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스키` 타고 중국서 바다 건너 밀입국한 중국인...뻥뚫린 경계망

해양경찰청 청사 [해양경찰청 제공=연합뉴스]

한 중국인이 중국에서 제트스키를 타고 서해를 거쳐 인천 앞바다로 밀입국하려다 검거된 데 대해 구멍 뚫린 해양경찰의 경계망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해양당국에 따르면 지난 18일 육군의 열상감시장비(TOD)에 제트스키를 이용해 국내 해역을 통해 밀입국하려던 중국 국적 남성 A씨가 걸려들었다.

A씨의 경로를 추적하던 군이 당일 오후 9시 20분쯤 인천대교 인근에서 A씨가 갑자기 멈춘 사실을 파악한 뒤, 해경에 이상 선박이 있다고 알렸다.

해경은 군으로부터 A씨 탐지 사실을 전해 듣기 전까지는 그가 인천 앞바다까지 들어온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이 현장에 공기부양정 등을 보냈으나, 그 사이에 갯벌에 좌초된 A씨 스스로 소방당국 등에 구조 요청 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이 해경에 A씨의 지점을 알린 시각, 소방당국이 해경에 다시 공동대응 요청을 한 시각 사이에는 10분가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중국 산둥반도를 출발, 서해까지 300㎞ 넘는 거리를 제트스키로 넘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제트스키에선 여분의 연료통도 발견됐다. 이로 미뤄볼 때 A씨가 오는 도중에 여분의 통에 있는 기름을 계속 채워가며 우리 해역까지 온 것으로 짐작된다.

밀입국자가 오직 제트스키 한 대 만으로 중국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해경의 감시 태세가 엉망이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통상 군은 수제선(물과 육지가 만나는 지점)으로부터 12해리 이내와 이외 구역에서 레이더를 운용하며 해안·해상 경계를 맡는다. 해경 역시 경비정과 해상교통관제센터(VTS) 등을 통해 바다의 상황을 실시간 감시한다.

해상에서 발생하는 밀수와 밀입국 등 치안 유지 관련 사건은 해경이 처리하고, 대공 의심점과 간첩 등 방위 사안은 군이 맡는다.

해경은 앞서 2020년 중국인 밀입국자들이 레저용 모터보트를 타고 충남 태안 해안가를 통해 국내에 잠입할 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파악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해경은 밀입국자들이 타고 온 보트가 해안에 정박해 있다는 사실을 신고받고도 2시간 뒤에야 군 당국에 통보했다.

또 밀입국 의혹이 제기된 보트를 유실물로 추정해 관련 수사에 나서지 않는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해경 측은 해안 경계를 맡은 군과 협조해 A씨를 검거했다는 입장이다. 해경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해경이 전체 해역을 경비할 수 없어 통상 군이 각종 레이더와 장비로 해양 경계를 맡는다"며 "이때 이상 징후를 해경에 통보하면 해경이 곧바로 대응하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