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해진 '경소문2', 어쩌다 진선규가 유일한 희망이 되었나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8. 20. 12: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청률 추락 ‘경소문2’, 빈약한 스토리 만회할 묘수 없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토일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이하 경소문2)>의 시청률이 3.8%(닐슨 코리아)까지 떨어졌다. 2회에 5.4%까지 올랐던 시청률이 4%대로 또 3%대로까지 뚝 떨어진 이유는 뭘까.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스토리가 빈약해서다.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한 번 주먹을 휘두르면 적들을 날려버리며, 엄청난 괴력으로 달리는 버스를 세우기도 하고, 다친 이들을 치유해주며, 터치만으로 그 사람의 과거를 읽는다. 물론 <경소문2>가 보여주는 액션과 판타지는 시즌1의 그것처럼 화려하다. 아니 시즌2는 이를 더 강화했다.

등장부터 중국에서 건너온 악귀들이 보여준 살벌한 면모들이 그렇고, 첫 회부터 유치원 버스를 강탈한 악귀와 맞서는 카운터들의 액션이 그랬다. 하지만 그 후에 이어진 <경소문2>의 스토리는 너무 뻔한 전개의 반복이었다. 소문이 소환하는 '땅'을 볼 줄 아는 중국 악귀들이 카운터들의 눈을 피해 사건을 저지르고, 이를 막기 위해 카운터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이야기의 반복.

물론 새로운 서사로서 냄새로 악귀들을 찾아낼 줄 아는 나적봉(유인수)이라는 카운터가 합류하지만, 그 능력이 악귀들을 찾는 것 이외에는 색다른 서사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또 의인이었던 소방관 마주석(진선규)이 사랑하는 아내 이민지(홍지희)가 살해당한 후 흑화해 최강 빌런의 악귀로 변모하고 그래서 카운터들과 싸우게 되는 이야기도 그리 신박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액션도 어떤 패턴이 정해져 있는 느낌이다. 도하나(김세정)나 나적봉, 추매옥(염혜란), 최장물(안석환)이 싸우다 위기에 몰렸을 때, 소문(조병규)이 나타나 마지막 카운터펀치를 날려 이들을 구하는 액션의 반복이다. 제목이 <경이로운 소문>이라서 소문에 대한 이런 집중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인물들이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그래서 캐릭터의 매력도 점점 희석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가모탁(유준상)은 갈수록 존재감이 흐려진다.

결국 문제는 다시 스토리로 귀결된다. 액션물이 가진 서사의 문제의식은 어떤 의미에서는 주인공만큼 악역에게서 찾아질 수 있다. 악역의 탄생은 그 사회가 가진 부조리나 부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즌1에서 최강 빌런으로 등장했던 완전체 악귀 지청신(이홍내)이나 신명휘(최광일) 같은 악역은 그래서 그 밑에 현실적인 사회의 부조리나 폭력이 담겨있다. 어려서 버려져 보육원에서 학대를 받으며 자라온 지청신이 그렇고, 시장이지만 권력을 유지하고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신명휘가 그렇다.

하지만 <경소문2>의 중국에서 넘어온 악귀들인 필광(강기영)과 겔리(김히어라), 웡(김현욱)은 왜 그들이 악귀가 되었는지 혹은 그들이 하는 짓들이 어떤 현실적인 사회의 문제들을 은유하는지가 애매하다.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악역들이다. 물론 역할이 없는 건 아니다. 마주석 같은 의인에게 거짓말을 해 분노를 일으키고 그래서 악귀로 흑화하게 만든 게 그 역할이라면 역할이다. 그렇게 해서 카운터들과 싸우게 만드는데, 이렇게 뒤에서 조종하는 필광의 존재감은 약하게 느껴진다.

대신 마주석의 존재감이 더 커지는데, 그는 악귀와 의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고 거기에는 분명한 현실적인 문제의식들도 들어있다는 점 때문에 그렇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불 속으로 뛰어드는 의인 소방관이었지만, 그는 백두기획건설 분양 사기사건을 당해 전 재산을 잃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아이까지 가진 아내 이민지 때문이었는데, 그 마저 살해되면서 그는 흑화한다. 이 서사에는 분명히 선하게 살아가고 심지어 의인인 이들조차 분노하게 만드는 비정한 세상과 현실이 들어있다.

마주석이 그나마 흔들리고 있는 <경소문2>의 유일한 희망처럼 보이는 건 그래서다. 그는 필광처럼 악이 단순화된 그런 캐릭터가 아니고 의인과 악귀 사이에서 갈등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그의 이 갈등하고 분열되는 모습 속에서 공포감과 더불어 어떤 연민이 교차하게 되는 그 입체적인 면면들이야말로 현재 소문을 위시한 카운터들과 필광과 악귀들의 단선적인 대결구도를 깰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처럼 보여서다. 과연 이런 변화는 가능할까. 마주석의 변화가 주목되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