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오피스텔 보증금 가로채 달아난 임대관리업체...임차인 수백명 '분통'[르포]
서산·부산·서울 등 전국서 발생...지난달부터 연락 두절
보증보험·공실 보장 등으로 임대차인 유인..."비정상적 방식"
[파이낸셜뉴스] 인천 중구 운서역 2번 출구 일대에는 '오피스텔촌'이 형성돼 있다. 특히 공항철도로 두 정거장이면 인천국제공항에 갈 수 있어 공항에 근무하는 젊은 청년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유명하다. 청년들이 많은 만큼 활기찬 곳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난 14일 찾은 운서역 오피스텔촌의 분위기는 무겁기만 했다. 인천 영종도 등 지역에서 오피스텔의 임대차 계약을 대리하던 A 업체가 보증금을 들고 달아났기 때문이다. A 업체는 임대인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계약을 체결한 뒤 보증금 일부를 가로채 잠적했다. 피해자만 최소 100명 이상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B씨는 "집주인에게 연락이 와서 업체 대표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못 잘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A 업체는 집주인을 대상으로 주택임대관리 위탁계약을 맺었다.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임대인에게 높은 월세를 보장하는 게 계약의 핵심이다. 하지만 A 업체는 실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보증금을 위탁계약 대비 높게 책정했다고 한다. 이후 보증금과 함께 잠적한 상태다.
예컨대 B씨의 경우 거주하는 오피스텔의 경우 A 업체가 임대인에게 보증금 500만원과 월 40만원을 지급해왔다. 반면 B씨의 임대차계약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31만원에 체결됐다. 여기에 월 7만원을 해당 업체가 지급한다는 특약이 포함돼 임차인의 실부담은 월 24만원이었다. A 업체는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월세와 임대인 보장 월수익의 차액을 더해 임대인에게 입금하다 지난달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피해자 최모씨(30)도 "보증금만 돌려받을 수 있으면 되는데 주변 부동산은 임대인과 합의하는 게 낫다고 해서 얘기해 보려고 하지만 합의가 안 될 경우가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운서역 인근 부동산들은 임대인에게 시세 대비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영업 방식이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임차인에게는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유인, 서로 다른 금액을 원하는 임대차인 사이에서 보증금을 가로채 또 다른 수익 창출을 노렸다는 비판도 했다.
운서역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임차인에게 받은 보증금 일부를 가로채 코인, 주식 등으로 수익을 만들어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임대인에게 매월 수익을 보장해 줘야 한다"며 "사업을 유지할 수 없고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A 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보증금 안정성'을 강조했다. 보증상품 가입 의무를 명시한 민간임대주택법 14조를 들어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에 일정액을 예치해 놓는 지급보증서를 언급하며 "업체가 파산해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는 데 문제가 없도록 예치 금액의 청구 권한은 업체 소속 공인중개사무소에 있다"고도 했다.
현재 A 업체와 거래한 임대차인들은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A 업체와 대표 이모씨 등을 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지금까지 운서역 인근에만 오피스텔 3곳에서 100명이 넘는 임차인 피해자가 파악됐다. A 업체가 임대관리 위탁계약을 맺은 오피스텔 등은 전국적으로 30곳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계속 늘 것으로 예측된다. A 업체는 검단, 부평 등 인천과 충남 서산, 계룡, 부산, 김해, 파주, 서울 종암동 등 전국에 사업해 왔다. 실제 A 업체 관련 피해자 오픈채팅방에는 모인 사람들도 400명이 넘는다.
피해금액도 최소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임차인들이 A 업체에 지금한 보증금은 1000만~4000만원 수준이다. 반면 임대인과의 위탁계약상 보증금(500만원) 대비 최대 3000만원 차이가 발생한다.
지역 공인중개사무소는 "A 업체가 운서역에 나타난 지 3년 정도 됐다"며 "일부 중개한 부동산도 있겠지만 토박이 부동산들은 거의 관여하지 않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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