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치료중단 후 범행 '패턴'…지원·예방 필요
[앵커]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들은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중단하고, 얼마 뒤 범행을 저지른다는 점인데요.
정신질환 환자들에 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비극을 막으려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최덕재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 근처의 한 주점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김성민.
김 씨는 체포된 후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고, 프로파일러 등 전문가들은 "피해망상 범죄"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씨는 2008년부터 정신분열증, 조현병 치료를 받았고, 6차례에 걸쳐 입원했지만, 2016년 1월 퇴원했습니다.
당시 주치의는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지만, 그해 3월 집을 나온 이후 약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결국, 퇴원 4개월 만에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2019년 4월 경남 진주시에서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이웃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게 한 안인득도 조현병 환자였습니다.
체포 후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등 횡설수설 했는데, 병원에서 퇴원 후 3년 가까이 치료를 받지 않다가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 역시 같은 패턴을 보입니다.
중학교 시절 특목고 진학을 꿈꾸며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상도 탔지만 특목고 입학이 좌절되고, 일반고에 진학하면서 '분열성 성격장애'에 시달려 왔습니다.
정신분열증 전 단계로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정신과 약을 복용하며 치료해 왔지만, 차도가 없다며 치료를 중단했고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겼습니다.
<최원종 /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제가 몇 년 동안 이 조직 스토킹의 피해자였고, 범행 당일날 너무 스토킹 집단의 괴롭힘을…제 집 주변에 조직 스토킹…"
문제는 사실상 방치돼있는 정신질환자들이 아직도 많다는 점입니다.
지역사회 내 정신질환 예방·검진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전혀 이용하지 않은 경우는 25.6%.
정기 건강검진 이용률도 57.2%로 절반을 조금 넘은 수준입니다.
정신질환자 보호자들의 54.4%는 '프로그램이 적다', '이용절차가 복잡하다' 등의 이유로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상징후가 보일 때부터 적극 치료·관리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이미 청소년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경범으로 문제가 표면 위로 떠오를 수 있고, 그럴 때 응급입원으로 끝나지 않고…정신보건 이런 것들을 시스템을 구축해 주고 하면 조금 낫죠."
정신질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편견에 앞서 우리 사회의 제도적 뒷받침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닌 지 되돌아봐야한다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TV 최덕재입니다. (D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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