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 파행 속 '안전사고 무'…순항 중인 '순천만정원박람회'
가을 시즌 준비 완료…문화공연과 가을꽃 만발
올해 호남지역에서는 대규모 국제행사 2개가 치러지고 있거나 끝났습니다.
하나는 지난 4월부터 문을 연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순항 중이고, 다른 하나는 얼마 전 파행 속 마무리된 '새만금 스카우트 잼버리'입니다.
미숙한 대회 운영으로 세계적인 망신을 겪은 잼버리와 달리 순천만정원박람회는 성공적인 대회 운영으로, 여름을 지나 다시 가을 흥행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순천만정원박람회장은 화장실까지 에어컨이 나옵니다" 실제 박람회장 화장실은 깨끗하다못해 한 여름 더위를 잠시 피하는 장소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쾌적했습니다.
화장실이 아니더라도 박람회장 곳곳에는 더위를 피해 실내를 즐길만한 시설이 많았고, 곳곳에 매점과 카페가 있어 쉬엄쉬엄 다니기에도 불편함이 없습니다. 여름에 가장 좋은 공간은 시크릿가든의 얼음동굴. 이번 박람회가 말하고자 하는 기후변화의 문제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면서도 여름에 적합한 전시 공간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더위에 지친 관람객에 대한 배려를 넘어 즐기고 극복하면서 더위 자체를 박람회의 콘텐츠 일부로 만드는 묘안을 실행한 겁니다.
이런 덕분에 순천만정원박람회의 목표 관람객은 800만 명, 오늘(20일) 현재 60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어 목표치를 무난하게 넘어 어디까지 흥행가도를 달릴 지 기록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기대 수익금 목표 또한 이미 100%를 넘겨 경제적으로도 성공한 대회라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옵니다. 입장권, 기부․후원‧휘장 사업, 식음․판매 수익을 합쳐 지난 7일 기준 256억을 기록하며 당초 목표액보다 3억 원을 초과 달성한 상황입니다. 박람회 폐막까지 '피크시즌'을 포함해 아직도 80여 일이 남아 있어 수익금은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지속적인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요?
▶ ICT 활용한 최첨단 안전관리…무사고 박람회
정원도시를 추구하는 많은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지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찾고 있습니다.
하루 최대 20만 명 가까운 방문객이 찾아와도 여태껏 무사고 박람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관람객 수를 기록한 날은 191,959명을 기록한 4월 15일입니다. 중소도시 한 곳의 인구를 통째로 옮겨온 숫자입니다. 수많은 인파와 차량이 쏟아졌지만 안전사고나 교통체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드론과 웨어러블캠을 활용한 최첨단 안전관리 시스템이 큰 몫을 하면서 이를 눈여겨보는 방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2시 사우디아라비아 행안부가 최첨단 ICT 장비를 활용한 스마트관제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정원박람회장을 찾았습니다. 사우디 측은 지난 7월, 스마트관제시스템 운영의 노하우를 배워가고자 순천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실제 박람회장을 직접 찾은 겁니다.
이날 조직위는 드론 관제 및 웨어러블캠을 활용한 상황 시연을 통해 CCTV 관제센터와 종합상황실에서 실시간 모니터링, 현장 대응 명령, 상황 대처까지 안전 시스템 작동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이를 관전한 사우디아라비아 행안부 직원은 "상공에서는 드론이, 육지에서는 웨어러블캠으로 빈틈없이 박람회장의 안전을 지키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자국에 적극 도입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천제영 사무총장은 "193ha에 이르는 박람회장을 찾는 관람객들의 안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첨단장비의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우리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혁신적인 안전관리시스템 표준모델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ICT활용 통합관제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전라남도 자치경찰위원회와 서울디자인재단, 광양시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이 정원박람회장을 다녀갔습니다. "광활한 권역과 다수인원이 모이는 박람회의 특성을 고려한 탁월한 안전관리 방안","긴급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이라며 호평했습니다.
▶ 정원으로 하나된 대한민국…, '순천배우기'에 이어 '정원 조성' 열풍까지
정원박람회를 통해 맑고 밝은 녹색도시의 '이상형'을 선보인 순천의 사례를 배우기 위한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기관‧단체 등 공식 방문만 세어도 약 290여 곳이 정원박람회장을 다녀갔습니다. 개장 이래 매일 2개 기관 이상이 순천을 찾은 셈입니다.
생태라는 고유한 전략으로 도시의 판을 바꾼 순천의 시도가 정부의 지방발전 전략에 가장 부합한 사례임을 입증하듯, 5월 3일에는 이정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부위원장이, 6월 20일에는 권영걸 대통령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이 방문했습니다. 지난 12월 정원박람회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된 권 위원장은, 올해 3월 국가건축정책위 위원장에 오르면서 '공원 같은 나라, 정원 같은 도시'라는 슬로건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정원조성 및 정원박람회 유치에 뛰어드는 지자체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3년 순천이 최초로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개최한 이래, 도심 내 녹지비율이 시민의 삶의 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입니다.
5월 9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간부진과 함께 순천을 찾았습니다. 오 시장은 "정원 같은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한 여러 구상에 제일 좋은 모델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라서 찾아왔다"고 밝혔으며, 며칠 후 '정원도시 서울'구상을 발표하고 노관규 순천시장을 '미래서울 아침특강'에 강사로 초대하기도 했습니다.
7월 31일에는 박형준 부산광역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이 방문해 지방정원 조성과 ESG, 탄소중립 관련 정책 수립에 혜안을 얻어갔습니다.
세종시는 2025년 '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부산시는 삼락생태공원 일대를 '낙동강 지방정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거제시도 대한민국 3호 국가정원을 목표로 '한‧아세안 국가정원 조성 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대한민국 전체가 정원에 관심을 갖고 맑고 밝은 녹색 도시로 바뀌어 간다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매우 중요하고도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국내 최초로 정원박람회를 개최하고, 두 번이나 성공적으로 치러낸 도시로서 얼마든지 노하우를 나누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 장르를 가리지 않는 문화공연, 가을꽃 식재로 정원박람회 '후반전' 준비
조직위 관계자는 "늦여름에서 가을 사이 정원박람회장의 매력이 절정에 달할 것"이라면서 "이제 '후반전'에 집중할 시기"라고 밝혔습니다. 조직위는 '정원, 가을에 물들다'라는 주제 아래 가을 분위기와 어울리는 다양한 문화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가 있는 9월에는 팬텀싱어 우승팀 '라포엠'과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의 콘서트,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공연 'Always 7000', '김현철의 유쾌한 오케스트라'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10월에도 미스터트롯 출연진의 트로트 공연, 2000년대 레전드 스타를 소환하는 '응답하라 2000', 퓨전마당놀이극 '최진사댁 셋째딸 신랑찾기' 등 박람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폐막 직전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특히 9월부터는 어린이들의 인기를 한몸에 안았던 박람회 주제공연 '카이로스-습지의 어벤저스'도 다시 무대에 오릅니다.
박람회장 일대는 가을을 대표하는 국화로 물듭니다. 조직위는 9월 중순경부터 노을정원, 나르샤정원, 네덜란드정원, 오천그린광장 일대에 서로 다른 컨셉으로 국화 26만 본을 집중 식재해 추석 연휴 관람객‧귀성객에 풍부한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입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여름정원이 피서지로 가장 좋은 여행지였다면, 가을정원은 세상에서 가장 운치 있고 고즈넉한 풍경을 선사할 것"이라면서 "정원박람회 관람을 미뤄뒀던 분들, 또는 봄여름에 다녀가셨던 분들도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순천만습지를 비롯해 가을정원을 누리러 다시 순천을 찾으실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치훈 기자 pressjeo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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