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모습 보장 없다" 손흥민 향한 미친 비판→새 전술, 새 역할로 120% 증명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손흥민은 비판에 더욱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다.
토트넘 전담기자로 활동하는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의 댄 킬패트릭 기자는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앞두고 손흥민의 경기력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다. 해당 기자는 "손흥민에 대한 의문은 리더로서의 자질이 아닌 경기력에 있다. 지난 시즌은 토트넘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15-16시즌 이후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손흥민이 제일 부진했던 시즌이었다"며 경기력을 지적했다.
또한 "지난 시즌 리그에서 여전히 10골을 넣었지만 대부분의 시즌 동안 손흥민은 1년 전 모하메드 살라와 EPL 골든 부츠를 함께 수상했던 자신의 그림자 안에 있었다"며 2022-23시즌의 경기력에 대해 혹평했다.
과한 비판이었다. 손흥민이 아무리 좋은 선수라고 해도, 팀 전체가 부진한 와중에 좋은 성적을 내기란 쉽지 않다. 지난 시즌 토트넘은 손흥민 입단 이후 최악의 팀이었다. 리그 8위로 손흥민 이적 후 처음으로 유럽대항전 진출에도 실패했다. 시즌 도중에만 감독이 2번 바뀌는 촌극까지도 연출했다.
게다가 손흥민은 토트넘 이적 후 제일 힘들게 시간을 보냈다. 시즌 후에나 고백했지만 탈장 부상으로 인한 고통을 참고 뛰었다. 이를 두고 손흥민은 "정말 힘든 순간들이었다. 난 항상 고통을 숨기는 타입이다. 수술했다는 것이 밖에 나오는 것을 정말 원치 않았다.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동료들, 코치진,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게 정말 의미 있는 사람들이다. 경기력이 좋든 나쁘든, 고통이 있든 없든 난 책임감을 느낀다. 팀이 힘든 순간에 떠남으로써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탈장 고통에다가 2022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는 안와 골절이라는 심각한 부상까지 입었다. 대한민국과 토트넘 선수로서 빠르게 경기장에 돌아오고 싶었던 손흥민은 시즌 도중에 수술을 결정했다. 완벽하게 재활이 되지 않은 상태로 경기를 뛰기 위해 마스크까지 착용했다.
전술적으로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지 못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새로 영입한 이반 페리시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손흥민을 미드필더처럼 활용했다. 손흥민이 잘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힘든 역할이었다.
이를 알고도 킬패트릭 기자는 "콘테 감독의 고통스러운 시대에 케인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부진했다. 그래도 손흥민이 자동으로 최고의 컨디션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지난 시즌이 부진의 시작이 아닌 일시적인 현상이었다는 걸 증명하는 건 손흥민에게 달렸다"며 손흥민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흥민은 자신을 향한 비판이 틀렸다는 걸 단 1경기 만에 증명해버렸다. 토트넘은 20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2-0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의 맹활약에 힘입은 토트넘은 시즌 첫 승을 달성하면서 5위에 자리했다.
손흥민의 위치는 역시 좌측 윙포워드였다. 지난 브렌트포드전에서는 손흥민이 전술적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번 경기는 달랐다. 전술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이해한 모습이었다. 손흥민 개인의 컨디션도 직전 경기에 비해선 좋아졌다는 느낌을 줬다.
손흥민은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리기보다는 자신에게 수비가 쏠렸을 때 만들어지는 빈 공간을 통해 동료들의 기회를 봐줬다. 전반 25분이 시작이었다. 엄청난 속도를 앞세워 역습의 시작을 알린 손흥민은 중앙으로 들어온 파페 마타르 사르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파페 사르가 데얀 쿨루셉스키에게 패스를 전달했고, 쿨루셉스키가 유효슈팅을 만들어냈다.
손흥민은 공격적인 패스를 넣어주는 것도 일품이었다. 전반 30분 좌측에서 공을 받은 손흥민은 넓은 공간을 확보하자 파페 사르에게 미친 패스를 넣어줬다. 파페 사르의 슈팅이 안드레 오나나한테 막히긴 했지만 손흥민의 시야와 패스가 빛난 순간이었다.
전반 40분에는 데스티니 우도지와의 호흡을 보여줬다. 우도지가 공을 잡자 손흥민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볼을 컨트롤했다. 직접 슈팅 각도가 나오지 않자 뒤에 있는 페드로 포로에게 패스를 넘겨줬다. 포로의 슈팅은 골대를 강타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전에도 손흥민은 슈팅보다는 패스로 공격에 관여했다. 후반 7분 제임스 메디슨의 패스를 간결하게 우도지한테 넘겨줬다. 우도지의 결정적인 슈팅은 오나나에게 막혔다. 후반 16분에는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동료들과의 연계를 통해 페널티박스로 진입한 손흥민은 침착하게 드리블하면서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몸을 던진 루크 쇼에게 막히고 말았다.
손흥민은 후반 25분 히샬리송이 빠진 뒤에는 중앙으로 이동해 역할을 변경했다. 중앙에서는 동료들의 패스를 받으면 간결하게 연계해줬다. 토트넘의 두 번째 득점 과정에도 손흥민의 개입이 있었다.
맨유전 손흥민의 기록 중 제일 눈에 띈 기록은 키패스였다. 키패스를 4회나 기록하면서 토트넘 선수 중 가장 많은 기회창출에 성공했다. 직전 브렌트포드전에서는 아직까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전술에 녹아들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맨유전을 통해 달라진 역할 속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드리블 3회 성공, 경합도 6회 성공(8회 시도)하면서 컨디션도 올라온 모습이었다. 이날 손흥민의 평점은 7.9점으로 매우 높았다. 토트넘 데뷔골을 터트린 파페 사르와 선방쇼를 보여준 굴리엘모 비카리오 다음으로 높은 평가였다. 그만큼 손흥민의 활약은 눈부셨다.
영국 '풋볼 런던'은 "손흥민은 좌측면에서 자신의 모든 경험을 활용하여 맨유 수비진을 끌어내기 위해 애썼다. 우도지, 메디슨과 호흡이 좋았고 히샬리송이 그라운드를 나간 뒤엔 최전방에서 뛰었다"고 조명하며 평점 7점을 줬다.
손흥민을 비판했던 '이브닝 스탠다드'의 킬패트릭 기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활약이었다. 그는 "맨유는 압박을 받았고, 쇼한테 막혔지만 안쪽으로 파고들 때 위협적이었다. 파페 사르를 향한 영리한 패스로 기회도 만들어줬다"며 좋은 평가를 내렸다.
영국 '90min' 또한 "장기간 탈장 문제에서 회복한 손흥민은 이전과 달리 빠르고 자유로워 보였다. 여러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는 훌륭한 패스를 보냈다"고 호평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만족한 모습이었다. 그는 경기 후 "후반전 주문한 게 통하면서 되고 싶은 팀을 보여줬다.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해도 우리 선수들이 가진 믿음과 용기가 너무 좋았다. 젊은 선수들이 높은 수준에 있고 이 팀을 구축하고 있다. 경험 많은 손흥민, 메디슨도 훌륭했다"고 팀 경기력을 호평하면서 손흥민을 추켜세웠다.
정작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동료들을 먼저 챙겼다. 손흥민은 "정말 행복하다. 우리가 정말 잘하고 있다. 후반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선수들의 에너지가 정말 환상적이었다"며 팀의 에너지를 칭찬했다. 경기장에 찾아온 팬들에게도 감사를 잊지 않았다.
손흥민한테도 뜻깊은 승리가 될 것이다. 토트넘의 주장을 맡은 뒤 첫 승리였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브렌트포드와의 개막전에서 긍정적인 점과 개선점을 모두 노출하면서 아쉬운 시즌 출발을 알렸다. 맨유전도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득점 기회를 골로 연결하는 능력이 좋아지면서 맨유를 제압할 수 있었다.
포스테코글루 체제 첫 승리라는 점도 중요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아주 좋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앞으로도 이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플레이하는 방식에서 얼마나 이기고 싶어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훌륭한 출발이다"며 팀의 경기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생겼던 팬들의 불안감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는 토트넘이다. 케인이 떠나면서 생겼던 암울한 분위기는 빠르게 걷히고 있다.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시즌 토트넘은 어려운 시기마다 중요한 승리를 챙기면서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다가도 어이없이 패배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A매치 휴식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본머스, 풀럼(풋볼리그컵), 번리를 만나는 일정이다. 객관적인 전력에 모두 토트넘보다 떨어진다. 연승을 달릴 수 있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토트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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