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임 중 상대에게 채팅창에 성적 비속어 썼다면 성범죄일까?

울산지법 형사항소부 성폭력범죄 혐의 30대에게 벌금 400만 원 원심 깨고 무죄 선고
"모르는 사이에 불쾌감 주려고 비속어 사용했을 뿐 특정인에 대한 구체적 표현 없어"

인터넷 게임 중 채팅창에 상대에게 성적 비속어를 쓴 30대 성범죄 적용될까? 1심은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울산지방법원 전경. 국제신문 자료사진

울산지법 형사항소1-1부(심현욱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A 씨에게 벌금 400만 원이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 씨는 2021년 6월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상대방인 20대 남성 B 씨에게 1대 1 채팅으로 성기를 뜻하는 비속어와 상대방 부모를 성적으로 비하는 내용을 보냈다.

이에 B 씨는 형사 고소했고, 검사는 A 씨가 B 씨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1심 재판부도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A 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즉, A 씨가 B 씨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고 그의 부모까지 비하해 자신은 심리적 만족감을 얻으려고 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A 씨는 단순히 성적 비속어를 쓴 것이 성범죄에 해당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해당 채팅 메시지를 보낸 상황과 상대방 성별, 나이 등을 토대로 해당 성적 비속어가 B 씨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지를 따져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해당 채팅 메시지를 보냈을 당시 사전에 성적 대화가 오갔던 상황이 아니라 게임 문제로 화가 나 B 씨에게 1대 1 채팅을 한 점, 메시지에 성적 비속어를 쓰면서 상대방 부모를 저주하거나 폭언하는 내용이 있으나 다른 성적 표현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또 상대방 B 씨가 20대 남성인 점을 고려하면 성기를 뜻하는 비속어를 봤다고 하더라도 불쾌감을 넘어서는 성적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느낄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와 B 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일뿐더러 A 씨가 B 씨에게 불쾌감이나 심적 고통을 주려고 성적 비속어를 썼을 뿐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 내용 역시 특정인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을 담고 있지 않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