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제조·美원천기술·日소부장…압박수위 높이는 '반도체 동맹'

이재윤 기자 2023. 8. 2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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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8.18/뉴스1

반도체 업계는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반도체 동맹'으로 평가한다. 특히 공급망 정보 공유를 통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인공지능)향 반도체 제조·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중국이 광물 수출 제한을 확대하는 등 미·중 기술 패권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일 정상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캠프 데이비드 정신'(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경제 분야 키워드는 △공급망 연대 구축 △미래 핵심신흥기술 선도 △금융안정 협력 등이다. 주요 산업 공급망 연대를 강화하고 국립연구소들이 공동으로 혁신 분야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술 탈취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기동타격단과 같은 조직도 구성할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한·미·일 3국의 공급망을 묶는 '조기경보 시스템 연계'다. 조기경보 시스템은 반도체·배터리 등 주요 산업제품의 공급망을 점검해 핵심 국가를 선별하고 정책 동향과 정보교환, 공급망 교란 시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해 '3각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대기업 전 사장은 "사실상 반도체 동맹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분야 조기경보 시스템은 3국이 각각 우위를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핵심 역할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제조·공급 △미국 원천기술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으로 분류를 나누고 세부적인 공조체계를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HBM과 DDR(더블데이트레이트)5 등 AI향 반도체 시장선점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3국의 반도체 공급망 체계가 두터워지면서 한국기업들의 영향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3국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도 중국을 견제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반도체 업계에선 미국에 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결국 반도체는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3국의 공급망 강화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전력 반도체 등에서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했다.

문제는 중국의 반발이 강화되거나, 미중 기술패권 다툼이 더 장기화 됐을 경우다. 당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의 반발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은 이달부터 전력 반도체 주요 광물인 갈륨과 발광다이오드(LED)에 쓰이는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관영 인민일보 영문판을 통해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속여 자발적으로 국익을 포기하고 신냉전의 최전선에서 미국을 지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은 조만간 이 함정에 빠진 결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광물 수출 규제를 확대하거나 다른 제재를 내놓을 수도 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아웃바운드(역외) 투자 금지·제한조치 행정명령이 나오자 광물수출 규제 확대를 암시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진 수출 제한과 같은 경제적 맞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압박 수위는 점차 높아질 것이고, 중국도 더욱더 거세게 반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정부의 치밀한 외교적 전략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중국을 대놓고 무시할 순 없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학과 교수는 "반도체가 국가 차원에서 무기화 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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