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바페-뎀벨레 맹활약'→'선발 최하 평점' 이강인, 윙어→MF 변신은 '위기' 아닌 '기회'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뉴 파리지앵' 이강인(PSG)이 초반부터 위기 아닌 위기를 맞았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끄는 파리생제르맹(PSG)은 20일(한국시각) 프랑스 툴루즈의 스타디움 뮈니시팔에서 열린 툴루즈와의 2023~2024시즌 프랑스 리그1 원정 경기에서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PSG는 개막 2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다. 우승후보 답지 않은 행보였다.
PSG는 폭풍과 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PSG는 최근 네이마르(알 힐랄)와 결별했다. PSG는 세대교체를 천명했고, 구단을 떠나고 싶어하던 네이마르를 빠르게 처분했다.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며 슈퍼스타를 원했던 알힐랄이 네이마르를 품었다. 유럽이적시장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자신의 SNS에 '이적료는 1억유로가 조금 되지 않는다. 네이마르는 2년 동안 3억 달러(약 4006억 원)라는 기록적인 연봉을 수령하게 된다. 계약 연장 조항은 없다. 네이마르의 연봉은 보너스 조항과 상업적인 거래에 따라 2025년까지 잠재적으로 4억 달러(약 5342억 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당초 보도액보다 두배 이상되는 수준이다.
여기에 이적 문제로 B팀에서 훈련하던 음바페를 전격 '콜업'했다. 음바페는 최근에서야 팀 훈련에 합류했다. 그는 그동안 이적과 관련해 구단 경영진과 잡음이 컸다. 음바페는 프리시즌 훈련 명단에서 제외됐다. 동아시아 투어에 참석하지 못했다. 또 개막을 앞두고도 1군 훈련 명단에서 빠졌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이 있었다. 네이마르가 떠나면서 음바페가 1군 훈련에 합류했다. 음바페는 구단 수뇌부와 전격 대화를 시작했다. 아직 재계약 문제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음바페는 올 시즌 PSG 유니폼을 입고 뛰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선수들의 포지션 변경을 예상했다. 핵심은 이강인이었다. 프랑스 현지 언론은 이강인이 중앙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개막전에서 오른쪽 윙어로 뛰었다. 뚜껑이 열렸다. 이강인은 이날도 측면 공격수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PSG는 최전방에 이강인, 하무스, 비티냐, 허리에 파비앙 루이스, 우가르테, 자이레 에메리, 포백에 루카스 에르난데스, 슈크리니아르, 마르키뇨스, 하키미, 골키퍼 돈나룸마를 세웠다. 음바페와 뎀벨레는 벤치에서 출발했다.
반대쪽에 선 비티냐와 자리를 마꿔가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기대했던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오히려 전반 추가 시간 프랑스 무대에서 첫 번째 경고를 받았다. 그는 곤살루 하무스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를 맞고 튕겨나오자 재차 슈팅하는 과정에서 발을 깊게 집어넣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PSG는 후반 변화를 줬다. 이강인이 타깃이었다. 그는 후반 6분 음바페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유럽 통계 전문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이날 이강인은 51분을 뛰며 슈팅 1회, 키패스 2회, 슈팅 성공률 79%를 기록했다. 이 매체는 이강인에게 평점 6.5점을 줬다. 하지만 프랑스 언론의 평가는 박했다. 프랑스 언론 풋메르카토는 이강인에게 5.5점을 주는 데 그쳤다. 선발 공격진 중 최저점이었다. 이 매체는 '이강인의 활약이 대단하다. 그는 항상 공을 잃지 않고 리듬을 가지고 올 수 있다. 그의 드리블 능력은 상대 블록을 여러 번 깨뜨릴 수 있다. PSG의 소유 게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하지만 그는 더 결정적이고 효과적인 게임을 위해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고 평가했다.
이강인은 로리앙과의 개막전 직후 리그1 사무국의 '경기 최우수선수(MVP)'격인 '더 플레이어(The Player)'로 이름을 올렸다.기록이 말해준다. 이날 이강인은 볼터치 85회, 패스 성공룰 88.1%, 슈팅 3회, 키패스 1회, 크로스 12회 등을 기록했다. 특히 드리블이 빛났다. 지난 시즌 유럽 리그 톱 5안에 들었던 이강인은 이날도 3번의 드리블을 성공시켰다. 성공률은 75%에 달했다. 수비에서도 빛났는데 두번의 태클, 1번의 볼탈취를 성공시켰다. 이강인은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팀내 5위에 해당하는 평점 6.9점을 받았다. 이강인은 경기 후 리그1 사무국이 선정한 로리앙전 '더플레이어'로 이름을 올렸다. 리그1 사무국은 '이강인이 PSG에 가져온 열정은 칭찬받을 만하다'며 '메시가 떠나면서 PSG에 빈자리가 생겼지만, 이강인은 메시가 누볐던 공간에서 뛰는 것을 즐겼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레퀴프 역시 좋은 평가를 내렸다. 이날 이강인을 포함해,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PSG 유니폼을 입은 밀란 슈크리니아르, 뤼카 에르난데스, 마누엘 우가르테, 마르코 아센시오, 곤살루 하무스가 떨리는 데뷔전을 가졌다. 레퀴프는 "6명의 신입생들은 큰 가능성을 보여줬다. 상대 진영에서 위협적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루이스 엔리케 감독 체제에 이미 잘 적응한 듯 보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는 기대했던 기량을 선보이지 못했다. 이강인이 부침을 보이는 사이, 음바페와 뎀벨레는 맹활약을 펼쳤다. 나란히 교체투입된 음바페와 뎀벨레는 스피드를 살려 좌우를 적극 공략했다. 음바페는 왼쪽, 뎀벨레는 오른쪽 측면을 공략했다. 음바페와 뎀벨레 투입 이후 PSG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스피드가 살아나자 툴루즈의 수비 밸런스에 균열이 발생했다.
후반 15분 PSG가 선제골을 넣었다. 음바페가 PK를 유도했다. 음바페가 돌파 과정에서 상대 선수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VAR(비디오판독) 이후 PK를 찍었다. 음바페가 오른발로 차 넣어 선제골(1-0)을 뽑았다. 해결사의 면모를 보였다. 음바페는 시즌 첫 골을 터트린 후 원정온 PSG 팬들 앞으로 가 포효했다.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한 PSG는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음바페는 계속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뎀벨레의 플레이도 빛났다.
하지만 둘의 활약은 승리까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툴루즈는 후반 39분 페널티킥을 얻었다. 하키미가 수비하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 발을 밟는 반칙을 범했다. 하키미의 아쉬운 플레이였다. 툴루즈는 아부크랄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비록 무승부로 끝이 났지만, 음바페와 뎀벨레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교체투입됐음에도 음바페는 소파스코어 기준 평점 7.7점, 뎀벨레는 7.5점으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
경기 후 엔리케 감독은 뎀벨레의 활약을 칭찬했다. 그는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점수 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가 세 번 정도 있었다.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경기를 더 통제하기를 원한다. 이런 부분이 초반에 실망적이었다"며 "뎀벨레와 음바페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이다. 뎀벨레는 훌륭했고, 좋은 득점 상황을 만들었다. 다만 선수들은 내가 관리한다. 이런 논쟁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알지만, 나의 방식이 있다"고 했다. 특히 "뎀벨레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1대1 상황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고, 경기장 안쪽과 바깥쪽에서 모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아직 속도가 조금 부족하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콕짚어 뎀벨레를 칭찬했다.
음바페와 뎀벨레가 맹활약을 펼치며, '공격수' 이강인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됐다. 이강인은 개막전에서 오른쪽 날개, 툴루즈전에서는 왼쪽 날개로 출전했다. 두 선수가 차원이 다른 기량을 과시하며, 이강인이 이 자리에 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물론 경기수가 많아 다시 한번 측면에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음바페는 기회 창출 1회, 드리블 성공 2회, 뎀벨레는 기회 창출 2회, 드리블 성공 6회 등을 기록했다. 파괴력면에서는 이강인을 분명 능가했다.
이강인이 당장 경기에 나서기 위해서는 중앙으로 위치 변경이 불가피하다. 이미 프랑스 매체들은 이강인의 미드필드 기용에 대해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다. 레퀴프는 'PSG가 마요르카의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는 이강인을 창의성을 위한 잠재적인 해결책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강인의 다재다능함은 창조적인 미드필더 역할을 가능하게 해준다. PSG는 이강인을 그 자리에 앉힐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PSG는 미드필드진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비안 루이스, 비티냐 등이 창의성을 담당하고 있지만, PSG 레벨과는 거리가 있다. 풋메르카토는 루이스에 대해 '교체될 때까지 애매한 플레이를 펼쳤다. 패스에서 오류가 있었다'며 최하점을 줬다. PSG가 마지막까지 베르나르두 실바를 원했던 이유다.
이강인은 답이 될 수 있다. 프랑스 매체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이강인이 미드필드진에 기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MC 스포츠는 '이강인-에메리-우가르테' 트리오가 미드필드진을 구성할 것이라 예상했다. 음바페-뎀벨레의 활약으로 이는 현실화가 되는 분위기다. 이강인은 PSG에 없는 창의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카드다. 장기적으로도 이 자리에서 뛰는 것이 이강인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강인은 윙어 보다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더욱 어울리는 자원이다. 음바페-뎀벨레 활약은 약이 될 수도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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