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빨리 잡아야” 소아과서 처방받은 ‘이것’…소아비만 원인이라고? [생활 속 건강 Talk]
생후 24개월내 반년 이상 투여시
소아비만 확률 40% 높아져
복용법 지키면 큰 부작용 없어
세균소멸 전 투여 중단하면
내성균 증식으로 치료 어려워져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겨울이 아닌 여름에도 감기와 사투를 벌인다. 아이들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도 감기에 쉽게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콧물 시럽과 기침가래 물약을 며칠간 먹여도 차도가 없거나 단순 감기가 중이염으로까지 번졌을 경우 항생제 사용은 필수다. 문제는 항생제를 둘러싼 ‘카더라’ 식의 얘기들이 온라인에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항생제를 써야 할 상황에 무조건 쓰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남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인석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두 물질의 특성이 달라 치료 목적에도 차이가 있는데 세균은 ‘죽여야’ 하고 바이러스는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일례로 구내염은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항생제가 아닌 항바이러스제를 써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아야 하고, 중이염은 세균이 원인이기 때문에 항생제로 이를 다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항생제 사용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8~2020년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20~30DID(인구 1000명의 하루당 소비량)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영유아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41.3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처방률은 32.59%, 성인 환자는 30.22%, 노인 환자는 21.96%로 집계됐다.
항생제 복용이 빈번히 일어남에 따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소아의 경우 대표적인 문제가 비만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2008~2012년 건강검진을 받은 3만여명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생후 24개월 이내 항생제 투여가 소아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다양한 종류의 항생제를 사용하거나 총 투여기간이 길수록 소아비만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80일 이상 항생제를 사용한 경우 30일 이내로 항생제를 사용한 경우보다 소아비만 위험이 40% 높았다. 생후 6개월 이내 처음 항생제를 사용한 경우 생후 18~24개월 첫 사용보다 비만 위험이 33% 높았다.
항생제 투여가 소아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에는 장내 미생물균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장내 유익균이 항생제로 인해 망가지면 유익하지 않은 균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증식하게 되는데, 이러한 불균형이 우리 몸의 소화과정이나 물질대사에 나쁜 영향을 미쳐 소아비만을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항생제 남용이 몇가지 부작용을 갖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다. 항생제를 쓰지 않으면 단순 바이러스성 감기가 더 큰 질환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지염, 폐렴, 중이염, 부비동염, 임파선염 등의 합병증이 대표적이다. 세균성 인두염이나 편도염, 성홍열 등은 처음부터 항생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감기 외에 요로감염, 농가진, 종기, 외상, 물린 상처 등에도 항생제가 필요하다.
물론 항생제로 인한 장내 미생물균 변화 때문에 설사가 유발될 수 있다. 소아에게 쓰는 항생제 중 설사를 가장 잘 유발하는 것은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복합제다. 하지만 설사를 한다고 해서 항생제를 갑자기 중단해선 안 된다. 내성균이 생기는 최적의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치료를 마치고 항생제 복용을 중단하면 설사 증상은 대부분 사라진다.
문 교수는 “체내에 항생제 내성균이 많아지면 다음 치료제 선택 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만 항생제가 필요할 땐 반드시 복용법을 지켜 끝까지 써야 한다”며 “문제가 된 세균들을 다 죽여야 치료가 끝나는데 증상이 조금 호전됐다고 환자가 임의로 중단할 경우 살아남은 세균들이 더 강한 존재로 거듭나 몸 안에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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