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든든한 '린저씨'…장수게임 다음 스텝은[사이다IT]
연령층 높아지며 경제력 높은 3040세대 이용자들이 먹어살려
숏폼 등 스낵컬처 익숙한 MZ세대 이용자 유입은 고민거리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국내 게임업계에서 10년, 20년 넘게 거뜬히 인기를 이어가는 장수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기 지식재산권(IP)으로 충성고객을 한 번 확보하고 나면 후속작을 출시할 때 마다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 ‘리니지’ 시리즈가 꼽힙니다. 1998년 출시된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는 서비스 2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리니지는 단일 게임 최초로 누적 매출이 2007년 1조원, 2013년 2조원, 2016년 3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이어 엔씨소프트가 2010년대 후반부터 모바일 게임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을 순차 출시하면서 국내 모바일 MMORPG 게임 시장을 장악했고, 승승장구하며 국내 최대 게임사 중 하나로 발돋움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처음 리니지를 경험했던 당시 10~20대 이용자들이 이제 30대, 40대가 되어 이른바 ‘린저씨(리니지+아저씨)’로 불리는 리니지 충성고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부분이 3040 남성인 이들은 가장 경제력이 있는 연령층으로, 리니지 매출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 2017년 출시된 리니지M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를 현재까지 유지할 정도로 굳건한 충성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후 출시된 리니지2M, 리니지W 역시 IP 인기에 힘 입어 매출 10위권 내를 꾸준히 기록 중입니다.
국내 게임업계 맏형 넥슨도 대표적으로 스테디셀러 게임을 다수 보유한 게임사입니다. 메이플스토리, 바람의나라,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피파온라인 등 PC게임들은 약 대부분 2000년대 초반 출시됐음에도 현재 PC방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꾸준한 업데이트와 유저 친화적 운영을 통해 아이돌 부럽지 않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죠. 바람의나라는 ‘세계 최장수 그래픽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을 정도입니다.
이런 장수 게임들은 넥슨이 신작 출시가 없어도 든든한 실적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 넥슨의 2분기 연결 매출액은 9028억원, 영업이익은 26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22% 성장했습니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넥슨 '1N' 독주 체제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도 장수 게임의 길을 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출시된 이후 전세계 흥행에 성공, 대표적인 ‘총’ 게임으로 자리를 잡으며 크래프톤의 실적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밖에 엠게임도 장수 IP 열혈강호 온라인의 중국 성과에 힘 입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한 바 있죠. 그라비티도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2002년 출시, 대흥행에 성공한 이후 라그나로크 IP 하나로 수 많은 게임을 출시하며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게임산업에서 IP 파워가 가지는 힘은 그만큼 큽니다. 인기 IP를 활용해 신작을 출시할 경우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을 줄여줍니다. IP 우려먹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더라도 게임사들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러나 그 인기가 영원할 수 있을까요. 경제력을 갖춘 게임 큰 손이 3040이 충성고객이 되면서 캐시카우 역할에 일조하고 있고, 앞으로 몇 년간도 그럴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미래 수익보장을 위해선 2030, 1020세대를 충성 고객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게임 이용자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게임시장에 편중된 장르인 MMORPG는 젊은층에서 외면을 받고 있고, 특히 숏폼 등 스낵컬처 소비에 익숙한 1020세대의 경우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찾고 있습니다.
실제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PC 게임으로 MMORPG 등 RPG를 선호하는 비율이 Z세대(1996년 이후 출생)는 29%에 그쳤고, Z세대는 공성 전략게임(AOS, 36%), 슈팅 게임(34%) 등을 더 선호했습니다.
모바일로 게임을 즐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도 Z세대는 주로 “시간을 때우려고(20.5%)”라는 응답이 높았지만, 후기 밀레니얼과 전기 밀레니얼은 “어려운 문제를 풀고 난 후의 성취감(각 17.9%, 24.5%)”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국내 게임사들도 이에 대응해 MZ세대 유입을 위한 장르 및 플랫폼 다변화에 본격 나서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마니아층이 두터웠던 방치형 게임을 최근 들어 국내 게임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넷마블도 자사 대표 IP ‘세븐나이츠’ 신작 ‘세븐나이츠 키우기’ 장르로 방치형 게임을 택했습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 6월 신작 발표 쇼케이스에서 “경쟁자는 다른 게임이 아니라 웹툰이나 쇼츠 같은 스낵컬처 콘텐츠다. 게임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 매출 하향세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엔씨소프트도 MZ세대 공략이 최대 고민거리가 됐습니다. 캐주얼한 비(比)MMORPG 신작 4종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중 퍼즐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를 올 3분기 중 출시하고 나머지는 내년에 선보일 방침입니다.
넥슨도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을 통해 해양 어드벤처 패키지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를 출시해 누적 판매량이 100만장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획일화된 장르적 탈피와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도전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대다수가 해외 게임이라는 점도 국내 게임업계의 위기감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중국 개발사 ‘호요버스’가 개발한 서브컬처 게임 ‘원신’ 주 이용자는 1020세대로 높은 충성도를 자랑하고 있죠. 라이엇게임즈의 1인칭 슈팅게임(FPS) ‘발로란트’도 10대 인기에 힘 입어 빠른 속도로 인기가 역주행했습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게임업계에서 그동안 장수하는 IP들이 안전빵 역할을 했지만 젊은층이 나이가 들면서 새롭게 편입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벗어나 원신과 같은 서브컬처 게임으로 장르를 다양화하고, 콘솔 게임으로 플랫폼을 넓혀 스토리 발굴에 힘 써야 위기를 잘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국내 게임업계가 기형적으로 장르와 모바일 게임 쏠림현상이 심했고 콘솔은 힘을 쓰지 못한 채 20년 넘게 발전을 했다“라며 ”플랫폼은 콘솔 및 아케이드를, 장르는 서브컬처, 방치형 등 MMORPG를 제외한 게임들을 골고루 개발하는 본질로 돌아갈 때가 됐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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