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기업’ 되기 힘드네…생산현장 사고에 가슴 졸이는 회사들

SK에너지, 황산 누출 사고
GS칼텍스, 가성소다에 화상
에쓰오일 폭발, 화학사고 결론
HD현대, 오염물질 기록 누락

HD현대오일뱅크와 계열사 전·현직 관계자들이 최근 ‘폐수 배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HD현대오일뱅크는 공업용수를 폐쇄된 배관을 통해 계열사 설비로 옮긴 다음 재활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유공장에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반복되고 있다. ESG(환경 책임 투명경영)를 강조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보일 수 있다.

매경닷컴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실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 등의 도움을 받아 알려지지 않은 법 위반 사례들을 살펴봤다.

SK에너지 울산공장에서는 지난 2월 황산 누출로 사람이 다치는 화학사고가 발생했다. 알킬레이션(휘발유 옥탄값을 높이는 첨가제) 배관에 황산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밸브가 개방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작업하다 작업자 1명이 양발, 머리와 목 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당시 누출된 황산은 해당 작업자의 신발 안으로 스며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당국은 지난 3월 SK에너지가 작업 전 안전조치를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고 보고 화학물질관리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환경당국 관계자는 “SK에너지는 내산·내화학 장화를 착용하지 않고 일반작업용 안전화를 착용 후 황산 주입 작업을 진행하게 했다”며 “업무상 과실로 화학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다치게 해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지난 5월에는 울산공장 내 가열시설과 폐황산재생시설 등 배출시설을 대상으로 오염물질(질소한화물) 배출 여부를 자가 측정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SK에너지는 월 1회씩 이를 측정해야 했지만 올 1~3월에 걸쳐 총 3차례 누락했다.

환경당국은 지난 6월 SK에너지를 경고 처분하고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했다.

이보다 앞서 이뤄진 환경당국의 정기점검에서는 2019~2021년 누출 기준 농도를 초과한 일부 시설에 대해 기한을 넘겨 조치하거나 조치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4월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는 협력업체 근로자 1명이 밸브를 잠그던 중 가성소다가 포함된 내용물이 옷소매 사이로 스며들어 팔목 부위에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에쓰오일 온산공장은 지난 6월 굴뚝 자동측정기기(TMS) 측정 결과 30분 평균치가 연속 3회 이상 기준치를 넘는 수준의 오염물질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당국은 같은 달 에쓰오일에 개선명령을 내렸다.

에쓰오일 온산공장은 지난 5월에도 비산누출시설에서 누출 기준을 초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공장 수소제조공정에서 지난 3월 발생한 폭발사고의 경우 최근 안전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인명피해가 발생한 화학사고라는 판단이 나왔다.

당시 수소제조공정 내 지하에 있는 공정 불순물 찌꺼기를 수집·처리하는 저장시설을 검사하던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직원 2명이 2도 화상을 입었다.

환경당국은 지난 6월 현장조사 보고서를 통해 “밀폐공간 작업절차서상 허가되지 않은 그라인더 절단 작업을 임의 수행했고 가연성 가스에 의한 휴대용 가스 측정기 알람 경보음이 작동했는데도 해당 측정기 전원을 임의로 종료한 후 작업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수작업 중 드럼 내부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이 지하피트 내부로 유·누출돼 증기운에 의한 폭발·화재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이 사고는 화학사고로 분류한다”고 했다.

이 사고가 발생할 당시 즉시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환경당국은 화학물질관리법 위반으로 에쓰오일을 고발 조치했다.

검찰은 최근 에쓰오엘 온산공장에서 지난해 5월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친 폭발 사고와 관련해 관계자 11명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폐수 배출’ 의혹에 휩싸인 HD현대오일뱅크는 해경 조사도 받았다. HD현대오일뱅크 군산물류센터에서 발생하는 폐기물·폐유의 육상 이송과 수거·처리 사항을 ‘해양시설오염물질기록부’에 기록해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 일로 해경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