자는 “한국과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린스틸(저탄소강), 태양광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기회에 대한 논의도 진전시키고 싶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추형욱 SK E&S 사장은 최근 “CCS 기반의 바로사 가스전 개발사업은 SK그룹이 강조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하나로 추진하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며 “국가적으로는 에너지 안보를 제고하고 글로벌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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