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달라, 새 감독을 향한 황희찬의 무력시위

황희찬. Getty Images

기량이 탁월한 선수도 기회를 잡아야 날개를 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누비는 황희찬(27·울버햄프턴)도 예외는 아니다. 늑대군단의 공격수로 가장 날카로운 면모를 자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발이 아닌 벤치 신세다.

울버햄프턴 원더러스는 지난 19일 영국 울버햄프턴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 브라이턴과의 홈경기에서 1-4로 완패했다. 개막 2연패에 빠진 울버햄프턴은 꼴찌로 추락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게리 오닐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울버햄프턴은 이날 일본인 윙어 미토마 가오루를 막지 못하면서 수비에 구멍이 뚫렸다. 전반 15분 미토마의 단독 드리블 돌파에 선제골을 내주더니 후반 1분 미토마의 도움을 받은 페르비스 에스투피냔에게 추가골까지 헌납했다. 울버햄프턴은 후반 6분과 10분 솔리 마치에게 멀티골까지 내주면서 0-4로 끌려갔다.

울버햄프턴은 후반 10분 교체 투입된 황희찬의 활약으로 그나마 체면을 살렸다. 황희찬은 그라운드를 밟은지 6분 만에 코너킥 찬스에서 헤더로 브라이턴의 골망을 흔들었다. 황희찬이 한국 선수로는 EPL에서 첫 골을 신고한 순간이었다.

황희찬은 후반 40분 왼쪽 측면을 파고들면서 수비수 2명을 따돌린 뒤 수비 견제가 없던 라얀 아이트누리에게 배달했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은 게 아쉬웠다. 황희찬은 이날 패스 성공률에서도 92%로 탁월한 감각을 자랑했다.

황희찬의 이날 활약은 오닐 감독을 향한 무력 시위로 풀이된다. 비시즌 부상을 털어낸 그는 백업으로 머무르기에는 아까운 활약을 연일 보여주고 있다. 맨유와 개막전에선 후반 18분 교체 투입돼 4개의 슈팅으로 상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는데, 브라이턴전 득점으로 방점을 찍었다.

황희찬의 팀 내 가치는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스포츠통계 전문업체 ‘옵타’에 따르면 황희찬은 3월 중순 이래 울버햄프턴에서 가장 많은 EPL 득점(4골)을 기록한 선수다. 같은 기간 주전을 꿰찬 마테우스 쿠냐(2골)보다 2배 더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기대 득점(xG) 또한 팀 내 최다(2.9골)이지만 선발 출전 회수는 가장 적은 3회에 그치고 있다.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황희찬이 26일 에버턴과 3라운드에는 벤치가 아닌 선발로 출전할지 궁금하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