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버스의 오가닉 마케팅, 교육시장 흥행조짐···40대 CEO힘 주목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만 6세 이상부터 만 21세 사이에 해당하는 국내 학령인구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출생아 숫자는 1981년 87만 명에서 지난해 25만 명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22년 748만 명이었던 학령인구는 2035년에는 495만 명으로 약 34% 감소할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6월부터 정부의 사교육 규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가 호조를 보였으나 교육 관련주들이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 이유다.
청담어학원(청담러닝)과 CMS학원(CMS에듀)의 합병으로 탄생한 영어 수학 프리미엄 교육 브랜드 크레버스도 얼어붙은 투심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도 크레버스는 다른 사교육 업체와 비교할 때 앞으로 성장 여력이 풍부하다는 평이 나온다. 학령인구는 감소하지만 사교육비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게 단적인 사례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으로 2021년 23조4000억원에 비해 10.8% 증가했다. 학생 1명당 11.8% 증가한 셈이다. 그 중 크레버스의 주요 대상 학령 층인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 대비 각각 13.1%, 11.6% 증가한 11조9000억원과 7조1000억원을 기록해 전체 사교육비 상승을 견인했다.
전체 학생 수는 감소했지만 자녀 1~2명에게 투입하는 1인당 사교육비가 증가했고, 특히 초중등 프리미엄 교육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크레버스의 매출은 2018년 1527억에서 2022년 2275억원으로 약 50% 성장했고, 업계 1위인 프리미엄 영어-수학-코딩 브랜드를 앞세워 견고한 성장을 이어 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크레버스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 올해 가을학기(9월)부터 대대적인 '오가닉(Organic) 마케팅/세일즈'를 통해 학원 사업 부문의 안정적 성장 모델을 구축함과 동시에 초중등 프리미엄 교육 시장 석권에 나선다.
오가닉이 영어로 유기적인, 자연스러운 이란 뜻을 가진 것처럼 청담어학원과 CMS학원 나아가 영어와 수학 사이에 있는 벽을 허물어 국내 프리미엄 교육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게 지난 6월 40대라는 젊은 나이에 크레버스호를 이끌게 된 김형준 크레버스 신임 대표이사의 생각이다.
학원업에 반평생 종사해 이제는 잔뼈가 굵었지만, 처음부터 학원 선생님을 꿈꾸던 건 아니었다. 대학에서 반도체 관련 학과를 전공해 랩(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던 김 대표는 이충국 현 크레버스 부회장이 올린 과외 전단을 보고 처음 학생을 가르치게 됐다. 그가 맡았던 학생은 영재고등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똑똑한 아이였다.
국내에서 소위 공부한다는 학생들이 몰리는 영재고등학교에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우며 학원업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실험 계획을 짜고 연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등 영재고등학교에 입학해 배울 내용을 가르쳤다"며 "하나를 알려주면 둘을 깨우치는 똑똑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우수한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품도 두배로 들었다. 몇시간짜리 수업을 위해 이틀에서 사흘에 걸쳐 수업 자료를 만들었다. 엄마들 사이에 김 대표가 학생들을 잘 가르친다더라는 입소문이 났고, 그렇게 교육분야로 진로가 바뀌었다. 김 대표는 "이후에도 가르친 학생들이 영재고등학교 입학에 계속해서 성공하면서 강의를 더 하게 됐다"며 "영재고등학교 입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 아이템을 포착해 학원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라고 했다.
이후 CMS에듀 영재관에서 다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던 김 대표는 기획실장을 맡아 학원 마케팅과 사업 전략을 담당했고, 학원통에서 기획통·운영통으로 회사에 자리매김했다. 이때의 경험은 CMS에듀가 청담러닝과 합병을 통해 지난해 3월 탄생한 크레버스에서 고스란히 이어졌다.
합병 이후 김 대표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청담러닝(영어)과 CMS에듀의 경계를 허물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오가닉 마케팅'을 도입했다. 영어-수학 과목의 경계를 허무는 것에서 넘어 가맹점과 직영점 등 조직 전반에서 조화를 추구하며, 나아가 충성 고객을 활성화해 이들이 자연스럽게 신규 학생을 유입하게 하는 개념이다. 김 대표는 오가닉 마케팅이 성공한다면 재원생 숫자가 9만명에서 18만명으로 두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IT 기업들은 인적 또는 물적 분할을 하는데 크레버스는 청담러닝과 CMS에듀 두 상장사를 합병하는 선택지를 택했다"며 "저출생과 사교육 제재로 기반이 튼튼하고 먹거리가 풍부한 소수의 업체만 살아남게 될 것이란 판단에서 영어와 수학에서 경쟁력이 있는 두 회사가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판단에서 비롯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특별한 마케팅이나 세일즈를 하지 않았는데도 크레버스의 영어 및 수학 브랜드를 교차 수강하는 아이들이 5000명이나 된다는 점에서 오가닉 마케팅이란 개념에 착안했다"며 "기존 재원생들이 친구를 학원에 추천하면 혜택을 준다든지 자녀가 청담/April 어학원에 다니면 다른 학부모에게 CMS학원을 소개해주는 등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오가닉 마케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가닉 마케팅을 위한 만반의 준비도 마친 상황이다. 김 대표는 "학원 원장을 대상으로 오가닉 마케팅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액션 플랜까지 전부 마련했다"며 "80개의 직영점뿐만 아니라 220개에 달하는 가맹점에도 인센티브를 제시해 오가닉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교육에서는 현재 매스(mass·대중) 시장이 줄어들고 프리미엄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이번 마케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시장 점유율도 두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오가닉 마케팅은 하반기 회사의 주요 경영 전략이라는 점에서 광고도 공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가닉 마케팅이 기존 학원 사업의 중장기 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면 NAVER와의 '초중등 AI 교육사업 협업'과 베트남과 중국 등 '해외사업'의 재개 강화는 크레버스의 또 다른 미래다. 탈 교육기업으로의 가치로 성장해나갈 크레버스의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볼 수 있다.
연내에 크레버스는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초중등대상의 'AI 교육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2월 크레버스는 네이버와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AI 교육지원'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클로바스튜디오(CLOVAStudio)를 활용한 'AI 교육 콘텐츠' 개발을 한창 진행 중이다.
빠르게 증가하는 AI 교육수요에 비해 초중생에게 AI 교육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업체는 전무하다. 네이버와 AI 교육 콘텐츠 개발공급을 협업하게 된 크레버스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큰 이유다. 김 대표는 "AI가 세상에 등장하며 코딩만으로 프로그래밍 교육을 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AI와 코딩을 결합하면 프리미엄 교육 시장이 열린다는 점에서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크레버스는 메타버스(Metaverse)를 활용해 전 세계를 연결하는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려 한다. 회사가 20년 이상 축적해 온 오프라인 학습 노하우와 에듀테크 역량을 메타버스로 만들어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현재 크레버스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을 이용 중인 약 10만의 재원생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세계 곳곳의 에듀테크 회사들이 만든 사고력 콘텐츠를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고 아시아 전역에서 통할 수 있는 교육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COVID-19)로 개점휴업 상태였던 해외 사업들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크레버스는 코로나 이전 베트남, 중국 사업의 가치를 인정받아 주식 시장에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아 왔다. 해외사업이 정상화 되면 기업가치가 상향되고 국내 사교육 시장규제로 몸살을 앓는 다른 기업들과도 주가가 확실하게 차별화될 전망이다. 크레버스의 베트남 사업(Apax English)은 2021년 초까지만 해도 재원생 규모가 5만명이 넘을 정도로 국내 교육 기업의 해외 진출 사례 중 가장 성공한 비즈니스로 꼽혀왔다.
김 대표는 "올해 3월부터 베트남 사업이 본격적으로 재개됐고, 3개월 만에 현지 재원생이 1만명대까지 순조롭게 회복 중"이라며 "베트남 사업이 완전 정상화할 경우 크레버스의 해외 사업 가치를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합병 소멸법인인 CMS에듀의 'CMS Vietnam' 재원생까지 감안할 경우 올해 연말 기준으로 베트남 총재원생 규모는 3만명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한다.
코로나19와 사교육시장 규제로 최근 2년간 사업 확장이 지연된 크레버스의 중국사업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현재 크레버스의 유아브랜드 '아이가르텐(i-Gartem)'이 15개 센터에서 운영 중이다. 중국은 학생 개인의 과중한 숙제 부담과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쌍감 정책으로 사교육 업체를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다소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내년에는 현지 상황에 따라 에이프릴 콘텐츠를 공급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감을 낼 가능성도 있다.
크레버스는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매출이 1207억원, 영업이익 173억원으로 집계됐다. 학원 사업 부문의 견조한 외형 성장과 함께 합병 이후 비용 효율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된 결과다.
역대 상반기 최대 실적을 기반으로 올해 중간 배당금액도 상장 기업 중 최고 수준인 1주당 1000원으로 공시했다. 지난해 연간 배당금액이 1800원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크레버스의 연 배당수익률은 10%를 넘는다. 또한 지난해 합병에서 발생한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한 재원으로 배당을 시행하기 때문에 15.4% 원천징수 없이 배당을 지급받을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의 실질 배당소득 효과는 더 크다.
본업의 탄탄한 실적 성장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에도 현재와 같은 고배당 기조를 계속 이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하반기에도 크레버스의 모든 역량을 발휘해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정다래 남편 전처 "정다래는 내 아들 수영쌤…양육비 2년째 미지급" - 머니투데이
- 이다영, 김연경 또 저격 "입에 욕 달고 살아…술집 여자 취급해" - 머니투데이
- 물인 줄 알고 마셨다가 '뇌사'…회사 종이컵에 담긴 액체, 알고보니 - 머니투데이
- 음주단속 적발 30분 뒤…"신고자 찾는다" 지인 집 유리창 깨고 침입한 50대 - 머니투데이
- 블랙핑크 제니, '크롭 셔츠' 입으니 선명한 11자 복근 - 머니투데이
- 황정민에 "너 연기 하지 마!" 말렸던 개그맨…누구? - 머니투데이
- '버닝썬 논란' 남편과 "잘 지내요"…박한별 근황 보니 - 머니투데이
- '방송 못하게 얼굴 긁어줄게' 협박문자 류효영 "티아라 왕따, 화영 지키려고" - 머니투데이
- 춘천 반지하서 강남 아파트로…900만 유튜버 부부, 연 수입은? - 머니투데이
- "외인들 무섭게 돈 뺀다"…삼성전자 '역대급 물타기' 개미, 희망은 없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