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성폭행 피해자 죽음이 불 댕긴 '사형 집행'

김잔디 2023. 8. 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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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 새 일상공간에서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형 집행을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쩍 힘을 받고 있다.

이에 범죄 예방뿐 아니라 범죄자에 대한 사형 집행으로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분노의 여론'이 커지고 있다.

가열된 여론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사형 집행이 한국에서 부활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집행해도 실질적인 범죄 예방 효과도 크지 않다고 보는 쪽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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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예방 뿐 아니라 엄벌 집행으로 일벌백계"
전문가들 "처벌 각오한 '자포자기 범죄'엔 실효 의문"
강남역 지하상가 순찰하는 경찰특공대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최근 한 달 새 일상공간에서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형 집행을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쩍 힘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달 3일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직후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면서 불안을 잠재우려고 했으나 범죄가 재발하면서 치안 불안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범죄 예방뿐 아니라 범죄자에 대한 사형 집행으로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분노의 여론'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범죄자에게 지금도 사형이 선고되고는 있지만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두차례의 흉기난동으로 달궈지던 이같은 주장은 이달 17일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피해자가 이틀 뒤 결국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이 댕겨졌다.

19일 피해자 사망 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포털 뉴스 댓글 창 등에는 '사형제 부활'을 요구하는 의견이 줄을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사형제도 부활시켜야 합니다. 이런 X들 죽이라고 사형이라는 형벌이 있는 겁니다. 피해자와 유족의 원통함은 사형으로만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습니다.", "왜 사형 안 합니까? 국민은 이제 더 이상 못 참습니다"라며 사형을 선고하지만 말고 실제 집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근처에서 흉기난동이 벌어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이모(37)씨 "사형제에 회의적이었는데 최근 흉악범죄가 계속 벌어지는 걸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며 "법은 범죄를 예방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잘 작동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신림동에서 조선(33)의 무차별 흉기 난동으로 숨진 피해자의 유족도 국회 국민동의 청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사형 선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자신을 피해자의 사촌 형이라고 밝힌 청원인 김모 씨는 "신림역 칼부림 사건의 가해자가 다시 사회에 나와 이번과 같은 억울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형이라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요청한다"고 적었다.

가열된 여론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사형 집행이 한국에서 부활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집행해도 실질적인 범죄 예방 효과도 크지 않다고 보는 쪽이 우세하다.

[그래픽]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사건 상황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차량 인도 돌진 용의자 차량 (성남=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에 앞서 용의자가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4명이 부상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사진은 용의자가 이용한 차량. 2023.8.3 xanadu@yna.co.kr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20일 "사형을 요구하는 국민의 '법 감정'은 이해한다"면서도 "최근 벌어진 사건의 피의자는 형벌이 무서워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아니므로 이런 종류의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림동과 서현동 흉기난동범을 보면 번화가에서 자신을 드러낸 채 칼부림을 벌인 뒤 도주하지 않고 순순히 체포되는 등 일반적인 범행 양상과는 다르게 '처벌을 각오한 범죄'였다는 점에서다.

승 연구위원은 "사후 대책보다는 고위험군을 사전에 파악해 필요하다면 지자체와 국가가 개입해 치료 등을 받게 하는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며 "흉악범을 사회에서 영구 격리하려는 목적이라면 '가석방 없는 무기형'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 역시 "사형될 수도 있으니까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방향이 아니라 '다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막가파식의 범행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사형을 대체할 수 있는 형벌의 수위에 대해서 논의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형집행을 담당하는 법무부도 사형 집행엔 일단 신중하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사형 집행에 대해 "여러 고려할 점이 많다"며 "사형제는 외교적 문제에서도 굉장히 강력해 집행하면 유럽연합(EU)과의 외교관계가 심각하게 단절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대안으로 무기징역과 사형 집행의 중간단계인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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