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법안 돋보기] “결혼·출산하면 손해?” 월세공제·신혼주택 소득 기준 높인다
與도 “결혼 페널티 정상화” 주택 정책 추진
정치·사회 공감대 형성…‘세수결손 우려’ 넘어야
국회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한 ‘결혼·출산 기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주택 자금에 대한 세제 개편을 추진한다. 최근 여당인 국민의힘이 저금리로 주택 자금을 빌려주는 ‘내집 마련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신혼부부 소득 기준을 높여 대상을 넓히겠다고 밝힌 데 이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미성년 자녀가 많을수록 무주택자의 월세 세액공제율을 높여주는 등의 법안을 내놨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무주택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월세 세액공제의 소득 기준 금액을 높여 혜택을 받는 대상을 확대하고 공제율도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에는 세대주 본인의 총 급여액이 7000만원 이하인 경우 월세의 15%를 세액공제 해주고, 5500만원 이하인 경우 17%를 세액공제 해줬다. 자녀 수에 따른 차등은 없었다.
개정안은 자녀 수에 따라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기준 금액을 높이고 세액공제율도 높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 급여액 1억원 이하인 세대주가 무자녀인 경우 공제율은 20%다. 기존 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경우까지만 받을 수 있는 월세 세액공제 혜택을 총급여 1억원 이하인 사람까지 받게 한 것이다.
여기에 자녀 1인당 소득 금액 기준을 1000만원씩 높여주면서 세액공제율도 높여준다. 1자녀의 경우 세액공제율을 22%로 높여주고, 2자녀인 경우 23%, 3자녀 이상인 경우 25%로 자녀가 많을수록 공제 혜택을 늘리는 방식이다. 총 급여액 8000만원 이하는 ▲무자녀 25% ▲1자녀 27% ▲2자녀 28% ▲3자녀 이상 30%의 세액공제를 각각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무주택 세대주 본인의 총 급여액이 1억2000만원이면서 2명의 미성년 자녀를 부양하는 경우에도 월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공제율은 23%가 된다.
공제 대상이 되는 주택의 기준시가 기준도 4억원 이하→9억원 이하로,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월세액 연간 한도는 750만원→1200만원으로 늘렸다. 총급여액 8000만원 이하이면서 3자녀 이상인 사람이 기준시가 8억원짜리 집에서 살며 월세로 연간 1200만원을 낸 경우 360만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민주당의 이번 법안 발의는 국민의힘이 ‘내집 마련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신혼부부 소득 기준을 연소득 7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높이는 내용의 정책 과제를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현재 신혼부부가 디딤돌 대출(주택 구입)이나 전세 대출을 받으려면 부부 합산 연 소득이 각각 7000만원, 6000만원 미만이어야 한다. 청년 1인 가구의 특례 대출 소득 기준(각각 연 소득 6000만원, 5000만원)과 불과 1000만원 차이다.
즉, 미혼일 때 대출이 가능했던 청년이 맞벌이 부부가 되면 ‘합산소득’이 적용돼 대출을 못 받게 된다. 결혼으로 ‘손해’를 보는 셈이다. 소득 기준을 맞추려고 일부러 혼인신고를 미루는 사례가 잇따른 것도 이 때문이다. 부부 중 한 사람만 일을 해도 가계 운용이 가능한 ‘금수저 출신’만 정부 혜택을 본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주택 구입 자금과 전세 자금의 연 소득 기준을 1억원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지난달 정부가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디딤돌대출 소득 기준을 8500만원으로 올리는 안을 포함했는데, 국민의힘은 이보다 상향 폭을 더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 혼인신고 후에도 부부가 각자 주택청약을 넣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현행 1회인 신혼부부의 주택청약 기회를 총 2회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미혼일 때는 각자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결혼을 하면 반으로 줄어서다. 이 정책은 김기현 대표가 직접 당 정책네트워크 공동위원장을 맡아 국토교통부와 실무 협의를 거쳤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은 통상 국회 일정에 따라 오는 11월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다룬다. 일단 법안 취지와 필요성에 대한 정치권의 공감대는 형성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른바 ‘결혼·출산 페널티’에 대한 사회적 문제 의식이 큰 데다, 여야를 막론하고 내년 총선에서 20~40대 표심이 간절해서다. 여당이 유사한 취지의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도 호재다.
다만 향후 정부·여당과 협의 과정에서 ‘세수 결손’ 문제를 넘어야 한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이 확실시 되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6월 누계 국세 수입 현황’에 따르면, 상반기 누계 국세 수입은 178.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7조원이 덜 걷혔다.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처가 두 달 연장된 것만 따져도 약 1.4조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야당은 ‘세수 결손’을 우려하면서도, 깎아주는 세금 규모가 소규모에 그칠 거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동수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법안이 시행될 경우 예상 공제액은 1600억~2600억원 수준이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지난해 세액공제를 받은 사람은 약 58만명이다. 전체 월세 가구(490만)의 11.8%다. 야당은 이 수치를 최소 20%까지 늘리더라도 세수 결손이 최대 2600억원 규모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공동발의에 이름을 올린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사회적 필요성과 공감대가 커서 정부가 내는 세법개정안과 함께 논의가 될 것”이라며 “아무래도 여당이 ‘세수 결손’ 문제를 지적할 텐데, 법인세 일부만 제대로 걷어도 충분히 채워질 수 있는 규모다. 사회적 문제가 심각한데 이 정도도 못 쓴다는 건 억지”라고 했다.
반면 기재위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장 유류세만 해도 기존 두 달 간 7000억원의 세수가 빠졌다. 벌써부터 세수가 부족한데 정부로서는 부담이 클 것”이라며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결손 수치를 뛰어넘을 만한 ‘정치적 동력’이 발휘돼야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