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증가=충전 대기 증가’ 차주들 “충전 인프라 늘려야”
3000만원대 중급형 전기차 출시 앞두고 충전시설 부족 고민 더 깊어
지난 5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45만대로, 전체 등록된 자동차 대수의 1.8%를 차지하며 2021년 말 0.9%(약 23만대)에서 단 1년여 만에 2배로 증가했다.
반면 전력거래소가 발간한 ‘전기차 및 충전기 보급·이용 현황 분석’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은 지난해보다 2배 증가하며 45만여대를 기록했지만, 전기차 충전기 누적 보급 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 19만4000기에 그치고 있다.
이중 급속 충전기는 2만1000기(10.6%)로, 완속 충전기가 대부분(17만3000기·89.4%)을 차지한다. 급속 충전기 1기당 전기차 대수는 전국 평균 18.9대다.
충전 시설이 늘어나는 전기차 수를 따라잡지 못하고, 설상가상 전기트럭(전기 1톤 상용차) 대수가 올 연말이 되면 지금보다 60%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차주들의 고민이 깊다.
턱없이 부족한 충전 인프라에 낮은 주행거리의 상용차 보급이 겹치면서 이른바 ‘충전 지옥’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일보가 전기차를 타고 고속도로 휴게소 등을 돌아본 결과 지난해보다 충전하기 더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20일 한 휴게소에 설치된 충전기에는 이미 차들이 들어서 있었고 그 뒤로도 충전을 기다리는 차량이 있었다.
약 1년전 쯤인 지난해 8월 26일부터 3일간 1회 충전에 약 35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폴스타2 시승 당시만 해도 충전이 어렵진 않았다.
중간중간 고장 난 기기가 있었지만 긴 시간을 대기하지 않고 바로 충전이 가능했다.
반면 최근에는 충전기마다 전기트럭을 시작으로 택시 등 상용차가 눈에 띄게 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일반 승용차까지 더해지면서 충전 대기 줄이 더 길었다. 이같은 현상은 평일이나 주말을 가리지 않았는데 상용차의 이용 특성상 오히려 평일이 더 많았다.
전기차주들 사이에서는 충전 대란의 주범으로 전기트럭을 지목한다. 전기트럭은 현재 전국에 8만1236대가 등록, 운행 중인데 일반 전기차보다 낮은 배터리 성능에 더해 화물까지 적재하자 주행거리가 급속히 떨어져 충전을 더 자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전기트럭 차주는 “화물을 많으면 주행거리는 더 짧아진다”며 “더운 여름철 에어컨을 켜고 달리면 길어야 200km”라고 불편을 호소했다.
문제는 화물차뿐만이 아니다. 화물차가 고속도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면 택시는 도심 충전 공간에서 많이 눈에 띄었다.
택시의 경우 주행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그만큼 충전도 자주 해야 한다는 게 한 택시기사의 설명이다.
최근 전기 택시를 출고했다는 A씨는 이날 세계일보에 “자가용으로 이용하는 분들은 1번 충전으로 길게는 일주일 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영업용차(택시)는 그렇지 못하다”며 “연료비 절감 등 이점도 있지만 충전소를 찾아다니는 것도 일”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작 손님을 태워야 할 시간에 하루에도 두세 번씩 충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기트럭의 경우 급속충전기를 기준으로 80%를 충전하는 데 드는 시간은 약 50분이다. 택시의 경우는 이보다 빠른 약 30분 정도가 걸린다.
전기차 보급과 함께 충전 경쟁이 펼쳐져 실제 충전해 차를 운행하기까지는 이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린다고 차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전기트럭이 많이 보급된 것으로 추정된 부산(충전기 한 대당 전기차 33.8대)이나 인천(충전기 한 대당 전기차 30.3대)은 말 그대로 충전지옥이다.
그나마 보급된 충전기 중에도 고장이나 충전 불량 등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전기차 동호회 회원들은 한목소리로 “충전기 설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전기차주는 “‘집밥(집에서 충전)하면 괜찮다’는 말은 전기차를 안 타본 사람이 하는 말”이라며 “집에서 충전하면 일상생활에 이용하는 데 무리 없지만 차를 도심에서만 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교적 충전시설이 잘 정비된 도심 운행에는 큰 불편은 없지만 장거리 운행시 내연기관차에 비해 불편하다는 것이다.
충전 인프라 부족과 함께 일부에서 전기차 충전 공간에 주차하거나 충전을 방해하는 문제도 지적됐다.
다른 전기차주는 “자리를 비운 사이 충전 중인 차에서 플러그를 뽑아 새치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충전기가 부족한 이유겠지만 낮은 시민의식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전기차 보급 초창기보다 충전시설이 늘었지만 이용에 불편함이 따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3000만원대 가성비 전기차 KG모빌리티 ‘토레스 EVX’가 오는 9월 출시를 앞두고, 테슬라와 기아자동차도 기존보다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앞둬 전기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거로 예상되는 만큼 충전시설 확충과 정비도 필요해 보인다.
한편 정부는 전기차 충전시설 부족에 대해 새로운 규제를 통해 새 건물은 충전시설의 의무설치 비율을 내년부터는 5%로 상향조정하고 기존 건물은 내년 공공건물을 시작으로 2023년부터 민간건물에도 ‘2% 설치 의무’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연말까지 고속도로 휴게소에 일반 충전기를 포함해 3백여 대를 더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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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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