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실패 백서’에 남겨야 할 것들 [편집인의 원픽]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들이 잘못했다”고 서로 손가락질하는 여야, 지자체와 중앙정부로부터 잠시 눈길을 거두자. 이런 시끄러운 목소리는 백서에 담을 하등의 가치가 없는 것들이다.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지난 6년간 어떤 일이 벌어졌는 지를 밟다보면 어디서 문제가 시작됐고, 누구의 책임이 큰 지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잼버리 감사에서 짚어야할 핵심 포인트는 기존의 새만금 부지를 두고 새로 갯벌을 메워 개최지로 결정한 경위다. 그 바람에 부지 조성하는 데만 5년 넘게 시간이 소요됐고 농지관리기금 1845억원이 쓰였다. 전북도가 밀어붙였다는데 전임 지사는 침묵하고 있다. 주무부서인 여가부도 할 말이 없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시절 여가부도 잼버리 부지 매입공사 중단 요구에 “상당히 진척된 상태라 (사업 진행이)불가피하다”고 손을 들어줬다.
서울 올림픽, 2002년 월드컵, 고성 잼버리 대회 등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민간 부문의 협력, 국민들의 호응도 필요하지만 공무원들의 헌신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이번 잼버리 행사에도 많은 공무원들이 동원돼 노심초사 맡은 일에 땀 흘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선 공무원들의 노력이 무색한 장면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본지가 단독 보도한 잼버리 행사와 관련한 공무원·민간인 포상이 대표적이다.
잼버리 파행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미담 기사도 없지 않았다. 2000명이 넘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묵었던 익산 원광대에서는 대학 직원, 학생들은 물론 동네 어르신들까지 나서 식사 준비를 도왔다. 9∼11일 3일간 대략 7000인분 식사를 위해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새벽 3시부터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현장으로 안전하게 배달까지 했다.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는 길거리를 지나가는 스카우트 대원들에 “고생하게 해서 미안하다”며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밥값을 내주는 익명의 시민들이 있었다. 부끄러움이 그저 국민 몫으로 남지 않으려면 잼버리 실패의 전말을 담은 ‘잼버리 백서’ 발간과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예산 집행 문제 등 잼버리 관련 취재를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잼버리 대회를 유치하면서 지역, 조직위, 참여기업, 공무원이 이득은 최대한 챙기려했으나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제대로 다하지 못해서 생긴 파행이라고 본다. 잼버리 유치를 명목으로 (조직위, 지자체 등이)추경까지 편성하면서 관련 예산을 엄청난 규모로 확보했지만 책임은 다하지 못해 사실상 행사는 실패한 결과가 됐다. 공무원 포상과 관련한 취재를 했는데 마찬가지다. 잼버리 시설 설비 명목으로 공무원들이 포상이라는 이득부터 먼저 챙겼다.”
-당초 새로 매립해야하는 펄밭을 야영장 부지로 삼은 게 문제 같은데.
“맞다. 지역 환경단체에서도 두 군데 대안 부지를 제안하면서 해창 갯벌 매립에 반대했는데 전북도에서도, 여가부에서도 그대로 진행했다. 환경단체가 대안으로 제안한 부지는 (잼버리 개최지인)해창 갯벌보다 공사 기간도 짧고 안정적인 야영장 운영이 용이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한다. 전북도가 잼버리 유치를 명목으로 예산(농지관리기금)을 지원받아 갯벌 추가 매립하는 데만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여가부도 공사가 진척됐다는 이유로 ‘펄밭 부지’를 용인했다.”
-예산 실집행률이 미진하는 등 예산 관리에 구멍이 많더라.
“부지 매립이 늦어지면서 생긴 문제들이다. 해창 갯벌 매립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서 기반 시설 설비가 늦어지고, 그러다보니 전체적인 점검을 하는 프레잼버리를 못하는 등 부작용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잼버리 ‘준비 부족’ 알고도 손놓았다 [‘잼버리 파행’ 책임규명]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814513208
[단독] 새만금 잼버리, 첫 사업비 산정부터 ‘주먹구구’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815509353
위생 엉망 잼버리 화장실… 전북도는 ‘어이없는 포상’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816514525
[단독] ‘폭염 땐 비상대피’·‘입국자 명단 확인’ 매뉴얼 안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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