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지역 패스-공격기여도-키패스 1위→플메 SON 미친 활약...케인 공백, 손흥민이 채웠다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손흥민은 이제 동료들까지 살려줄 수 있는 선수가 됐다.
토트넘은 20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2-0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의 맹활약에 힘입은 토트넘은 시즌 첫 승을 달성하면서 5위에 자리했다.
손흥민의 위치는 역시 좌측 윙포워드였다. 지난 브렌트포드전에서는 손흥민이 전술적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번 경기는 달랐다. 전술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이해한 모습이었다. 손흥민 개인의 컨디션도 직전 경기에 비해선 좋아졌다는 느낌을 줬다.
손흥민은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리기보다는 자신에게 수비가 쏠렸을 때 만들어지는 빈 공간을 통해 동료들의 기회를 봐줬다. 전반 25분이 시작이었다. 엄청난 속도를 앞세워 역습의 시작을 알린 손흥민은 중앙으로 들어온 파페 마타르 사르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파페 사르가 데얀 쿨루셉스키에게 패스를 전달했고, 쿨루셉스키가 유효슈팅을 만들어냈다.
손흥민은 공격적인 패스를 넣어주는 것도 일품이었다. 전반 30분 좌측에서 공을 받은 손흥민은 넓은 공간을 확보하자 파페 사르에게 미친 패스를 넣어줬다. 파페 사르의 슈팅이 안드레 오나나한테 막히긴 했지만 손흥민의 시야와 패스가 빛난 순간이었다.
전반 40분에는 데스티니 우도지와의 호흡을 보여줬다. 우도지가 공을 잡자 손흥민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볼을 컨트롤했다. 직접 슈팅 각도가 나오지 않자 뒤에 있는 페드로 포로에게 패스를 넘겨줬다. 포로의 슈팅은 골대를 강타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전에도 손흥민은 슈팅보다는 패스로 공격에 관여했다. 후반 7분 제임스 메디슨의 패스를 간결하게 우도지한테 넘겨줬다. 우도지의 결정적인 슈팅은 오나나에게 막혔다. 후반 16분에는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동료들과의 연계를 통해 페널티박스로 진입한 손흥민은 침착하게 드리블하면서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몸을 던진 루크 쇼에게 막히고 말았다.
손흥민은 후반 25분 히샬리송이 빠진 뒤에는 중앙으로 이동해 역할을 변경했다. 중앙에서는 동료들의 패스를 받으면 간결하게 연계해줬다. 토트넘의 두 번째 득점 과정에도 손흥민의 개입이 있었다.
맨유전 손흥민의 기록 중 제일 눈에 띈 기록은 키패스였다. 키패스를 4회나 기록하면서 토트넘 선수 중 가장 많은 기회창출에 성공했다. 직전 브렌트포드전에서는 아직까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전술에 녹아들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맨유전을 통해 달라진 역할 속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축구 통계 매체 'OPTA'에 따르면 손흥민은 맨유와 토트넘 선수를 통틀어 파이널 서드에서 가장 많은 패스에 성공했다. 공격적으로 제일 많이 관여했고, 정확도 또한 높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정 선수가 팀의 공격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관여했는지를 보여주는 공격기여도에서도 손흥민은 슈팅 1회, 키패스 4회, 빌드업 관여 2회로 제임스 메디슨, 파페 사르와 함께 공동 1위였다. 전체 1위는 브루노 페르난데스로 공격기여도 9회를 기록했다.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손흥민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토트넘은 2가지를 걱정했다. 케인이 만들어냈던 득점과 찬스메이킹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였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스타일이라 팀득점은 크게 문제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보다 더 문제는 찬스메이킹이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이적과 델레 알리의 부진 이후 토트넘은 케인의 패스 능력을 활용해 공격을 풀어갔기 때문이다. 케인이 과거에 비해 도움 숫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제임스 메디슨이 영입되면서 경기를 조립해줄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긴 했지만 메디슨 혼자서 케인의 공백을 채워줄 수 있다고 기대하긴 어려웠다. 경기장에서 메디슨의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었던 것이다.
측면 공격을 주로 활용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전술에서 손흥민은 득점원으로서의 역할 뿐만이 아니라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역할까지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토트넘은 케인의 공백이 경기장에서 크게 느껴지지 않고 있다. 히샬리송의 부진 문제만 해결한다면 공격 차원에서 크게 걱정할 거리는 없다.
자칫 득점 숫자가 줄어들 수 있는 역할임에도 손흥민은 개인의 기록보다는 팀을 위했다. 경기 후에도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동료들을 먼저 챙겼다. 손흥민은 "정말 행복하다. 우리가 정말 잘하고 있다. 후반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선수들의 에너지가 정말 환상적이었다"며 팀의 에너지를 칭찬했다. 경기장에 찾아온 팬들에게도 감사를 잊지 않았다.
손흥민한테도 뜻깊은 승리가 될 것이다. 토트넘의 주장을 맡은 뒤 첫 승리였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브렌트포드와의 개막전에서 긍정적인 점과 개선점을 모두 노출하면서 아쉬운 시즌 출발을 알렸다. 맨유전도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득점 기회를 골로 연결하는 능력이 좋아지면서 맨유를 제압할 수 있었다.
패스와 움직임을 통해 공격에 기여한 손흥민은 확실히 개인 컨디션도 올라온 모습이다. 드리블 3회 성공, 경합도 6회 성공(8회 시도)하면서 맨유 선수들의 수비 견제를 잘 이겨낸 모습이었다.
이날 손흥민의 평점은 7.9점으로 매우 높았다. 토트넘 데뷔골을 터트린 파페 사르와 선방쇼를 보여준 굴리엘모 비카리오 다음으로 높은 평가였다. 그만큼 손흥민의 활약은 눈부셨다. 도움이랑 골도 없는데도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기란 쉽지 않다.
영국 '풋볼 런던'은 "손흥민은 좌측면에서 자신의 모든 경험을 활용하여 맨유 수비진을 끌어내기 위해 애썼다. 우도지, 메디슨과 호흡이 좋았고 히샬리송이 그라운드를 나간 뒤엔 최전방에서 뛰었다"고 조명하며 평점 7점을 줬다.
손흥민을 비판했던 '이브닝 스탠다드'의 킬패트릭 기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활약이었다. 그는 "맨유는 압박을 받았고, 쇼한테 막혔지만 안쪽으로 파고들 때 위협적이었다. 파페 사르를 향한 영리한 패스로 기회도 만들어줬다"며 좋은 평가를 내렸다.
영국 '90min' 또한 "장기간 탈장 문제에서 회복한 손흥민은 이전과 달리 빠르고 자유로워 보였다. 여러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는 훌륭한 패스를 보냈다"고 호평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만족한 모습이었다. 그는 경기 후 "후반전 주문한 게 통하면서 되고 싶은 팀을 보여줬다.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해도 우리 선수들이 가진 믿음과 용기가 너무 좋았다. 젊은 선수들이 높은 수준에 있고 이 팀을 구축하고 있다. 경험 많은 손흥민, 메디슨도 훌륭했다"고 팀 경기력을 호평하면서 손흥민을 추켜세웠다.
포스테코글루 체제 첫 승리라는 점도 중요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아주 좋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앞으로도 이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플레이하는 방식에서 얼마나 이기고 싶어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훌륭한 출발이다"며 팀의 경기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케인이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생겼던 팬들의 불안감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는 토트넘이다. 케인이 떠나면서 생겼던 암울한 분위기는 빠르게 걷히고 있다.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시즌 토트넘은 어려운 시기마다 중요한 승리를 챙기면서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다가도 어이없이 패배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A매치 휴식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본머스, 풀럼(풋볼리그컵), 번리를 만나는 일정이다. 객관적인 전력에 모두 토트넘보다 떨어진다. 연승을 달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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