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안 틀어주는 이유, 전기요금 많이 나와서"
“에어컨을 안 틀어준지 3주 가까이 되는데, 대표는 단체 톡방에 ‘전기요금 많이 나온다’는 글을 올립니다. 너무 더워서 못 다니겠어요.”
30도를 웃도는 폭염에 실내 사업장에서도 온열질환자들이 나타나는 가운데 실내 온열 기준을 만들고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더운 날씨에 견디다 못해 노동자들이 사업주에게 냉방 조치를 요구해도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무시되거나, 냉방 요구를 이유로 노동자를 괴롭히거나 해고하는 사업주까지 나타나고 있어 문제가 제기된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전국 온열질환자는 2천450명이다. 추정 사망자는 3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온열질환자는 1.7배, 추정 사망자는 4.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또 이 중 510명(20.8%)은 실내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인 것으로 분석됐다. 온열질환자 5명 중 1명은 실내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20일 직장갑질119가 받은 제보를 종합하면 폭염 취약 노동자인 건설·물류·택배노동자 외에 학원·공장·사무실 등 실내 일터에서도 기본적인 냉방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노동자들이 고통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업주들은 에어컨 조작 권한을 독점하거나, 공지사항을 통해 ‘전기요금 부담’을 언급하는 식으로 냉방기구 사용을 통제하고 있었다.
학원 강사 A씨는 고장 난 에어컨이 방치돼 30도가 넘는 강의실에서 냉방 장비 없이 오후 2시50분부터 9시30분까지 7시간을 강의해야 했다.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가이드에 따라 실내작업장에도 온습도계를 비치하도록 권고하지만, 해당 학원 강사는 스마트워치를 찬 학생에게 묻지 않고서는 근무하는 공간의 온도를 알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 학원 측은 수업 중 얼음음료를 준 것이 전부였다.
냉방기기 가동 기준을 터무니없게 잡은 사례도 있었다. B공장은 ‘습도 80% 이상’을 냉방조치 기준으로 두고, 습도가 그 이하일 경우 온도가 30도에 다다라도 냉방기기를 가동하지 않는 식이었다. 이 경우 폭염에 노동자의 건강권이 침해되기도 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의무가 있다.
고용노동부도 올해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에 실내 작업장 3개 기본 예방수칙(물, 바람, 휴식)을 추가했다. 또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에서 ▲작업자가 일하는 장소에 온·습도계 및 확인 ▲냉방장치 설치 또는 추가적인 환기 조치 등을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주의 책임 하에 적절한 노동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혜영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노동 중 폭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회사로부터 육체적·정신적으로 가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고용노동부가 ‘에어컨갑질’ 신고센터를 만들어 제보를 받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온열 기준과 적용범위를 정비하고, 작업장 온도가 노동자 생명 안전에 직결되는 중요한 권리라는 점을 적극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건주 기자 g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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