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인코리아 일냈네”...미 텍사스에 여의도 6배 ‘이것’ 세운다

현대건설·SK에코·EIP운용
정책펀드와 6천억 투입
美태양광 개발 사업권 인수
24만 가구 사용전력 생산
“美 신재생에너지 주도”

공기업과 민간기업, 정책펀드가 공동으로 자본을 조성해 미국 텍사스주 중부에 위치한 콘초 카운티 지역에 초대형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 전력을 판매하는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PIS펀드, SK에코플랜트, 현대건설, 탑선은 EIP자산운용이 조성 예정인 미국 텍사스 콘초 태양광 프로젝트 펀드 투자계약 및 사업권 인수계약(MIPA: Membership Interest Purchase Agreement)을 지난 16일과 17일 각각 체결했다고 밝혔다. 발전소는 준공 이후 35년 간 운영되며 매년 약 852GWh의 전력을 생산, 판매하게 된다. [그래픽 제공=SK에코플랜트]

국내 공기업과 중소·대기업, 정책펀드가 협업해 미국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다. 이번에 설립하는 태양광 발전소는 축구장 1650개 규모로, 이를 통해 대기업이 누릴 수주 효과가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태양광 발전 확대에 나서면서 한국 에너지 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산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탑선 등 국내 기업과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PIS(플랜트·인프라·스마트시티)펀드는 미국 텍사스 콘초 태양광 발전소 개발 프로젝트 사업권 인수 계약(MIPA)을 체결했다. 앞서 이들은 이번 계약을 위해 국내 에너지 인프라 투자 전문 운용사 EIP자산운용이 조성하는 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했다.

이번 사업은 총 600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태양광 발전소 개발 프로젝트다. 미국 텍사스주 중부지역에 459MWdc(메가와트dc) 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한다. 부지 면적은 1173만5537㎡(약355만평)로 여의도 면적 6배, 축구장 1653개에 달한다. 이를 통해 생산한 전력은 연간 852GWh다. 월평균 300kWh를 사용하는 4인가구 기준 24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다. 발전소는 준공 이후 35년 간 운영될 예정이다.

EIP자산운용은 해외 빅테크 기업과 장기간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RE100(신재생 에너지 100% 사용) 달성 의무를 보유한 기업들이 EIP자산운용과의 PPA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투자는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서 국내 기업이 기회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IRA 개정 이후 이를 한국 기업 위기로 간주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선 보다 활발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포착한 것이다.

현재 미국 내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 촉진을 위한 정책으로서 한화 약 481조 5000억원 규모의 재원이 마련됐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정상 수준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 태양광 관련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글로벌 태양광 산업에서 중국과 대결하고 있다”며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업체들이 부각돼 해외 시장에서 더 많은 러브콜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은 이번 펀드 참여로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한다. 하나는 펀드 자체에서 발생하는 수익이고, 또 하나는 수주 효과다. 펀드를 통해 발주된 사업을 국내 기업이 다시 수주함으로써 본업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 기업이 사업에 필요한 자재 등을 다시 협력사에 발주함으로써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에 돈이 선순환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박희준 EIP 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일각에서는 IRA 시행을 위기로 바로봤지만, 외려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며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길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강훈 KIND 사장은 “미국 신재생 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사업개발 역량과 트랙 레코드를 확보하고, 추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업 개발 및 투자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