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오세안 드림'…900㎞ 대장정으로 '저탄소 LNG' 확보
철기둥으로 만든 육중한 성. 지난 16일(현지시간) 호주의 에너지기업 산토스가 운영하고 있는 다윈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 내부를 마주했을 때 받은 느낌이다. SK E&S가 지분 25%를 확보하고 있는 이 시설은 198㎡(60만평)의 땅에 연간 약 370만톤의 천연가스를 처리할 수 있는 압도적 규모다. 귀마개를 뚫고 들어오던 굉음은 그 무게감을 가중시켰다.
그곳에서 빠져나온 지름 약 66㎝의 거대한 파이프라인이 있었다. 직선으로 쭉 뻗어나왔다가 땅 속으로 파고들어간다. 이를 따라 500㎞를 질주하면 다윈과 동티모르 사이에 위치한 바유운단(Bayu Undan) 가스전이 나온다. 파이프라인은 2005년 이후 바유운단에서 캐낸 천연가스를 다윈 LNG 터미널로 옮기는 통로 역할을 했다.
산토스의 리차드 힝클리 호주 북부 및 동티모르 부사장은 "이제는 이 파이프가 탄소포집저장(CCS) 사업의 핵심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화석연료 시대의 적자라고 할 수 있는 이 거대한 시설이 변신을 앞두고 있음을 알린 것이다. 자원개발에도 '저탄소'가 중요해진 가운데 △ 바유운단 가스전의 올 연말 고갈 △다윈 북서쪽 380㎞ 쯤에 있는 바로사(Barossa) 가스전 발굴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산토스와 SK E&S는 넷제로(탄소순배출 0)의 열쇠를 쥐고 있는 CCS 허브로의 역할을 다윈 LNG 터미널에 부여할 예정이다. 바로사의 천연가스(2025년 상업생산)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한 후, 바유운단 폐가스전 지하 약 3km 사암층에 영구히 저장하는 방식으로 '저탄소 LNG'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다. 바유운단은 가스전이 아니라 연 1000만톤 규모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로 탈바꿈한다. 자연스레 기존 파이프라인 역시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게 아니라 탄소를 나르는 수단으로 그 쓰임새가 바뀐다.
탄소포집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 힝클리 부사장은 "천연가스에서 순수한 LNG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순물을 모두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 20여년 동안 연 60만톤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왔다"며 "지금까지는 포집한 탄소를 모두 대기 중으로 날려보냈지만, 앞으로는 바유운단 폐가스전에 전량 저장하는 게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탄소포집 과정이 일어나는 흡수탑(약 36m)과 재생탑(약 21m) 앞에서 "기존 시설의 경우 바유운단 가스의 이산화탄소 함량인 6%에 맞춰져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길 건너편 공터를 가리키며 "바로사 가스의 경우 이산화탄소 함량이 18%여서, 12%를 추가 포집할 수 있는 분리막 설비를 저곳에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SK E&S는 탄소감축 해외자원개발 모델을 수립하기 위한 최적의 위치를 다윈 LNG 터미널로 보고 투자를 거듭해왔다. 탄소포집부터 수송, 저장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철기둥 성'에 3억9000만 달러(약 5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5%를 확보한 배경이다. 바로사 가스전 개발에는 현재까지 누적 총 1조5000억원을 썼다.
이를 바탕으로 연평균 약 130만톤의 저탄소 LNG를 국내에 도입하는 게 목표다. SK E&S는 보령LNG터미널 인근 지역에 들어설 블루수소 플랜트로 탄소포집 과정을 거친 '바로사 LNG'를 옮겨와 2026년부터 연간 25만톤의 블루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블루수소는 LNG에서 수소를 추출할 때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렇게 포집한 탄소는 다시 바유운단 저장소로 향한다.
프로젝트는 현지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크리스 보웬 호주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은 "탄소포집 활용 및 저장이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데 기여하는 역할을 인지하고 있기에 관련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콜 매니슨 호주 북준주 부총리는 "바로사 프로젝트에 한국이 깊게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 밝혔다.
다윈(호주)=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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